은쟁반에 배달된 백반의 추억… 맛에 감성을 더하다 [김동기 셰프의 한그릇]
여섯개 정도 테이블 갖춘 정갈한 식당
아들이 대를 이어 사람들에 행복 배달
작은 공장들 덕분 거리에 음식점 가득
청국장부터 백반·쌈밥집 등 맛집 즐비
매콤한 양념의 닭조림 꾸준히 사랑 받아
혼밥족에게는 삼겹제육덮밥이 큰 인기

어렸을 적부터 미싱 돌아가는 소리가 익숙했다. 학교에 다녀오고 나면 어머니 미싱 옆에 앉아 작은 쪽가위로 실밥을 따며 그날 있었던 이야기들을 나누는 것이 낙 중에 하나였다. 집에서 작게 시작한 어머니의 공간은 아버지와 함께 공장을 차리게 되어 제기동으로 나가게 되었다. 내가 대학교 다닐 때였는데 학교와 공장이 멀지 않아 오전 수업 끝나면 들러 같이 점심을 먹을 일이 많았다. 공장 점심은 주로 근처 백반집의 배달 음식을 먹었는데, 내가 온 날에는 원래 시키던 인원수에서 밥 한 공기만 더 추가하면 반찬이며 국이며 부족하지 않았던 것 같다. 반찬 가득한 은쟁반을 머리에 이고 오는 아주머니들의 전문성은 지금의 배달 라이더 못지않은 스피드와 정확성으로 공장 곳곳을 누비며 짧은 점심 시간에 사람들의 허기짐을 충족해 주었다.


행운식당에서 제일 인기가 많은 메뉴는 바로 닭조림이다. 매콤한 양념을 전골에서 천천히 졸여 가며 먹는 이 메뉴는 식사용으로도 안주용으로도 참 사랑받는다. 근처 재래시장이 가까운 행운식당의 닭은 그날그날 시장에서 가장 신선한 상태로 받아 와 준비한다. 닭조림은 매콤하며 깊은 맛이 나는데 끓이고 끓인 닭고기의 감칠맛이 입에 감겨든다. 반찬도 훌륭하다. 매일 바뀌는 반찬은 어머니가 해 준 정다운 그런 맛이다. 종류도 많고 양도 넉넉하다. 또 접시가 비어 갈 때쯤이면 푸근하게 다시 채워 주기도 한다.
혼자 오는 손님들에게는 삼겹제육덮밥이 인기가 좋다. 달큰한 맛이 나는 소스에 밥을 버무려 한입 가득 뜨면 다 삼키기 전에 반찬들을 집으며 나도 모르게 우악스러운 사람이 된다. 동네에 이런 백반집이 있다는 것이 참 행운이라는 생각이 든다. 소스가 독특했다. 감칠맛과 설탕이 아닌 재료의 단맛, 짜지 않고 달큰한 그 맛, 오각형의 밸런스가 잘 맞는 듯한 이 평범한 듯 비범한 맛이 단골들이 생기는 비밀 같았다. 어머니의 특선 양념을 소개하는 작은 사장의 미소가 참 따뜻하게 느껴진다.
제육덮밥은 1980년대 제육볶음이 유행하기 시작하면서 조금 더 빠르고 간편하게 먹기 위해 전파되었다. 분식, 백반집에선 돈까스와 쌍벽을 이룰 만큼 인기가 높으며 어지간한 곳 아니면 맛으로 실패할 확률이 작은 편이다. 고추장 양념 또는 고춧가루 양념 베이스로 만들며 걸쭉하고 진한 느낌의 제육과 고춧가루 기름에 튀기듯 볶는 투명한 느낌의 제육이 있다. 개인의 취향에 따라 달라지는데 전자는 소스가 걸쭉해 덮밥용으로 좋고 후자는 갖은 야채를 함께 볶아 넣어 안주용으로 좋다.

<재료>
볶은 고기 고추장 100g, 올리브오일 30㎖, 버섯 50g, 마늘 2톨, 쪽파 20g, 가루 파르메산 치즈 10g, 면수 50㎖, 7분 삶은 스파게티면 150g, 계란 1알
<만들기>
① 마늘은 편 썰고 버섯은 다진 후 볶는다. ② 계란은 식초를 넣은 물에 5분간 삶아 수란을 만든다. ③ 팬에 오일을 두르고 편 썬 마늘을 볶는다. ④ 스파게티면을 넣은 후 면수를 넣어 버무리고 접시에 담는다. 가루 파르메산 치즈를 뿌린다. (5) 볶은 고기 고추장과 볶은 버섯, 송송 썬 실파를 뿌린다. 마지막으로 수란을 올린다.
김동기 청담 그리에 총괄셰프 payche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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