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떠나는 이종섭 "전투형 강군 건설 매진해 달라" [인터뷰]
"해병 전우 안타까운 순직엔 여전히 아쉬운 마음 남아"
(서울=뉴스1) 박응진 기자 =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7일 '군문'(軍門)을 나서기에 앞서 "오직 강한 힘만이 대한민국 자유를 지키고 평화·번영을 보장할 수 있다"며 '전투형 강군' 건설에 매진해줄 것을 후배들에게 당부했다.
이 장관은 이날 이임을 앞두고 진행한 뉴스1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어떤 상황에서도 국토를 방위하고 국민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군의 사명엔 변함이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장관은 특히 우리 미래 군을 이끌어갈 초급간부들이 '꿈과 희망을 갖고 자랑스럽게 복무할 수 있는 군'을 만들어줄 것도 주문했다.
이 장관은 "이를 위해선 초급간부 복무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제도·예산적 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이들이 자신감 있게 복무할 수 있도록 '기 살리기'도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1960년생인 이 장관은 육군사관학교 제40기 출신으로서 작년 5월 윤석열 정부 초대 국방부 장관이자 제48대 대한민국 국방부 장관을 맡아 약 17개월간의 소임을 마친 뒤 이날 오후 이임한다.
이 장관은 "임관 이후 40여년을 군과 함께해왔다"며 "이제 군을 떠난다고 생각하니 만감이 교차한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방부 장관으로서 국가와 국민을 위해 봉사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던 건 개인적으로 무한한 영광이자 큰 축복이었다"는 소회를 전했다.
특히 그는 "그동안 군정(軍政)과 군령(軍令)을 관장하는 중책을 맡아 50만 육해공군과 해병대 장병을 지휘해 '힘에 의한 평화'를 구현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며 "이를 통해 다양한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고 자평하기도 했다.
이 장관은 "취임 이후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과 각별한 관계를 맺고 한미동맹을 복원하기 위해 노력해왔다"며 자신이 추진한 정책들 중에선 '한미동맹 정상화'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소개했다.
아울러 그는 "그동안 우리 군은 한미 공조에 기반을 두고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반영한 실전적 연합연습과 제대·규모면에서 확대된 연합 야외기동훈련(FTX)을 집중 시행함으로써 연합 방위태세를 더 굳건히 해왔다고 자부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장관은 재임 중 오스틴 장관과의 대면회담은 5차례, 공조통화는 9차례 진행했다. 또 사단급 쌍룡 연합상륙훈련 및 연합 항모강습단훈련 등 총 26건의 한미연합 FTX를 실시했다.
그러나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수위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상황. 이 장관은 그에 맞서 △미국의 '확장억제' 실행력을 강화하고, △'한국형 3축 체계'를 중심으로 우리 군의 독자적인 대응능력을 강화하는 '투 트랙' 방식으로 계속 '힘에 의한 평화'를 구현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장관은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한미 정상 간 합의에 따라 올 7월 출범한 핵협의그룹(NCG)을 통해 '한미가 함께하는' 확장억제 체계가 구현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미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 가시화 △전력보강 예산 상향 △전략사령부 창설 등이 추진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이 장관 재임 동안 우리 군은 일련의 사회적 갈등에 고스란히 노출되기도 했다.
특히 올 7월 집중호우 피해 실종자 수색작전 중 발생한 고(故) 채모 해병대 상병 순직 사고 처리 문제를 둘러싼 이른바 '외압' 의혹, 그리고 홍범도 장군을 비롯한 육군사관학교 내 독립운동가 흉상 이전 결정을 둘러싼 논란은 저마다 여야 간 정쟁과 진영 간 충돌로까지 번지면서 '현재 진행형'인 상황이다. 이 장관은 이들 사안 때문에 한때 탄핵 위기에 놓이기도 했다.
이 장관은 국회에서 자신에 탄핵소추안이 의결될 경우 '안보 공백'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단 판단에 따라 윤석열 대통령에게 사임 의사를 전했으나, 윤 대통령은 이를 사실상 수용하면서도 즉각 면직 처리하지 않은 채 후임 인선을 진행함으로써 이 장관이 쫓기듯 군문을 떠나는 모습은 피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장관은 이번 인터뷰에서 채 상병 사고에 대한 질의엔 "해병 전우의 안타까운 순직사고에 대해 여전히 아쉬운 마음이 남아 있다"며 "국가와 국민을 위해 헌신하다 순직한 채 상병의 명복을 다시 한 번 빈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진실이 왜곡되고 있는 점은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해병대 수사단의 (사고) 조사기록 일체가 경찰에 이첩·송부돼 수사가 진행 중인 만큼, 앞으로 모든 진상이 민간 수사기관과 법원에 의해 명명백백히 밝혀지고, 근거 없이 제기됐던 모든 의혹들도 해소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국방부 검찰단은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을 군형법상 항명 및 상관 명예훼손 혐의로 전날 재판에 넘겼다. 채 상병 사망 사고 직후 초동 조사를 담당했던 박 대령은 그 처리과정에서 국방부로부터 '외압'을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 대령 측은 채 상병 사고 처리 문제와 관련해 일부 국방부 관계자들을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에 고발했고, 야권에선 그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 여권 안팎에선 이 장관이 이임 후 일정기간 휴식을 취한 뒤 유럽이나 중동 지역 국가의 대사 등을 맡아 자신만의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이란 얘기도 흘러나온다.
이 장관은 재임 중 5차례에 걸쳐 마리우시 브와슈차크 폴란드 부총리 겸 국방장관과 회담하면서 총 15조원 규모의 방산 수출 계약에 일조했다는 평을 듣고 있다.
이 장관은 "이임 이후에 대해선 아직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며 "언제 어디서나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우리 군을 사랑하고 응원할 것"이라고 전했다.
pej86@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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