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뜩이나 안 팔리는데 규제까지"···CBAM 등장에 긴장하는 철강업계 [김기자의 헤비톡]

김경택 기자 2023. 10. 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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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 품목 탄소배출량 EU에 의무 보고해야
CBAM 대상품목 중 철강 89% 차지
무역협회 "K-ETS 비용도 인정 받아야"
국내 기업들, '수소환원제철'로 장기적 대응
포스코 포항제철소 2고로에서 한 직원이 용광로에서 쇳물을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 서울경제DB
[서울경제]

글로벌 철강 수요 부진에 이어 이달부터는 유럽에서 탄소국경조정세(CBAM)까지 시범 도입되며 국내 철강업계가 큰 고민에 빠졌습니다. 유럽이 국내 철강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늘고 있는 만큼 정부와 기업이 힘을 합쳐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업계에 따르면 유럽연합(EU)이 수입하는 철강·알루미늄·시멘트·비료·전력·수소 등 6개 품목의 탄소배출량을 의무적으로 보고하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가 이번달부터 시작됐습니다. 보고 의무를 준수하지 않을 경우 톤 당 10~50유로의 과태료가 부과될 예정입니다. 특히 2025년 말까지 전환기(준비기간) 이후, 2026년부터는 배출량만큼 CBAM 인증서를 구매해야 하기 때문에 대상 품목 수출 시 국내 기업들의 비용도 늘어날 전망입니다. 이에 국내 기업들의 시장점유율과 이익 역시 감소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CBAM 대상 품목 총 수출액 가운데 89%가 철강

이번 규제는 특히 철강업계에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대(對)EU 수출액 681억 달러 중 CBAM 대상 품목의 수출액은 51억 달러(7.5%)였습니다. 이 중 철강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89.3%(45억 달러)에 육박합니다. 국내 철강 수출 시장에서 유럽이 차지하는 영향력도 커지고 있습니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올해(1~8월) 전세계에 수출한 철강 약 1817만톤 가운데 EU 27개국과 영국에 판매한 물량은 265만 톤으로 14.6%를 차지했습니다. 2020년(9.3%)·2021년(10.5%)·2022년(13.5%) 등 꾸준한 상승세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유럽은 최근 에너지 가격 폭등으로 자국 내 철강생산이 줄었고, 주요 수입국이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도 전쟁으로 공급도 힘든 상황"이라며 "그 틈을 타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 국가의 철강 수출이 증가했다”고 분석했습니다.

경쟁력 약화 전 대응책 마련해야···K-ETS 인정 필수

CBAM 도입으로 산업계, 특히 철강업계의 글로벌 경쟁력 약화 가능성이 큰만큼 정부와 기업에서 관련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한국무역협회가 발표한 ‘미리 보는 EU 탄소국경조정제도 시범 시행 기간 주요 내용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기업과 정부는 CBAM 관련 세부내용이 공개될때까지 관련 입법 동향을 꾸준히 모니터링해야 합니다. 이에 맞춰 맞춰 탄소배출량에 대한 측정·관리 체계 역시 구축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정부에서는 우리나라 자체 탄소배출거래제인 K-ETS에서 지불한 비용을 CBAM 인증서 구입 시 조정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설명입니다.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서울경제DB
포스코·현대제철(004020), ‘수소환원제철’로 장기적 대응 나선다

포스코·현대제철 등 국내 철강 기업들은 EU에서 제시한 탄소중립 로드맵에 따라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방침입니다. 포스코는 지난해 8월부터 사내 TF를 운영하고 있으며, 현대제철 전략기획본부 산하 통상전략실을 통해 유럽 국가에 대한 세부적인 인증 획득하고 있습니다. 장기적으로는 석탄 대신 수소를 환원제를 사용하는 ‘수소환원제철’에 주력해 2050년까지 넷제로를 실현한다는 목표입니다. 포스코는 고로 등 기존 고유의 ‘파이넥스’ 유동환원로 기술을 기반으로 포스코형 수소환원제철 기술인 ‘하이렉스’ 상용화에 노력하고 있습니다. 현대제철은 2025년부터 탄소 함유량을 기존 대비 20% 줄인 저탄소 강판을 공급해 CBAM에 대응할 것으로 보입니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CBAM을 비롯한 탄소절감 및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해 기업에서는 추가적인 R&D 비용과 상용화까지 위험을 부담하고 있기 때문에 정부의 금융지원과 금융기관의 현실적인 협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김경택 기자 tae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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