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 神弓’ 임시현, 개인전 金 쐈다... 항저우 3관왕 등극
한국 여자 양궁의 ‘막내 에이스’ 임시현(20)이 항저우 아시안게임 3관왕에 올랐다.
임시현은 7일 중국 항저우 푸양 인후 스포츠센터 양궁장에서 열린 대회 양궁 리커브 여자 개인전 결승전에서 대표팀 동료이자 도쿄올림픽 3관왕 출신 안산(22)을 세트 점수 6대0으로 누르고 금메달을 따냈다. 임시현은 1~3엔드를 모두 따내며 손쉽게 승리했다. 안산은 단체전 금메달에 이어 은메달을 추가했다.
아시안게임에서 양궁 3관왕이 탄생한 것은 거리 별로 메달을 부여해 금메달이 12개나 걸려 있었던 1986년 서울 대회의 양창훈(4관왕) 현 여자 대표팀 감독 이후 37년 만이다.
지난 4일 이우석(26)과 혼성 금메달을 합작하고, 6일엔 안산·최미선(27)과 함께 여자 단체전 정상에 오른 임시현은 개인전 타이틀까지 따내며 이번 대회 세 번째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수영 김우민(자유형 400m, 800m, 계영 800m)에 이어 한국 선수단에서 나온 두 번째 3관왕이다.
임시현은 초등학교 3학년 때 활을 처음 잡았다. 운동을 좋아해 축구 선수를 해볼 생각도 있었는데 학교(강릉 노암초)엔 축구부 대신 양궁부가 있었다. 축구는 부상이 많다고 걱정하는 부모님 권유에 따라 멋있어 보이는 양궁을 하기로 했다.
그 뒤로는 축구 대신 양궁이 그의 인생이 됐다. 중학교도 양궁부가 있는 강원 원주시 북원여중으로 ‘유학’을 갔다.
엄마가 보고 싶어 외로운 마음을 훈련으로 달래다 보니 하루에 1000발씩 쏜 날도 있었다. 손에 감각이 없을 정도까지 시위를 당겼다는 그는 “어린 나이에 홀로서기를 해서인지 마음을 차분히 다스리는 법을 일찍 깨우친 것 같다”고 했다.
중학교 시절엔 전국 대회 성적이 신통치 않았다. 다행히 현장 실기 성적이 좋아 서울체고에 합격했을 때가 가장 기뻤던 순간 중 하나다.
서울체고 재학 시절엔 코로나로 대회가 열리지 않아 심적으로 고통을 겪었지만 혼자 야간 훈련을 하는 등 묵묵히 시위를 당겼다. 꾸준한 노력은 전국체육대회, 대통령기 등 1~3위라는 성과로 돌아왔다. 올해 쟁쟁한 선배들을 제치고 1위로 국가대표 선발전을 통과했다.
키 174cm인 임시현은 강한 활을 쓴다. 보통 여자 선수들이 쓰는 활은 장력이 38~40파운드 정도인데, 임시현의 활은 42파운드짜리.
지난 8월 베를린 세계선수권에선 여자 대표팀이 모두 개인전 8강에서 탈락하고, 단체전도 16강에서 패하는 등 ‘흑역사’를 쓴 가운데 임시현이 김우진과 함께 혼성 단체전에서 소중한 금메달을 선수단에 안긴 바 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