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 미국발 고금리 쇼크, '부채 폭탄'의 타이머는 눌러졌다
✏️ 뉴스쉽 네 줄 요약
· 지난 수요일,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가 16년 만에 최고치인 4.8%까지 치솟자 우리 국채 금리와 환율도 덩달아 상승하며 우리 금융시장은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 지난 9월 FOMC에서 고금리 장기화(Higher for Longer) 기조를 선언한 것은 전세계적 국채 금리 급등의 주요 배경입니다.
· 각종 인플레이션 관련 지표가 개선되고 있음에도 당시 미 FOMC가 더 오랜 기간 고금리를 유지하겠다고 발표한 건 미국의 중립금리가 전망치보다 더 높아졌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 미국의 중립금리 상승은 '제로금리시대'의 종언을 뜻하며, 민간 부채 디레버리징에 성공하지 못할 경우 임계치를 넘어선 부채 폭탄이 돼 우리 경제를 집어삼킬 수도 있습니다.
긴 연휴를 뒤로하고 맞이한 10월의 첫 거래일(지난 4일 수요일), 성적표는 처참했습니다. 우리나라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연 4.35%까지 상승해 지난해 11월 이후 가장 높았습니다. 달러 대비 원화 환율도 급등해 1,363.5원에 마감했습니다. 마찬가지로 지난해 11월 이후 최고치였습니다. 고금리‧고환율에 이어 주식시장도 충격을 피하지 못해 6개월 만에 코스피는 2,400선으로 하락한 채 마감했습니다.
겹겹이 들이닥친 충격의 진원지는 바로 미국입니다. 지난 수요일 기준으로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4.8%를 넘어서며 우리 금융시장에까지 영향을 끼친 것입니다.
FOMC에서 무슨 일이?
급격한 인플레이션을 막겠다며 미 중앙은행(연준)은 지난해부터 기준금리를 끌어올리며 긴축 조치를 이어왔습니다. 하지만, 생각보다 물가가 잘 안 잡히면서 이러한 통화긴축 기조가 길어질 것이란 전망이 시장에서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이는 지금과 같은 고금리가 오랜 시간 유지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런 우려는 미 재무부가 발행한 장기 채권(10년물 등)의 수요를 떨어뜨렸습니다. 여기에 더해 미 재무부가 3분기 국채 발행 규모를 7천억 달러에서 1조 달러로 확대(공급 증가)하면서 채권 가격은 하락하고, 대신 수익률(금리)은 오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미국 중앙은행(연방준비제도)의 9월 FOMC 성명 발표(9월 20일) 직후 상승세에 휘발유라도 부은 듯 미 국채 금리는 더 높게 치솟았습니다. 이런 급등세가 우리 금융시장에까지 충격을 주면서 '검은 수요일'을 초래한 것인데, 도대체 FOMC에선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Higher for Longer! : 긴축 장기화
다행히 지난 9월 FOMC에서는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상하지 않고 동결했습니다. 그런데 FOMC에선 금리 인상 여부만 논의하는 게 아닙니다.
FOMC는 1년에 딱 8번 열립니다. 지난 9월에 열린 FOMC는 6번째였습니다. 8번 중에서도 4번(3월, 6월, 9월, 12월)은 FOMC 참석자들의 경제전망(Summary of Economic Projections, SEP)을 공개합니다. 참석자들이 각자가 생각하는 내년, 내후년, 장기 전망 등을 점도표 형태로 표시하면 이를 회의가 끝나고 대중에 알리는 것입니다.
총 19명의 참석자가 각자 전망을 써 내려가지만, 시장에서는 이 전망치의 중간값을 통해 FOMC가 앞으로 금리를 얼마나 더 올릴지, 언제쯤 금리 인상을 멈출지, 언제부터 금리를 내릴지를 가늠합니다.
지난 6월에 나온 전망치의 중간값에 따르면, 미국의 기준금리는 올해 5.6% 수준에서 머물다가 내년에는 4% 중반까지 떨어지고 내후년에는 3% 수준까지 내려갈 것으로 예측됐습니다. 이를 토대로 지금과 같은 살인적인 고금리는 길어봤자 내년까지고, 향후 1~2년 안에 고금리 기조가 전환될 것으로 시장은 내다봤습니다.
하지만, 지난달 나온 전망치 중간값에는 큰 변화가 있었습니다. 내년과 내후년의 적정 기준금리 수준이 각각 0.5%씩 더 오른 것입니다. 이 전망대로라면 미국은 내년도 지금과 비슷한 5%대 기준 금리가 계속되고, 내후년으로 가더라도 상당 기간은 4%대 금리를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9월 FOMC에서 기준금리는 동결했지만, 고금리(긴축 조치)를 예상보다 더 오래 유지할 것(Higher for Longer, 고금리 장기화)을 사실상 선언하면서 시장에 충격을 준 것입니다.
'상승'의 도미노
이는 이미 높은 수준이던 미 국채(10년물, 20년물, 30년물 등 장기 채권 중심으로)의 금리를 더 밀어 올렸고, 가장 안전한 투자 대상인 미 국채의 금리가 오르자 시장은 요동쳤습니다.
미 국채의 금리(=수익률)가 오르면 당연히 달러화 자산으로 돈이 몰립니다. 원화 가치는 떨어지고 환율은 위협적인 수준으로 오릅니다. 또, 미 국채 금리가 높아지면 우리나라와 같은 주변국 국채 금리도 덩달아 오릅니다. '미 국채보다 안전성이나 수익률이 떨어지는 다른 나라 국채에 왜 투자해?'라는 의문이 시장에 퍼지면 순식간에 투자자로부터 외면받기 때문입니다.
우리 국채 금리가 오르면 도미노처럼 기업들이 발행하는 회사채나 은행들이 발행하는 은행채 등의 금리도 연쇄적으로 오릅니다. 이는 기업과 은행의 자금조달 비용 상승으로 이어지고, 결과적으로 기업과 가계 등 경제 주체가 그 부담을 나눕니다. 그렇기에 미 국채 금리는 바다 건너 우리에게도 매우 중요한 이슈인 것입니다.
"Higher Forever" : 제로금리시대의 종언
고금리 장기화(Higher for Longer)는 알겠는데, 그게 얼마나 오랜 기간인지를 따져보자는 것입니다. 이 질문에 대한 힌트 역시 지난달 있었던 미 FOMC에서 나왔습니다.
기준금리는 각 나라의 중앙은행이 금융기관에 돈을 빌려줄 때 받는 금리 수준을 뜻합니다. 이 금리에 기초해 시장의 수요와 공급에 따라 예금 및 대출 금리가 결정됩니다. 또, 기준금리는 앞서 살펴본 것처럼 국채나 회사채, 은행채 금리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때문에, 시장에서 얼마나 오랫동안 고금리가 유지될지를 가늠해 보려면 중앙은행의 기준금리가 언제쯤 정상 떨어질지를 알아야 합니다.
중앙은행의 가장 큰 책무는 물가안정과 완전고용입니다. 때문에, 중앙은행은 물가상승률 2%라는 목표를 실현하면서도 고용을 억누르지 않는 이상적인 금리 수준을 언제나 고민합니다. 이런 금리를 '중립금리(Neutral rate)'라고 부릅니다만, 이론적이고 추상적 개념이라 GDP나 물가지수처럼 파악(observation)할 수 없고 각자의 방식으로 추정(estimation)할 뿐입니다.
그럼에도 중립금리는 중요한 길잡이 역할을 합니다. 만약, 경제가 침체 위기에 놓여 있다면, 중앙은행은 중립금리보다 더 낮은 수준으로 기준금리를 설정해서 경기를 부양하는 데 힘씁니다. 요즘처럼 경기가 과열돼 물가가 너무 오른다면, 중앙은행은 반대로 중립금리보다 더 높은 수준으로 기준금리를 설정하는 긴축을 택합니다.
FOMC 참가자들의 '적정 기준금리 전망치(Longer Run FOMC SEP for the Fed Funds Rate)'의 중간값이 통상 미국의 중립금리로 여겨집니다. 이에 따라 2020년 이후에는 줄곧 중립금리는 2.5%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는 걸로 추정됩니다. 실제로, 코로나로 인한 팬데믹 위기 상황에서 미국은 중립금리보다 낮게 기준금리를 낮추며 '부양 카드'를 꺼냈고, 경기 과열로 인플레이션이 심화되자 지난해부터 중립금리보다 기준금리를 높여 '긴축 카드'를 택했습니다.
그런데, 지난 9월 FOMC에서 파월은 미국의 중립금리가 FOMC 전망치보다 더 높아졌다고 설명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파월의 발언이 굉장히 이례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파월은 그동안 중립금리의 구체적인 수준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경제 전문가들은 미국의 중립금리가 2.5%가 아니라 3~4%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처럼 중립금리가 올랐다는 것은 미국 경제가 정상화돼 긴축이 종료되더라도 기준금리는 과거와 같은 초저금리로 회귀하지 않고 중립금리 수준인 3~4%대에서 머물 것을 의미합니다. 줄곧, 중립금리에 대한 지적을 이어왔던 월스트리트저널(WSJ)도 FOMC 직후 "고금리는 영원히 지속될 것(Higher Interest Rates Not Just for Longer, but Maybe Forever)"이란 암울한 전망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안상우 기자 asw@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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