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성비 VS 짝퉁천국’ 논란의 중국 쇼핑앱, 조용히 한국 상륙[딥다이브]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쇼핑앱이 무엇일까요. 아마존이나 월마트가 아닙니다. 지난해 9월 출시 뒤 돌풍을 일으킨 ‘테무(Temu)’이죠. 이 테무가 유럽과 일본을 거쳐 올해 7월 한국까지 진출했습니다. 이미 국내 사용자 수 51만명(8월 기준)을 기록하며 조용히, 하지만 무섭게 성장하고 있는데요.
테무는 중국 3위 전자상거래 업체 핀둬둬(拼多多)가 운영하는 글로벌 시장용 플랫폼이죠. 중국산 싸구려 제품, 그거 한국 소비자가 얼마나 찾겠냐고요? 그렇게 방심할 일이 아닙니다. 핀둬둬는 ‘미친 가성비’로 중국 시장을 뒤흔들었고 이제 국경을 넘어 전 세계를 넘보고 있죠. 논란거리도 많은 기업, 핀둬둬를 들여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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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가장 잘나가는 쇼핑몰
중국 3대 전자상거래 플랫폼, 알리바바(Alibaba)와 징둥닷컴(JD.com), 핀둬둬가 지난 8월 나란히 2분기 실적을 발표했습니다. 알리바바는 전년 동기보다 13.9%, 징둥닷컴은 7.6%의 매출 성장을 기록했죠. 시장 예상을 뛰어넘는 호실적이었습니다.
그리고 핀둬둬는? 매출(523억 위안, 약 9조6400억원)은 66.3%, 순이익(131억 위안, 약 2조4200억원)은 47.4%나 성장했습니다. 가히 압도적인 성과이죠. 지금 제일 잘 나가는 온라인 쇼핑 플랫폼이 어디인지를 확실히 보여줬습니다.
더 빠른 배송과 더 다양한 제품. 다른 온라인쇼핑몰은 이런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힘을 쏟았지만 핀둬둬는 달랐습니다. 오직 한 가지에 집중했죠. 바로 가격. 더 싼 가격에 대한 소비자의 갈망은 끝이 없기 때문에 “항상 소비자의 기대를 뛰어넘는” 가성비로 승부한다는 전략이었는데요. 황정은 과거에 쓴 글에서 이렇게 밝혔습니다. “우리 어머니는 이미 부유하지만 식료품이나 휴지를 살 때 여전히 1~2위안 차이를 신경 씁니다. 핀둬둬의 사명은 소비자가 싸게 물건을 사는 과정에서 행복해질 수 있도록 보다 저렴하게 만드는 겁니다.”
기대 이상으로 싸게 파는 법
싸게 팔면 좋은 거야 누가 모르나요. 그게 어려우니까 못하는 거죠. 도대체 핀둬둬는 어떻게 남들보다 물건값을 더 낮출 수 있을까요.
일단 핀둬둬는 판매할 때 떼는 수수료가 거의 없습니다. 거래 수수료율이 0.6%이죠. 그마저 이를 거의 다 결제플랫폼(위챗페이, 알리페이)이 가져가기 때문에 사실상 핀둬둬 입장에선 남는 게 없죠. 그럼 핀둬둬는 뭐로 돈을 버냐고요? 이는 뒤에 다시 설명해 드리겠고요.
핀둬둬 가성비의 또 다른 비결은 공급망 혁신입니다. C2M(Customer-to-Manufacturer), 즉 소비자와 제조업체(공장)를 직접 연결한 모델을 도입했는데요. 중간 유통단계를 줄인 정도가 아니라 아예 없애 버린 겁니다.
핀둬둬는 이런 식으로 1500개 넘는 기업과 손잡고 맞춤형 제품을 4000개 넘게 출시했습니다. 핀둬둬에서 팔리는 인기제품 가격이 다른 어느 플랫폼보다 더 싼 이유도 C2M에 있습니다.
모바일 쇼핑은 검색 대신 추천
산둥성에 사는 전업주부 샤오메이를 핀둬둬 쇼핑에 빠지게 만든 건 위챗(중국판 카카오톡)으로 친구가 보내온 이 공동구매 제안 메시지였습니다. SNS를 활용한 ‘소셜 커머스’는 핀둬둬를 키운 또 다른 원동력인데요.
소셜커머스? 그거 한국에선 2010년 쿠팡·위메프·티몬이 하다가 접은 지 오래됐죠. 한물간 사업모델이라고 생각하실 텐데요. 2010년대 초반과 지금은 달라진 게 있죠. 이제 PC가 아닌 모바일 시대이고, 강력한 모바일 메신저 덕분에 사람을 쉽고 빠르게 모을 수 있는 겁니다. 위챗으로 공동구매 메시지를 보낸 건 자기 친구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쉽게 마음을 엽니다. 게다가 가격까지 무지 싸기 때문에 충동구매로 이어지기 쉽죠. 한 조사에 따르면 핀둬둬 공동구매 이용자의 40.9%는 “원래 살 마음이 없었는데, 저렴한 가격을 보고 괜찮은 딜이라고 생각해서 일단 사뒀다”고 답했습니다.
핀둬둬 앱 맨 위엔 다른 쇼핑몰과 달리 검색창이 없습니다. 아래로 내려가야 작은 검색 버튼이 있죠. 철저히 ‘검색 아닌 추천’ 중심인데요. 창업자 황정은 이렇게 설명합니다. “모바일 소비자는 PC시대 소비자와 다르게 행동합니다. PC보다 휴대폰에선 타이핑하는 게 번거롭죠. 이런 변화는 미미해 보이지만 실제론 소비자 행동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예컨대 검색을 예전보다 훨씬 덜하게 되죠. 소비 상황이 바뀌면서 새 모델이 요구되고 있고, 우리는 우연히 이 방향에 맞게 만들었습니다.”
참고로 해외용인 ‘테무’ 앱 맨 위엔 핀둬둬와 달리 검색창이 있긴 한데요. 대신 첫 화면에 소비자가 관심 있을 만한 상품을 알아서 척척 띄워줍니다. 무엇보다 그 화면을 아래로 넘기면 과장이 아니라 정말로 끝도 없이 새로운 제품이 계속 나옵니다. 화면을 마냥 넘기다 보면 헤어나오기 어려운 ‘추천 상품의 늪’에 빠진 기분입니다.
짝퉁은 가짜가 아니다?
거래 수수료가 고작 0.6%인데다 거기서 남기는 것도 없다면서 뭐로 돈을 버나 싶을 텐데요. 전체 매출의 72%가 온라인 마케팅, 즉 광고에서 나옵니다. 판매자가 핀둬둬 앱에서 더 잘 노출될 수 있게 광고해주면서 돈을 받는 거죠. 소비자에게 물건을 파는 게 아니라, 소비자 데이터를 판매업체에 파는 것. 이게 진짜 핀둬둬의 수익모델입니다. 요즘엔 아마존을 비롯한 이커머스 업체들이 점점 광고플랫폼이 되어가고 있죠. 이런 트렌드에서 가장 선두에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에 좀처럼 언론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창업자 황정이 2018년 핀둬둬의 나스닥 상장 직후 기자회견에서 두 시간 가까이 이 문제를 해명해야 했는데요. 이때 그의 이 발언이 두고두고 화제가 됐습니다. “모방품은 가짜가 아니다(山寨不是假货).”
유통기한 지난 분유나 가짜 배터리는 건강과 안전에 문제가 있으니 큰일이지만, 짝퉁 브랜드 TV 같은 건 소비자가 알면서도 싸게 사는 거니까 문제 없지 않냐는 식이었죠. 그는 되레 기자들에게 이렇게 되물었죠. “빅브랜드가 뭡니까? 왜 중국에서 만든 지 30년이 된 것도 여전히 카피캣(모방품)이라고 부를까요? 왜 중국 제품은 빅브랜드라고 할 수 없나요?”
나스닥 상장사 오너의 공식 발언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수준인데요. 다만 이후 핀둬둬가 모방품 단속을 강화하면서 지금은 예전처럼 노골적인 짝퉁은 많이 사라졌다고 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명품 로고를 베낀 가방, 지갑이나 ‘SHIERP TV’ 같은 전자제품(SHARP가 아님 주의)은 있다는군요.
참 상식과 어긋나는 점이 한둘이 아닙니다. 하지만 이런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테무’ 앱의 글로벌 이용자 수는 아주 무서운 속도로 급증하고 있습니다(3월 3700만명→7월 1억700만명). 미·중 갈등? 중국산 편견? 가치 소비? 다 어디 갔나요. 알고 보니 글로벌 소비자들에겐 그저 가성비가 최고의 가치였군요.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는 요즘, 오히려 테무는 더 잘 나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는데요. 다른 중국 브랜드보다 테무의 한국 진출을 걱정스럽게 바라보는 이유입니다. By.딥다이브
초저가 울트라 패스트 패션으로 세계를 휩쓸고 있는 중국 패션 브랜드 ‘쉬인’을 소개해드린 적 있죠(딥다이브 쉬인 편). 핀둬둬가 ‘테무’ 앱으로 해외 시장에 진출하면서 쉬인의 강력한 라이벌로 떠올랐습니다. 같은 제품이면 테무가 쉬인보다 더 싸게 판다고 하죠. 지금 두 업체는 미국에서 서로 소송을 걸며 다투고 있는데요. 정작 중국 의류 중소기업은 쉬인과 테무 덕에 수출이 늘어 신났다는 보도도 나옵니다. 초저가 유통시장에선 역시 중국을 당해낼 수 없는 건가 싶기도 한데요. 주요 내용을 요약해드리면
-중국 이커머스 시장의 후발주자, 핀둬둬의 성장세가 놀랍습니다. 2분기에도 66% 매출 성장을 기록했죠. 중국에서도, 미국에서도 가장 잘 나가는 전자상거래 업체입니다. 올 7월엔 한국에도 진출했습니다.
-핀둬둬는 소비자 기대를 뛰어넘는 극강의 가성비로 승부합니다. 제조 공장과 소비자를 직접 연결하는 C2M 전략이 효과를 발휘했죠.
-소셜커머스라는 고전적인 마케팅 방식도 통했습니다. PC가 아닌 모바일 시대 쇼핑은 검색보다는 추천이란 점을 간파한 건데요. 싼 제품을 충동적으로 구매하도록 유도하는 절묘한 알고리즘도 한몫 합니다.
-짝퉁 천국이란 불명예와 비인간적인 근무환경까지. 논란 많은 기업이지만, 이미 국경을 넘어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가성비 플랫폼의 진격은 당분간 계속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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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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