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아트 행행(行幸) 아티스트를 만나다] 2. 이웅철 작가
‘수원화성 미디어아트 시즌3 수원화성 행행(行幸)’이 6일부터 다음 달 4일까지 창룡문·동장대 등 수원화성 일원, 수원시미디어센터를 빛으로 물들인다. ‘만천명월: 정조의 꿈, 빛이 되다’를 주제로 내세운 미디어아트 작품들이 1795년 화성행차에 얽힌 사연들을 활발한 행보를 보여주는 미디어 아티스트들의 관점을 거쳐 창룡문의 외벽을 수놓는다.
참여한 작가들 가운데 두 번째로 만나볼 이는 이웅철 작가다. 그는 조각과 회화를 전공한 뒤 장르와 소재, 기술 영역을 다양하게 오가면서 세계와 이미지, 신체가 충돌하고 교감할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살펴 왔다.
특히 이 작가는 이번 프로젝트를 준비하면서 개인 작업뿐 아니라 서정원, 소마킴, 아하콜렉티브 등 참여 작가들 사이의 소통과 조율을 담당했다. 그는 “미디어 파사드 작업은 규모와 자본력을 바탕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 자칫 잘못하면 틀에 박힌 전형적인 결과물을 내놓게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그 점을 의식하면서 “때묻지 않은 신선한 보법으로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해왔던 젊은 신진 작가들의 개성을 살리면서도 기획의 방향성과 호응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이 작가는 ‘영원의 길 Eternal Road’에서 정조의 내면을 다루는 데 있어 조형 요소와 추상과 구상을 넘나드는 이미지로 재구성했다. 그는 “결국 정조가 걸어간 길을 추상화하는 과정이 중요했다. 초반부 나오는 도상들 역시 결국 길과 연결해 생각할 수 있는 이미지들”이라며 “낮과 밤의 시간뿐 아니라 사계절이 달라지고 주위의 풍경들이 스쳐가다가도 추상적인 감각을 건드리는 이미지들이 펼쳐지고 교차된다. 다채로운 방식으로 길을 표현하는 방식들이 계속되니 그 점을 염두에 둔다면 감상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작가는 창룡문 외벽이 좁고 길게 뻗어있긴 해도 가운데 아치형으로 뚫려 있는 부근의 넓은 영역을 중심으로 화면 요소를 배치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말한다. 그는 “지붕과 문, 벽돌 등이 만들어내는 분할 구조 덕분에 이미지를 분리해 투사했을 때 새롭게 발견되는 지점들이 엿보였기 때문에 재밌게 작업했다”고 부연했다.
이 작가는 늘 제자리에 머물러 있는 상태를 경계하고 있다. 그는 “예전부터 나만의 색채가 뚜렷하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연작이나 시리즈로 작품 세계를 이어가는 다른 작가들과 다르게 매번 작업이 새롭다”면서 “그때 그때 끌리는 요소에 집중하려고 하는 편이다. 다양한 걸 하는 것처럼 보여도 시간이 지나고 되돌아 보면 나의 색채가 묻어나는 지점들이 분명 보일 거고, 그 궤적이 나만의 세계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지는 그의 행보는 그의 말처럼 ‘예측 불가’다. 미디어아트 이후 진행될 개인전에서는 이번 작업과 완전히 결이 다른 작품들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 작가는 “매 작업의 시작과 끝에는 항상 새로운 마음이 기다린다. 언제나 다른 영역을 오가면서 작업을 해온 게 제 활동의 동력이 되는 셈”이라고 강조했다.
송상호 기자 ssho@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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