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몸 자전거' 논란 일자···美 위스콘신 '알몸 노출 금지' 입법 추진

세계 알몸 자전거 대회 참가자. 밀워키 저널 센티널 화면 캡처·연합뉴스

[서울경제]

미국 위스콘신주의 공화당 정치인들이 공공장소에서의 알몸 노출을 막는 입법을 추진한다.

지난 5일(현지시간) AP 통신 등에 따르면 공화당 다수인 미국 위스콘신주 상원은 공공장소에서의 알몸 노출을 금지하는 법안과 관련 공청회를 열었다.

법안은 2가지다. 하나는 이유를 막론하고 공공장소에서 알몸을 드러낼 경우 경범죄로 처벌하는 법안이다. 현행법은 공개 노출이 음란성을 띨 때만 범죄로 인정한다.

또 하나는 성인들이 의도적으로 옷을 입지 않고 참가하는 행사에 18세 미만 미성년자를 참여시키거나 관람을 허용하는 것을 불법으로 규정하는 내용이다. 경찰에 신고하는 목적 외에 알몸 상태인 아동을 촬영하는 것 역시 불법으로 간주한다. 이를 위반할 때는 최대 징역 9개월에 1만 달러(약 1천350만 원)의 벌금을 물 수 있다.

공화당 소속 상원 의원들이 발의한 이 법안은 지난 6월 위스콘신 주도(州都) 매디슨에서 열린 제13회 '세계 알몸 자전거 타기 대회(WNBR)'이 계기가 됐다. 이번 대회는 150여 명의 참가자와 수천 명의 관중이 모여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WNBR 조직위에 따르면 이 대회는 각자의 몸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형성하고, 친환경 교통수단인 자전거 타기를 장려하는 취지로 진행된다. 이 대회는 20여 년 전부터 세계 여러 도시에서 개최되고 있으며, 위스콘신주에서는 2010년 처음 열렸다.

다만 이번 대회에 참가한 한 10대 여성의 사진이 유포되면서 논란이 일었다. 이 여성은 신발과 헬멧 외에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모습이었다. 일부 시민들이 당국에 고발했지만, 관할 카운티 검찰은 "미성년자의 대회 참가가 주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할 뿐이었다.

매디슨 경찰 역시 유포된 사진이 음란한 목적을 띠지 않기 때문에 아동 포르노그라피 처벌에 관한 주법을 적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아동의 유해물 노출과 관련한 법도 적용할 수 없다는 유권해석도 덧붙였다.

앞서 매디슨 경찰은 제1회 WNBR 대회에 나선 일부 참가자에게 '무질서한 행위' 혐의로 경고장 10건을 발부한 바 있다. 그러나 매디슨 시의회는 이듬해 알몸 행사를 합법적인 '정치적 항의'로 허용하는 조례를 제정했다.

공화당 소속 정치인들은 반발하는 분위기다. 톰 티파니 연방하원의원(65·공화·위스콘신)은 지난달 의회 청문회에서 메릭 갈랜드 미국 법무장관에게 "이런 문제에 대해 어떤 대책을 가졌는지" 따져 묻기도 했다.

해당 법안을 발의한 크리스 카펜가 공화당 상원의장은 "결코 웃어넘길 일이 아니다"며 "공개석상에서 성기를 노출하는 것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 어린이가 알몸으로 거리를 활보하는 것도 이 모습을 사진 찍는 것도 안 된다"고 지지를 당부했다.

반면 민주당 측은 이런 규제가 공연·행사 유치를 어렵게 할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김은미 인턴기자 savou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