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수요 증가에 대비해야 [FN 재계노트]

파이낸셜뉴스 2023. 10. 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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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녹영 대한상공회의소 탄소중립실장

FN 재계노트는 재계에서 주목하는 경제 이슈와 전망을 전문가 시각에서 분석하고, 이를 독자들에게 이해하기 쉽도록 풀어쓴 글입니다. <편집자주>

지난 8월 7일과 8일 이틀 연속으로 특정 시간대의 최대 전력 사용량을 나타내는 '전력 총수요(Peak demand)'가 100GW(기가와트)를 넘어섰다. 전력 총수요가 100GW를 넘어선 것은 전력수급 역사상 처음이다. 2007년 7월 57.9GW였던 전력 총수요가 16년 만에 2배 수준으로 증가한 것이다. 올해 초 정부가 발표한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는 2036년 최대전력수요를 135.6GW로 산정했다.

그런데 앞으로 전력수요가 더욱 가파르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지난 3월 전국 15개 지역 '국가첨단산업단지' 조성을 발표해 2026년까지 반도체·미래차·이차전지·로봇·디스플레이·바이오 6대 분야에 550조원의 기업 투자가 이루어진다. 특히 경기 용인 남서쪽에는 2042년까지 삼성전자가 300조원을 투입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첨단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가 구축된다. 여기에만 10GW 이상의 전력이 필요한데 최근 운영허가를 받은 신한울 2호기(1.4GW급) 7기분과 맞먹는 전력량이다. 용인 남동쪽에는 이미 SK하이닉스가 총 120조원 규모를 투자해 반도체 생산공장 4기를 건설하고 있고, 2027년부터 첫 공장이 가동된다.

최근 디지털 전환의 가속화, 빅데이터, 클라우드, 인공지능(AI) 산업 등의 확대로 데이터센터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정부는 올해 초 2022년 9월 147개였던 데이터센터가 2029년까지 637개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여기에는 41GW 전력이 필요하다. 산업구조의 전환과 첨단산업의 급성장 속에서 전력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탄소중립 이행과정에서도 전력수요 증가는 불가피하다. 우리나라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에서는 2050년 전력수요가 2018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에너지원 상당 부분이 전기로 전환될 예정이다. 내연기관차가 전기차로, 산업부문에서는 기존 화석연료 공정설비가 전기설비로 전환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철강업종은 석탄을 이용한 고로 공법을 전기로나 수소환원제철공법으로 전환하면서 훨씬 많은 전력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포스코는 고로공법에서 나오는 부생가스를 연료로 활용해 전력의 70% 이상을 자체 조달하고 10%정도만 한전에서 끌어 쓰고 있는데, 앞으로 수소환원제철공법에서는 외부에서 대부분 전력을 끌어와야 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앞으로 폭증하는 전력수요 증가를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2018년 전원별 발전량 비중은 석탄 41.9%, LNG 26.8%, 원자력 23.4%, 신재생 6.2%, 기타 1.7%이다. 2050년까지 전력수요가 2배 이상 증가한다면 현 발전량 비중을 유지하는데도 2배의 발전설비가 필요하다. 탄소중립을 위해 석탄과 LNG를 줄여야 하는 상황이므로 원자력과 신재생에너지를 더욱 큰 폭으로 늘려야 한다. 원전이냐 재생에너지냐 논쟁할 때가 아닌 것이다.

앞으로 무탄소 전력을 저렴하고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느냐는 산업 경쟁력을 넘어 국가 경쟁력의 지표가 될 것이다. 이를 위해 우선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전력수요 전망을 꼼꼼히 반영해 잘 수립해야 한다. 원전과 재생에너지의 확대를 위해 지속가능한 생태계를 조성하고,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리시설과 전력계통을 대폭 확충해야 할 것이다. 청정수소와 혁신형 소형모듈원자로(SMR) 상용화에도 박차를 가해야 한다. 아울러 전력공급을 계속 늘리기 이전에 전 국민이 동참해서 전력소비를 줄이는 노력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김녹영 대한상공회의소 탄소중립실장

※이 글은 필자의 주관적인 견해이며,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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