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반 입대' 아이돌 뒤에 '곰신' 프로듀서···온앤오프의 특별한 파트너십 [허지영의 케해석]
주목할만한 케이팝 아티스트, 허지영 기자가 케-해석 해봤습니다!
2021년 12월, 어느 보이그룹 팬카페에 공지 한 건이 떴다. 이 공지는 팬들을 단숨에 충격에 빠트렸다. '동반 입대'라는 어마어마한 키워드를 품고 있던 탓이었다. 다소 극단적인 선택임을 소속사도, 팬도 모두 알았다. 그러나 선택은 온전히 멤버들의 의지였다. 이유는 확고했다. '그룹 활동의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함'이다. 본디 보이그룹은 멤버들이 순차적으로 입대한다. 한 명이라도 입대한다면 완전체 공백은 불가피하므로 돌아가며 그룹을 지키는 것이다. 그러나 온앤오프는 달랐다. 일본인 멤버 유를 제외한 다섯 명이 2주 간격을 두고 동시에 입대했다. 전무후무한 아이돌 그룹 동반 입대. 이들은 왜 이런 선택을 한 걸까.
◇드라마도 ‘동반 출연’하던 그들, 아이돌 최초 동반입대까지 = 지난 2017년 8월 미니 1집 '온앤오프(ON/OFF)'로 데뷔한 온앤오프는 효진·이션·엠케이, 제이어스, 와이엇, 유로 구성돼 있다. 5년 간 탄탄하게 커리어를 쌓아오던 이들은 유를 제외한 다섯 명이 함께 입대하며 ‘돌판’에 화제를 뿌렸다. 심지어 와이엇과 제이어스는 아예 같은 부대로 입대했다. 그 길로 막내 유는 ‘곰신(고무신)’을 신었다. 유가 1년 6개월간 묵묵히 아무도 없는 숙소를 지키며 멤버들이 휴가를 나올 때마다 살뜰히 챙긴 일화는 팬들에게 유명하다.
온앤오프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이라면 동반입대가 유별나 보일 수도 있지만, 온앤오프의 ‘의리’는 팬들 사이에서 익히 알려진 바다. 이들은 데뷔 7년 차인 지금도 숙소 생활을 한다. 엠케이가 연습생 시절부터 작곡을 시작했고 메인 보컬인 효진도 다수의 드라마 OST에 참여하는 등 각자의 재능과 개성이 뚜렷함에도 개인 활동도 거의 하지 않았다. 5년이라는 짧지 않은 활동 기간에도 불구하고 으레 멤버들 한 명씩은 도전할 법한 솔로 앨범·배우 활동 등이 없다. 솔로 앨범은 효진이 복무 중 발매한 디지털 싱글 '너를 사랑하는 일 (Love Things)'이 유일하고, 다른 멤버들은 솔로곡을 완전체 앨범에 싣는 식이다. 연기 도전은 한 번 있었는데, 한 드라마에 멤버 전원이(!) 출연했다. 지난 2020년 G마켓 웹드라마 '들어가도 될까요 (Can I Step In)'에서다. 멤버 와이엇이 친구들을 불러 한 집에서 생활하는 내용으로, 형식은 웹드라마였지만 멤버들의 전원 출연과 내용으로 인해 마치 리얼리티를 연상케 했다.
요새는 흔해진 유닛 활동조차 한적이 없다. 온앤오프는 감성적이고 밝은 음색을 내세운 온(ON)팀(효진·이션·엠케이)과, 카리스마 있는 퍼포먼스를 내세운 오프(OFF)팀(제이어스·와이엇·유)으로 구성돼 있다. 보컬과 퍼포먼스 두 가지 측면에서 완벽함과 조화를 추구한다는 목표. 유닛 활동하기 딱 좋은 콘셉트이지만 따로 활동한 적은 지금까지 없다. ‘완전체 그룹’을 지키기 위한 집념 그리고 서로에 대한 신뢰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사례다.
◇프로듀서도 함께 곰신···제대까지 보이그룹 곡작업 안 해 = 온앤오프의 입대로 곰신을 신은 사람은 멤버 유뿐만이 아니었다. 온앤오프의 명곡을 책임져 팬들로부터 ‘황버지’라는 별명을 얻은 프로듀서 황현도 온앤오프의 제대를 기다린 것이다. 그는 2014년 결성된 프로듀싱팀 모노트리(MonoTree)의 대표 프로듀서다. 2017년 온앤오프의 데뷔곡 '온앤오프'부터 그룹과 함께한 그는 '컴플리트(Complete) (널 만난 순간)', '사랑하게 될 거야', '스쿰빗스위밍', '뷰티풀 뷰티풀', '춤 춰 (Ugly Dance)', '여름 쏙', '구스범스', 그리고 신곡 '바람이 분다'까지 온앤오프의 전 앨범을 진두지휘했다.
황 PD는 온앤오프가 제대할 때까지 보이그룹 곡은 거의 작업하지 않았다. 그리고 온앤오프가 제대하자마자 신보 '러브 이펙트 (LOVE EFFECT)' 작업에 착수했다. 최근의 K-팝 작곡 트렌드는 해외 프로듀서들이 모여 송캠프 등을 통해 트랙을 쌓아 나가는 형식이다. 이에 빗대어 본다면 이들의 의리는 놀랍다. 단일 프로듀서와 그룹이 7년간 합을 맞춰 그룹을 끌어 나가는 건 K-팝 역사에서 찾아보기 힘든 경우다.
◇ 군백기 대폭 ‘단축’···'군필돌'로 산뜻한 새출발 = 동반 입대는 효과가 있었다. 타 보이그룹이 기본 2년 이상 군백기를 가지는 데 비해 이들은 1년 10개월 만에 공백기를 끝냈다. 입대 직전 발매한 미니 6집 '구스범스' 기준으로, 복무 중 발매한 스페셜 앨범 '스토리지 오브 온앤오프(Storage of ONF)' 발매를 기준으로 하면 공백기는 1년 2개월에 불과하다. 지난 6월 26일 제이어스와 와이엇의 전역을 마지막으로 멤버들은 즉시 신보 작업에 들어갔고, 약 3개월 뒤인 지난 4일 미니 7집 '러브 이펙트'를 발매했다. 타이틀곡 '바림이 분다'부터 수록곡 4곡까지 모두 황현 프로듀서와 함께 작업해, K-팝 팬이 기억하는 온앤오프의 정체성을 이질감 없이 재현했다.
신보에는 온앤오프가 지난 1년 6개월 동안 느낀 감정과 성장을 고스란히 담았다. 온앤오프는 서로를 향한 그리움, 팬들에 대한 사랑, 무대를 향한 열정 등 군백기를 거치며 느꼈던 복합적인 감정을 '사랑'이라는 주제로 묶었다. 공백기를 겪으며 손에 잡힐 듯한 그리움을 음악과 무대에 녹여냈다. 노랫말도 이들의 상황을 착실히 반영했다. 길었던 밤은 안녕 / 내가 불을 켤게 / 너라는 계절 그 너머로 사랑이 분다
한 차례 고난을 넘은 멤버들은 '제2막'과 '초심'을 함께 언급했다. 7년 전 데뷔하던 그때처럼 초심을 잃지 않고 제2막을 열겠다는 다짐이다. 2021년 발매한 네 장의 앨범은 발매할 때마다 커리어 하이를 달성해 온앤오프는 그 해에만 초동 신기록을 네 번 갈아치운 그룹이 됐다. 명백한 전성기다. 그런 상황에서 동반 입대를 결정한 멤버들의 각오는 그때도 지금도 남달랐다. 와이엇은 앨범 발매 쇼케이스에서 "이 무대에 올라오기 전에도 데뷔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앞으로도 초심을 잃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코로나19 확산 당시 전성기를 맞은 그룹이라 무대와 팬들에 대한 욕심도 컸다. 해외 투어, 단독 공연 등 이루고 싶은 꿈은 데뷔 때도 지금도 여전히 많다는 설명이다.
전성기에 공백기를 맞아 아쉬운 마음은 앞으로의 활동으로 극복해 나갈 예정이다. 신보 '러브 이펙트'는 국내 최대 음반 판매 사이트 핫트랙스에서 앨범 예약판매 부문 실시간 차트 1위에 올랐으며, 타이틀곡 '바람이 분다'는 발매 당일 국내 음원 사이트 벅스 실시간 차트 1위를 기록하며 뜻깊은 제2막의 시작을 알렸다. 이 밖에도 그룹은 리얼리티 '제대로 가보자고'를 공개하는 등 다양한 활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변화무쌍한 K-팝 시장에서 묵묵히 그들만의 역사를 쌓아가는 온앤오프가 그릴 청사진이 기대된다.
허지영 기자 heol@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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