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쇼핑몰 총기 난사범 사용한 ‘블랭크건’…도대체 뭐길래?

태국 전역에 만 개 이상 ‘유통 중’

태국 경찰이 총기 난사 사건이 일어난 쇼핑몰에서 범행이 쓰인 총기를 수거하고 있다. 사진 로이터 연합뉴스

지난 5일 태국 경찰은 방콕 시암파라곤에서 총기를 난사해 사망자 2명과 부상자 5명을 낸 14세 소년이 사용한 권총과 탄약을 판매한 혐의로 세 명의 남성을 체포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총기 난사 범인이 사용한 총은 블랭크건(공포탄 전용 총기)이다. 이번에 체포된 판매상은 블랭크건을 간단히 개조해 실탄을 발사할 수 있도록 만들어 판매했다.

범죄자들을 향한 경고 사격용이나 레저용으로 쓰이는 블랭크건은 격발 시 실탄이 발사되지 않고 소리와 화염만 나는 공포탄 전용 총기다. 태국에서 일반 총보다 제한이 적고 쉽게 수입하고 등록할 수 있다. 반면 치명적인 무기로 바꿀 수 있고 실제 총보다 추적하기 어려워 불법 무기 관리 사각지대를 불러일으킨다.

태국 경찰 대변인은 블랭크건이 태국 전역에 10,000개 이상 유통되고 있으며 당국은 총기 판매 금지를 포함해 통제를 강화할 계획을 발표했다.

블랭크건에 대한 불법 사용은 이미 여러 나라에서 문제가 된 바 있다. 지난해 남아프리카공화국, 뉴질랜드, 영국 언론들은 자국 내 경찰들의 블랭크건 총기 사용이 증가하고 있다며 우려를 전했다.

실제로 블랭크건은 아시아 주요 온라인 업체 사이트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다. 문제는 블랭크건이 권총의 복제품이라고 할 만큼 흡사한 구조로 되어 있어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점이다.

AP통신에 따르면 5일 체포된 블랭크건 개조 판매 혐의를 받는 판매자 3인은 아버지와 두 아들로 태국 얄라 지방에서 체포됐다. 남성들의 집을 수색한 결과 블랭크건, 수백 개의 블랭크건 총알이 발견됐다.

태국 최남단의 얄라 지방은 거의 20년 동안 무슬림 분리주의 반란의 현장이었다. 무기 수요가 특히 높으며 과거 정부가 반군에 대항하기 위해 주민들에게 총기 배포를 장려한 지역이기도 하다.

태국에서 총기 불법 소지에 대한 처벌은 징역 1년에서 10년에 처하며 최대 20,000바트(한화 72만 8,800원) 벌금형에 처해진다. 현지 전문가들은 엄격한 총기 소지 면허법이 있긴 하지만 블랭크건의 등록 절차가 어렵지 않다고 전한다.

호주 시드니 대학 연구 프로젝트 GunPolicy(건폴리시)에 따르면 태국은 아시아에서 총기 소유 수준이 높은 국가 중 하나다. 동남아시아에서 총기 관련 사망자가 필리핀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지역이기도 하다.

이유진 기자 8823@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