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누구도 아닌 김종규이기에 가슴을 울리는 메시지 “대한민국 농구는 지금이 끝이 아닙니다” [항저우AG]

민준구 MK스포츠(kingmjg@maekyung.com) 2023. 10. 7. 09: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농구는 지금이 끝이 아닙니다.”

대한민국 남자농구 대표팀은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을 최종 7위로 마무리했다. 1982 뉴델리아시안게임 이후 41년 만에 원정 금메달을 기대했으나 현실은 참혹했다.

이해하기 힘든 선수 선발 과정, 기간만 길었던 어설픈 준비 과정, 그리고 시대에 뒤떨어지는 전술 선택 등 대한민국 농구의 민낯을 확실히 드러낸 것이 바로 항저우아시안게임이었다.

사진=김종규 SNS 캡쳐
팬들의 비난, 비판은 당연했다. 단순히 결과가 나빠서가 아니다. 2.5~3군 수준의 일본에 단 1초도 앞서지 못하며 완패했던 것, 그리고 중국과 이란에 무기력하게 무너진 것 등 과정조차 좋지 못했다.

추일승 감독과 대한민국농구협회의 무능함에 대한 비판이 주를 이뤘지만 선수들을 향한 부정적인 시선도 적지 않았다. 결과를 내지 못했다는 것, 이에 대한 책임은 피하기 힘들었다.

대표팀 선수들 역시 아쉬움이 큰 상황이다. 겉으로 봤을 때도 문제가 많았던 대한민국농구협회의 행정, 그리고 대회 준비 과정을 내부에서 직접 체감한 건 선수들이다. 결과에 대한 책임은 함께 나눠야 하지만 이전 준비 과정에서 느낀 불합리함, 그리고 부족한 지원은 그들의 책임이 아니다.

이미 대회 기간 동안 허훈이 간접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 패배의 책임을 떠안으면서도 분명 변화가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수차례 남겼다. 김선형도 마찬가지. 공식 인터뷰를 하지 못한 선수들 역시 아쉬움이 큰 만큼 반드시 지금보다 더 나아져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때 김종규는 SNS를 통해 진심을 담은 메시지를 전했다. 그는 국가대표, 태극마크가 주는 무게감에 대해 설명하면서 앞으로 대표팀 유니폼을 입을 후배들을 위해 변화가 필요하다는 내용의 글을 적었다. 더불어 대한민국 농구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 누구도 아닌 김종규이기에 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는 경희대 재학 시절이던 2011년부터 국가대표로 활약, 13년간 태극마크를 품고 국제대회에 출전했다. 큰 부상이 아닌 이상 항상 부름에 따랐고 묵묵히 제 역할을 해냈다. 국가대표 커리어만 보면 현재 12인 중 최고참이다.

심지어 김종규는 추 감독에게 선택받지 못한 선수 중 한 명이었다. 오세근의 컨디션이 괜찮았다면 항저우아시안게임에는 김종규가 아닌 그가 나서기로 결정되어 있었다. 대표팀의 부름이 있을 때마다 마다하지 않고 달려갔던 김종규에게 이러한 일은 큰 상처였을 터. 그럼에도 그는 대회 내내 제 역할을 부족함 없이 해냈다.

김종규는 그 누구도 쉽게 할 수 없는 어려운 일을 해냈다. 무너져가는 대한민국 농구를 살리기 위해 직접 나섰다. 물론 그의 진심을 담은 메시지가 큰 변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클지는 알 수 없다. 대한민국농구협회 역시 문제점을 알고 있다. 다만 현실적인 문제, 기본적인 재정부터 갖추지 못했으니 해결할 수가 없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선수들의 이러한 의지, 노력은 분명 영향을 줄 것이다. 아니 그렇게 되기를 바라야 한다.

13년간 거의 쉬지 않고 국제무대를 누빈 김종규. 그가 대한민국 농구계에 던진 메시지는 큰 울림이 되어 돌아와야 한다. 사진=대한민국농구협회 제공
다음은 김종규의 SNS 게시글 전문이다.

대한민국 농구를 사랑해주시고 응원해주신 팬분들 정말 감사하고 죄송합니다.

스물한살부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이 자리가 가볍다고 생각하지 않았고 항상 부담스럽고 힘든 자리였습니다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자리도 아니었고 하기 싫다고 할 수 없는 자리도 아니였습니다 혹시라도 마지막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최선을 다해보려고 노력했지만 정말 많이 부족하다는 걸 느꼈습니다.

염치없지만 제가 부탁드리고 싶은 부분이 있습니다... 대한민국 농구는 지금이 끝이 아닙니다. 우리는 지금 반성해야 하고 무엇이 잘못됐는지 뼈저리게 느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대한농구협회는 후배들을 위해 조금 더 도와주세요..!

많은 것을 바라지 않습니다. 조금 더 신경 써주시고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다음은 우리 선수단이 하겠습니다..!

죄송하고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민준구 MK스포츠 기자]

[ⓒ MK스포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MK스포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