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자리 잃어가는 '동네책방' 살릴 방법은?
"책방도 트렌드 맞게 변신해야, 발길 끄는 콘텐츠 필요" 주장도
(김해=뉴스1) 이현동 기자 = 독서 환경의 변화로 인해 오프라인 서점들이 점차 설 곳을 잃어가는 가운데 경남 김해시가 ‘책의 수도’를 표방하고 있는 만큼 지역 동네책방에 대한 실질적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고 있다.
김해는 지난 2007년 ‘책 읽는 도시’로 선포됐다. 매년 ‘올해의 책’ 선정·발표, 작은 도서관 지원·보급, 독서대전 유치, 독서 릴레이, 메타버스 도서관 구축 등 책과 관련해 다양한 사업을 펼쳐오면서 독서 장려 및 문화 확대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책 읽는 도시에서 이제 우리나라 ‘책의 수도’로 거듭난 김해지만 지역 서점이나 동네책방들이 겪고 있는 현실은 굉장히 열악하다.
여기서 ‘동네책방’이란 통상적으로 비교적 규모가 작고 개성이 강한 서점을 뜻한다. 대규모 자본이나 큰 유통망에 의지하지 않으며 서점 주인의 취향대로 꾸며진다는 점이 특징이다. 가벼운 소재의 글, 특이한 디자인의 책 등 시중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독립출판물’을 판매하기도 한다.
김해의 경우 ‘김해시 독서문화 진흥 조례’에 근거해 △출입구를 별도로 하는 방문 매장을 운영하는 곳 △업태는 ‘소매’, 종목은 ‘서적’으로 등록된 곳 △전시·판매 면적이 전체 바닥면적의 51% 이상인 곳 △다른 업종과 겸업할 경우 서적을 90% 이상 취급하는 곳을 동네책방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런 책방들의 설 곳이 사라지는 가장 큰 원인은 단연 책을 둘러싼 환경의 변화다. 굳이 서점에 직접 가지 않아도 온라인으로 책을 구매하거나 볼 수 있는 시스템·플랫폼이 너무나 많이 등장했고, 코로나19 팬데믹도 이 업계 불황을 앞당겼다.
사람들이 책 자제를 잘 읽지 않는 경향도 두드러지고 있다. 통계청의 가계동향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가구당 월평균 도서구입비 실질금액은 약 1만 원으로 전년 대비 10.1% 감소했으며 독서인구비율(13세 이상)은 2013년 62.4%, 2015년 56.2%, 2017년 54.9%, 2019년 50.6%, 2021년 45.6%로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나타나는 이런 시대적 변화 탓에 많은 동네책방이 운영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으며 버티지 못하고 결국 문을 닫는 서점도 있다. 김해의 경우 실제로 2017년, 2019년 각각 문을 연 동네책방 두 곳이 3~4년간 운영하다가 폐업했다.
이와 같은 동네책방들은 책 판매뿐만 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인문학 강의나 소모임, 작가와의 만남 등 행사를 꾸준히 진행하며 지역 내 독서 분위기 조성에 크게 일조하고 있다. 따라서 서점 이상의 ‘문화공간’인 이들을 지자체 차원에서 뒷받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해에는 현재 26곳의 동네책방이 지정돼 있으며 2017년부터 동네책방 활성화 사업을 펼쳐오고 있다. 여기에는 도서 구매 시 우선 계약 체결, 독서문화 프로그램 지원, 동네책방 인증 등의 사업이 포함돼 있으나 대부분은 이를 긍정적으로 체감하지 못하고 있는 분위기다.
10년 가까이 혼자 책방을 운영 중이라는 A씨는 “사실 몇 번이고 책방 운영을 그만둬야 하나 고민했었다. 책 판매만 해서는 수입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인문학 강의나 공부 모임 등을 하며 알게 된 사람들의 후원 덕분에 버티고 있다. 물론 동네책방 지정 제도 덕분에 도서관 등에 납품을 할 수 있어 도움은 되지만 현 상황을 유지하는 수준”이라고 털어놨다.
학교 앞에서 서점을 수년째 운영 중인 B씨 역시 “약 10년 전과 비교하면 매출이 3분의 1 정도 되는 것 같다. 지역에서 작은 서점을 운영하는 일이 정말 힘들다는 것을 요즘 들어 크게 느끼고 있다”며 “시에서 여러 노력을 하고 있다는 것은 알지만, 실제 현장에서 책방지기들이 뭘 힘들어하고 원하는지를 파악해서 실질적 지원이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이를 두고 시 인재육성지원과 관계자는 “지역 서점들이 운영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지만, 아무래도 서점 역시 ‘판매’를 기본으로 하는 사업장의 한 종류이다 보니 그분들이 원하는 ‘직접적 지원’을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다른 업종과 형평성에 맞지 않을 것”이라며 “시의 정책 방향도 판매보다는 문화시민 양성, 독서문화 장려다. 이를 바탕으로 강연·모임을 지원하는 사업을 늘리고 현장 목소리를 반영해 책방들이 활력을 되찾을 수 있도록 꾸준히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생존을 위한 책방들의 독자적인 노력 역시 뒤따라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김해시의회 김유상 의원은 “김해는 ‘책 읽는 도시’이기 때문에 책을 만나는 곳이자 문화공간인 책방을 살리고 도와야 한다는 점은 이견이 없을 것”이라면서도 “지자체의 지원만 뒤따른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는 아니고, 책방도 트렌드에 맞게 변신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카페나 놀이공간이 함께 있는 책방 등 사람들의 발길을 끌고 찾아오게끔 만드는 콘텐츠가 있어야 한다. 시대의 흐름이 변화하는 것에 대해 지역사회 모두가 함께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lhd@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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