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연고 탈북민을 위한 작은 추모제

김윤미 2023. 10. 7. 08:04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 김필국 앵커 ▶

탈북민들 중에는 가족을 동반하지 않고 홀로 국경을 넘은 이들이 적지 않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들이 세상을 떠나면 무연고 탈북민으로 분류돼 봉안 시설에 임시 안치된다고 합니다.

◀ 차미연 앵커 ▶

나중에 가족이 찾으러 오거나, 통일이 돼 가족을 만날 때까지 임시로 맡아주는 건데요.

추석 명절을 맞아 열린 무연고 탈북민들을 위한 작은 추모제 현장에 김윤미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 리포트 ▶

추석을 앞두고 소박한 제사상이 차려졌습니다.

남한에서 가족도 없이, 홀로 살다가 무연고로 사망한 탈북민들을 기리는 합동추모제입니다.

[남북하나재단 관계자] "지금부터 북한 이탈 주민 무연고 사망자 합동 추모제를 진행하겠습니다. 어렵게 살다가 외롭게 돌아갔을 무연고 탈북민들의 삶을 생각하면서 잠시 묵념하는 시간을 갖겠습니다. 일동 묵념"

추모의 자리엔 전국 각지에서 모인 탈북민 30여 명이 함께 했습니다.

생전에 얼굴 한 번 본 적 없고 어떤 삶을 살았는지도 모르지만, 이들은 같은 고향 같은 추억을 가졌을 고인 위해 정성껏 향을 비우고 술을 올립니다.

[참석자] "가지 말라고 향도 잘 안 붙네요." 살아서는 힘들었고 죽어서는 외로운 불쌍한 탈북민 영혼들이시어 이승과 저승에서 얼마나 힘들고 외로웠습니까 이승에 대한 믿음도 외로움도 모두 훌훌 털어버리고 자유롭게 날아가십시오 이곳 고양시 봉안당에는 68기의 무연고 탈북민 유골이 안치돼 있습니다.

남한에 직계 가족이 없어 시신을 인계받을 수 없거나 가족이 있더라도 자녀가 너무 어려 장례를 치를 수 없는 경우 정부가 대신 장례를 치뤄주고 유골을 임시로 맡아주는 겁니다.

[남북하나재단 관계자] "무궁화 추모공원이라고 충남 논산에도 또 있습니다. 여기에도 저희가 탈북민들 유골을 좀 모시고 있고요. 통일이 되거나 유가족이 나중에 한국에 들어왔을 때 유가족에게 인계하는 그런 사업들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날도 또 한 명의 무연고 탈북민이 들어왔습니다.

38살, 꽃다운 나이의 청년이 병마에 쓰러졌습니다.

[김재숙/남북하나재단 부장] "여러 가지 활동을 많이 했는데 안타깝게도 이제 백혈병으로‥ 남한 사회 생활이나 이런 게 녹록지 않으니까 거기서 오는 질환들이 좀 많이 것 같아요. 대표적으로 암 발병률이 높습니다."

탈북민들 중에는 세월이 흘러 이곳에서 노환으로 세상을 떠난 사람들도 있지만, 남한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범죄의 피해자가 되어 안타깝게 숨진 사람들도 많습니다.

(왜 이렇게 젊은 분들이 많으세요?) "이런 분들도 젊습니다. 네 젊은 사람들이 많습니다."

4년 전 탈북민 어머니와 함께 집안에서 숨진 채 발견된 6살 김 모 군도 이곳에 잠들어 있습니다.

모자는 남한에서 기초생활수급과 한부모가족 등의 지원을 받을 수 있었지만 어찌된 일인지 복지 대상에서 빠져 있었습니다.

사회 안전망이 구축돼 있다고 해도 여전히 현실과는 거리가 있고 탈북민들이 스스로 도움을 청하기에는 세상의 벽이 높았습니다.

[탈북민] "대화는 통하는데 말이 통하지 않는 우리 말, 무슨 말을 했는데 못 알아들어요. 그리고 이상한 눈빛으로 봐요. '어디 사람이지 연변에서 오셨어요?' 그러면 저는 '북에서 왔어요' 하는데 그렇게 말을 못하는 분들이 너무 많아요. 이색적인 시선 때문에 자존감이 떨어지는 거죠."

언제든 이곳에서 혼자 죽을 수 있다는 공포가 현실이라고 탈북민들은 말합니다.

[이영철/탈북민] "저도 무연고입니다. (실례지만 가정을 안 만드셨어요) 저는 해외에서 왔고 가족들이 아직 (북에) 있고 가족한테 바라는 게 있다면 살아만 있어달라. 내가 갈게."

그래서 더욱 남한 사람들과 부대끼고 함께 봉사활동을 하면서 생각의 차이를 좁히고 더 커다란 가족을 만들어 나가는 게 이들의 또 다른 목표가 됐습니다.

[이영철/탈북민] "우리가 마음으로 할 수 있는 것은 나누자, 봉사도 하자. 7년 정도 탈북민들하고 같이 봉사단을 하니까 이젠 계절이 바뀌면 이불 사장님이 '이불 필요하세요?' 물어봐요. 이게 통일이라고 봐요. 저는"

한반도가 둘로 나뉜지도 벌써 70여 년.

그동안 탈북민도 3만 4천여 명으로 늘었습니다.

우리에겐 또 다른 이산가족이 계속 생겨나고 있는데 우리의 관심과 지원은 턱없이 부족합니다.

[김재숙/남북하나재단 부장] "이분들이 사실 북한에 가족들이 사실상 있단 말이죠. 통일 이후 과정에서 이제 이분들의 행적을 우리가 알려드려야 되는 국가적 어찌 보면은 사명일 수 있는 거죠. 어찌 보면 이분들도 또 하나의 이산가족 형태가 되어 있고‥"

통일전망대 김윤미입니다.

김윤미 기자(yoong@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unity/6531234_29114.html

Copyright © MBC&iMBC 무단 전재, 재배포 및 이용(AI학습 포함)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