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무력' 헌법 명시 북한의 속내와 파장
◀ 김필국 앵커 ▶
북한이 핵무력 정책을 최상위법인 헌법에 명시했습니다.
◀ 차미연 앵커 ▶
우리 정부는 물론 국제 사회가 강력 비난하며 경고에 나섰지만, 북한은 헌법에 명시된 핵보유국 지위를 부정하는 건 주권침해라며 반발했습니다.
◀ 김필국 앵커 ▶
북한이 굳이 헌법에까지 핵무력 정책을 명시한 이유는 뭔지, 국제사회에 미치는 파장을 최유찬 기자가 살펴봤습니다.
◀ 리포트 ▶
지난달 말 열린 북한 최고인민회의.
김정은 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날 회의에서 북한은 '핵무력 고도화'를 헌법에 명시했습니다.
북한 사회주의 헌법 제4장 58조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전인민적, 전국가적 방위체계에 의거한다"고 규정하는데, 이 조항을 "핵무기 발전을 고도화하여 나라의 생존권과 발전권을 담보하고 전쟁을 억제하며 지역과 세계의 평화와 안정을 수호한다"는 내용으로 바꾼 겁니다.
[조선중앙TV/최고인민회의 보도] "현대적인 핵무력 건설과 공화국 무장력의 시대적 사명에 관한 국가활동원칙을 사회주의헌법에 고착시키는 것이 가지는 중대한 의의에 대하여"
김위원장은 연설을 통해 핵무력 정책을 국가기본법으로 영구화하고 불가역적인 국법으로 고착시켰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습니다.
[조선중앙TV/김정은 연설 보도] "일단 보유한 핵은 세월이 흐르고 대가 바뀌여도 국가의 영원한 전략자산으로 보존강화하고 누구도, 어떤 경우에도 이를 훼손할 수 없게 해야 할 필연성을 절감하게 했습니다."
역내 안정을 위해서라도 핵무기 고도화는 반드시 실현돼야 하고, 현재의 '신냉전' 구도 속에서 자신들의 생존권이 위협받고 있는 만큼 핵무력 정책의 헌법화는 당연한 결단이라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조선중앙TV/김정은 연설 보도] "인민들의 생존권마저 엄중히 위협당하고 있는 현 상황은 모진 시련을 이겨내며 핵무력을 건설하고 그것을 불가역적인 국법으로 고착시킨 우리 공화국(북한)의 결단이 얼마나 천만지당한가를 입증해주고 있습니다."
지난해 9월 핵 선제공격 등의 내용을 담은 핵무력 정책을 법령화한 데 이어서 1년 만에 최상위법인 헌법에도 명시한 이유는 뭘까?
김정은의 발언에서 유추할 수 있듯 앞으로 정세가 바뀌어도 비핵화는 더이상 협상 대상이 아니라는 걸 선언한 거란 분석이 나옵니다.
[정성장/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 "북한이 앞으로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에 나설 의지가 전혀 없다는 것을 분명히 못 박았고 앞으로도 자신(김정은)의 어떤 후대에 가서도 핵보유국 지위를 가지고 협상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헌법에 분명히 못 박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핵무력 성과에 대한 자신감을 헌법화로 과시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김정은은 올해 가장 큰 성과로 핵전쟁 억제력을 강화하고 핵 공격수단 등에서 급진적인 도약을 이룩한 것이라고 주장했는데, 실제로 올 들어 고체연료 ICBM과 전술핵잠수함 수중핵어뢰 등을 잇따라 선보이며 위협 수위를 끌어올렸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조한범/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전술핵 운용 부대의 실전배치, 전술핵 공격 잠수함의 진수 등을 통해서 상당한 정도의 핵 능력을 확보했고 특히 한반도에서의 전쟁 억지력을 핵으로 확보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있는 것 같고요."
북한은 더 나아가 핵무기 생산의 기하급수적 확대와 핵 타격수단의 다양화, 그리고 실전 배치 방침을 언급하면서 앞으로 핵 능력을 더 끌어올리겠다고 엄포를 놨습니다.
국제사회는 강력 비난하고 나섰습니다.
외교부는 북한의 핵보유는 결코 인정받을 수 없다면서 국제사회 제재만 더욱 심화될 거라 경고했고, 미국도 북한의 갈 길은 외교 뿐이라며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했습니다.
[매튜 밀러/미국 국무부 대변인] "북한은 (자신들이)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유일하게 실행가능한 길은 외교를 통하는 것 뿐임을 이해해야 합니다."
하지만 북한은 미국과의 외교에도 별 관심이 없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얼마 전 북한은 판문점을 통해 월북했던 주한 미군 트래비스 킹 이병을 일방적으로 추방했습니다.
일각에선 킹 이병 신병 문제를 두고 북미간 대화의 물꼬가 트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었지만 북한은 아무런 조건없이 풀어준 겁니다.
[조한범/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미국에게 대화나 유화 메시지가 있다면 뉴욕 채널이나 베이징채널 아니면 유엔사로 킹 이병의 신병을 인도했을 것이에요. 그게 아니고 스웨덴을 매개로 제3자 중재를 통해서 인도했기 때문에 북미 관계에 대한 메시지는 현재로서는 담겨 있지 않는 것으로"
반면에 최선희 외무상을 시작으로 외무성, 원자력공업성, 국방성 관계자 등이 6차례에 걸쳐 잇따라 담화를 내면서 여론전에 나서는 듯한 모습도 연출하고 있습니다.
최선희는 미국을 비롯한 적대세력이 핵보유국으로서의 헌법적 지위를 부정하려 하면 주권침해가 된다고 주장하며 유엔 안보리를 겨냥했고, 국방성 대변인은 미국의 대량살상무기 대응 전략에 북한이 지속적인 위협으로 명시된 걸 거론하며 핵전범국인 미국이야말로 지속적인 위협의 대상이라고 받아쳤습니다.
[정성장/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 "북한이 핵을 보유하는 거는 자주적인 북한의 권리다, 그러니까 한국이나 미국이 신경 쓸 바가 아니다는 식으로 외부의 어떤 비난을 지금 넘어서려고 하고 있는거고요."
핵 위협이 어느 때보다 고조되는 가운데 일각에선 북한의 움직임이 내년 대선을 앞둔 미국과의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의도란 분석도 나옵니다.
[조한범/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비핵화 협상을 받아들인다고 해도 완전한 비핵화가 아니라 핵 군축의 논리로 핵능력의 일부분을 대상으로 협상을 하고 원하는 것을 얻겠다는 그런 의도를 공식화한 거라고 봐야 되죠."
국방부는 북한이 핵사용을 기도한다면 정권의 종말을 맞이하게 될 거라 경고하고, 북한은 핵보유 정당성을 주장하면서 이달 안에 3차 군사정찰위성 발사까지 공언한 상황.
북핵 협상의 실마리를 찾기는 갈수록 어려워지고, 한반도 주변의 군사외교적 긴장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우려됩니다.
통일전망대 최유찬입니다.
최유찬 기자(yuchan@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unity/6531224_2911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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