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물리는 2편의 무서운 이야기…연극 '겹괴기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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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는 절대 집 밖으로 나서면 안 됩니다./어떤 일이 있어도 아래층으로 내려오면 안 됩니다."
연극은 서로 다른 이야기 두 편을 보여주고 있지만, 각각의 이야기 속 인물의 대사는 묘하게 닮은 구석을 가지고 있다.
두 이야기 모두 폭풍우 치는 소리를 끊임없이 들려주는 가운데 관객의 불안감은 커져만 간다.
공포를 유발하는 상황에 한 번 소름이 돋고, 두 편의 이야기가 맞물리는 순간에 다시 소름이 돋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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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최주성 기자 = "밤에는 절대 집 밖으로 나서면 안 됩니다./어떤 일이 있어도 아래층으로 내려오면 안 됩니다."
연극은 서로 다른 이야기 두 편을 보여주고 있지만, 각각의 이야기 속 인물의 대사는 묘하게 닮은 구석을 가지고 있다. 두 이야기 모두 폭풍우 치는 소리를 끊임없이 들려주는 가운데 관객의 불안감은 커져만 간다.
6일 서울 대학로극장 쿼드에서 개막한 연극 '겹괴기담'은 여러모로 관객의 소름을 돋게 하는 작품이다. 공포를 유발하는 상황에 한 번 소름이 돋고, 두 편의 이야기가 맞물리는 순간에 다시 소름이 돋는다.
'겹괴기담'은 한국 실험극의 대가 김우옥 연출의 작품이다. 미국에서 연극을 공부한 김 연출이 구조주의 연극의 대가인 마이클 커비의 작품을 들여왔다.
국내에서 1982년 초연할 당시 낯선 형식으로 인해 호의적인 평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며 점차 재평가가 이루어져 2022년 공연은 한국연극평론가협회 '올해의 연극 베스트 3'에 선정됐다.
작품은 80분간 두 개의 무서운 이야기를 번갈아 제시하는 구성을 가지고 있다. 각각의 이야기는 여러 개의 에피소드로 나뉘어 시간 순서대로 배열된다.
자동차 사고를 겪고 낯선 집에서 하룻밤을 묵게 된 여자, 숲속의 외딴 요양원을 찾아가 하룻밤을 보내는 여자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정체를 알 수 없는 곳에 머무르게 된 두 사람은 찜찜한 마음을 품은 채 잠을 청하게 된다.
두 이야기는 서로 아무런 연관이 없는 이야기임에도 곳곳에서 닮은 점이 드러난다. 폭풍우 치는 날씨도 같으며 두 사람은 절대 밖으로 나와서는 안 된다는 말을 듣는다. 두 여자를 도와주는 사람들은 꿍꿍이를 숨긴 듯 과한 친절로 일관한다.
극이 진행되며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공통점을 발견하는 경험이 관람의 핵심이다.
관객은 두 이야기가 어떤 관계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비슷한 요소가 등장하는 까닭은 무엇인지 스스로 질문하며 극에 몰입할 수 있다. 이야기를 따라가는 관객은 퍼즐을 맞추고 틀린 그림 찾기 문제를 푸는 것 같은 인상을 받게 된다.
독특한 형태의 무대와 공연장 전체를 채우는 생생한 음향은 공연 내내 오싹함을 유발하는 요소다.
무대에 겹겹이 설치한 장막은 좁은 직사각형 형태의 공간 5개를 나란히 형성한다. 각각의 에피소드가 진행될 때마다 두 주인공은 마치 미로를 헤매는 듯 공간을 옮겨 다닌다. 공간의 폭이 좁아 마주 보고 선 인물들은 막다른 길에 있는 듯한 긴장감을 일으킨다.
객석이 무대를 중심에 두고 양방향으로 마주 보고 있어 좌석에 따라 관객의 느낌이 달라지는 것도 흥미로운 요소다. 같은 에피소드라도 한쪽 관객은 가까이서, 다른 쪽은 멀리서 관람하게 된다. 멀리 있던 배우가 가까이 다가올 때 몸짓과 표정이 점차 선명해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작품 전반에 깔리는 장엄한 분위기의 곡은 시작부터 관객을 압도했다. 실제 소리를 녹음한 듯한 풀벌레 소리와 부엉이 울음소리는 생동감을 더하고, 귓전을 날카롭게 울리는 전화벨 소리는 불안감을 극대화한다.
다만 대사가 전개되는 속도가 느려 일부 장면에서 긴장감이 다소 떨어지는 느낌을 준다.
공연은 오는 9일까지 계속된다.
cj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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