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지면 절반이 사망···'배 속 시한폭탄' 조기에 잡으려면 ‘이 방법’ 뿐[건강 팁]

안경진 기자 2023. 10. 7.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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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현 서울대병원 혈관외과 교수
복부대동맥류, 터지면 과반수 사망···응급수술해도 예후 나빠
흡연·50세 이상 남성은 고위험군으로 간주···검진 고려해봐야
직경 크기와 나이·건강상태 등 고려해 시술 또는 수술 여부 결정
복부대동맥류 모식도. 사진 제공=서울대병원
[서울경제]

복부대동맥류는 사람의 배를 뜻하는 ‘복부’에 심장과 직접 연결된 가장 큰 동맥을 가리키는 ‘대동맥’과 혹 또는 병적으로 불거져 나온 살덩어리를 의미하는 ‘류(瘤)’, 세 단어가 합쳐져 생긴 말이다. 사람의 배에 있는 가장 큰 동맥이 혹처럼 늘어나는 질환이라고 이해하면 쉽다. 정상적인 복부대동맥의 직경은 2~2.5cm 정도인데 보통 3cm 이상으로 증가했을 때 복부대동맥류로 진단한다.

한 번 늘어난 동맥은 풍선처럼 점점 커지다가 어느 순간 터지게 마련이다. 대동맥은 우리 몸에서 가장 큰 혈관이기 때문에 터지면 환자의 절반 이상이 병원에 도착하기 전에 사망한다. 수술 받은 후에도 절반 가량이 사망할 정도로 치명적인 질환이다. 찢어지거나 터지기 전에 조기 발견해 치료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복부대동맥류가 터지면 극심한 복통이나 요통이 발생한다. 문제는 터지기 전까지 몇 해에 걸쳐 천천히 진행하기 때문에 대부분 증상이 없다는 점이다. 복부에서 팡팡 뛰는 박동성 덩어리가 만져질 수도 있지만, 복부대동맥류가 없는 정상인도 마른 체형인 경우에도 박동이 만져지기 때문에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복부대동맥류를 조기 발견하려면 정기 검진이 최선이다.

실제 최근에는 건강검진을 받거나 다른 질환이 의심되어 검사를 진행하던 중 우연히 복부대동맥류가 발견되는 사례가 흔하다. 검진을 매년 받을 필요는 없다. 흡연 경험이 있는 65세 이상의 남성이라면 복부대동맥류 고위험군으로 간주되므로 한 번쯤 검진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흡연은 복부대동맥류의 가장 강력한 위험 인자다. 흡연자는 비흡연자보다 복부대동맥류 발생 위험이 7배가량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50세 이상인 경우 남성의 발생률(2%)이 여성(0.4%)보다 5배가량 높은 것으로 보고됐다.

복부대동맥류에서 시행되는 수술 모식도. 사진 제공=서울대병원

수술을 비롯해 복부대동맥류에서 고려되는 모든 치료 방법을 결정할 때는 치료 중 발생할 위험과 치료를 받지 않았을 때 복부대동맥류가 터질 위험을 비교해야 한다. 손해보다 이득이 크다고 판단되면 치료를 시행하는 게 원칙이다. 선행 연구에 따르면 복부대동맥류의 직경이 5.5cm 이상일 때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5.5cm보다 직경이 작다면 복부 초음파, 복부 컴퓨터단층촬영(CT) 등 영상 검사를 통해 6개월 또는 1년마다 추적 관찰을 하게 된다. 동맥류는 크기에 따라 자라는 속도가 다른데 일반적으로 클수록 더 빨리 자라는 경향을 보인다. 만약 직경이 3cm라면 치료가 필요한 5.5cm까지 커지는 데 10년 이상 소요되지만 직경 4cm 이상이라면 약 60%가 3년 이내 치료가 필요한 단계에 도달한다.

복부대동맥류의 대표적인 치료법은 배를 열어 늘어난 혈관을 자르고 인공혈관으로 갈아 끼우는 수술이다. 초기에 회복을 잘 하면 이후에 문제가 잘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영구적인 치료에 가깝다. 하지만 배를 열고 진행하는 수술인 만큼 통증이 생길 수 있으며 수술 후 7~10일 정도 입원 치료가 요구되는 등 회복이 더디다는 단점이 있다.

복부대동맥류에서 시행되는 시술의 모식도. 사진 제공=서울대병원

또 다른 치료법은 늘어난 혈관 안에 인공혈관으로 덮인 스텐트를 삽입하는 시술이다. 시술은 배를 직접 열지 않고 서혜부(사타구니) 혈관을 통해 접근하기 때문에 흉터가 거의 없고 통증이 적다는 장점을 갖는다. 인공혈관을 통해 혈액의 흐름을 유지시키고 대동맥류의 진행을 억제하는 원리다.

하지만 평생동안 연 1회씩 영상검사를 받아야 하고 스텐트와 늘어난 혈관 벽 사이에 공간이 다시 벌어지는 등의 문제가 생기면 재시술이 필요할 수 있다. 실제 시술 환자 5명 중 대략 1명 꼴로 재시술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혈관 직경이 너무 작거나 혈관 내에 염증?석회화?혈전 등이 있어도 시술이 제한될 수 있다. 수술과 시술 여부는 환자의 나이, 건강 상태, 대동맥의 해부학적 모양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하게 된다.

복부대동맥류는 노화로 인한 퇴행성 혈관질환의 일종으로 60세 이상에서 주로 발생한다. 치료받는 연령도 70세 전후가 가장 많다. 치료를 진행하는 데 있어 환자의 절대적인 나이 못지 않게 중요한 건 개인의 건강 상태다. 최근에는 80세가 넘어 복부대동맥류가 발견됐더라도 건강 상태에 따라 수술이나 시술을 받는 사례가 종종 있다. 반면 수술 위험도를 평가하기 위해 전신 건강 상태를 평가했을 때 나이가 매우 많은 편이고 다른 질병 등으로 기대수명이 길지 않다면 치료를 진행하지 않기도 한다.

복부대동맥류가 발생하는 원인은 동맥 내에서 탄성을 유지하는 성분의 감소와 불균형 때문이라고 알려졌다. 이를 예방하거나 병의 진행 속도를 늦추기 위해 몇 가지 약물들이 연구된 바 있지만 아직까지 임상적 효과를 인정받은 사례는 없다. 복부대동맥류 발생 위험을 감소시키려면 금연을 실천하고 규칙적인 운동을 통해 혈압?체중?혈중 지질 등을 조절해 혈관을 건강하게 관리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안상현 서울대병원 혈관외과 교수. 사진 제공=서울대병원
안경진 기자 realglasse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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