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흡연 장면 수두룩 'OTT' 제동?…"강제력 없어 있으나 마나"
강제이행력 없어 준수 여부는 제작자 몫…실효성 논란일 듯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넷플릭스와 티빙 같은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에 자주 노출되는 흡연이나 음주 장면 등이 청소년에게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자 보건복지부가 연내 확정·배포를 목표로 '자율규제 가이드라인' 개정에 나섰다.
복지부 관계자는 7일 뉴스1에 "지난 2017년에 발표한 '미디어 음주 장면 가이드라인'의 개정을 추진해 왔다. 오는 12월이면 OTT 업계와 관계기관에 개정안을 배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디어 음주 장면 가이드라인은 표현의 자유를 최대한 존중하되, 음주로 발생하는 피해를 줄이고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해 음주 장면에 대한 최소한의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가이드라인 개정안에는 △반드시 필요한 장면이 아니라면 넣지 말아야 한다 △음주를 긍정적으로 묘사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등의 선언적 내용으로 콘텐츠 제작자들이 참고할 만한 사항을 담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미디어에서 음주 장면을 다수 노출하면 술을 권하거나 폭음을 조장하는 사회 분위기를 생성한다. 이를 자제하자는 취지"라면서 "개정안은 흡연 장면 묘사에 대한 당부도 포함한다"고 전했다.
지난 6월 신종 통신매체(OTT, 유튜브 등) 특성을 고려해 개정안의 초안을 마련한 복지부는 OTT(넷플릭스, 티빙 등), 유튜브 등 이해관계자 및 관계부처(문체부·여가부)·기관 등의 의견을 듣고 있다.
다만 강제 사항은 아니어서 가이드라인 준수 여부는 오롯이 OTT 업계에 달려 있다. 적절한 규제와 미디어에서 음주·흡연 장면을 배제하거나 통제하는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OTT의 파급력이 날이 갈수록 커지는 동시에, 흡연·음주 장면을 묘사한 콘텐츠의 송출은 더 빈번해지고 있어 규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이 2022년 국내외 OTT 7개사의 인기 순위 상위 드라마 14편을 대상으로 모니터링한 결과 87.5%인 12편에서 담배와 흡연 장면이 등장했다.
또한 OTT 자체 제작물 중 음주를 전면에 내세우는 10개 드라마·예능 프로그램(총 96회 분량)을 모니터링했더니 음주 장면이 모두 249회 묘사됐다. 1편당 음주 장면이 2.6회 송출된 셈이다.
공중파 등 TV로 방영되는 영화나 드라마는 방송법의 적용을 받아 음주나 흡연 장면이 직접적으로 등장하지 않는다.
방송법 및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 규칙인 '방송심의에관한 규정'에 따라 방송은 흡연이나 음주 등을 미화하거나 조장하지 않도록 표현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
OTT는 방송법이 아닌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정보통신망 보호법) 적용 대상이다. 이 법은 유해사이트나 불법정보 유통은 금지하되 흡연이나 음주 장면에 대한 규제는 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OTT 이용자 대부분이 OTT를 인터넷과 연결된 TV로 시청하거나 기존 공중파 방송과 다르지 않게 인식하는 것은 물론, OTT의 파급력이 방송 못지않다는 데 문제가 있다.
2022년 4월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 발표한 '세대별 OTT 서비스 이용 현황'을 보면 국내 OTT 이용률은 2022년 기준 81.7%로, 특히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이른바 'Z세대' 이용률은 94.2%에 달했다.
이에 대해 건강증진개발원은 "미디어상에 무분별하게 노출되는 음주·흡연 장면은 성인은 물론, 청소년의 음주와 흡연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다수의 연구로 확인됐다"며 규제 필요성을 강조했다.
호기심이 많고 새로운 것을 좋아하는 성향의 청소년들은 영화나 미디어 속 음주·흡연 장면에 자연스럽게 노출되면서 음주와 흡연을 긍정적으로 인지하고, 모방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또한 음주는 흡연 충동을 일으켜 음주의 시작이 흡연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상당히 높기 때문에 미디어와 영화, 특히 청소년이 즐겨보는 OTT 콘텐츠에서의 규제가 필요하다고 건강증진개발원은 진단했다.
국회입법조사처도 최근 '2023 국정감사 이슈분석' 보고서를 통해 "OTT가 청소년의 흡연이나 음주를 조장할 경로가 될 수 있다. 조장 환경을 저감할 수 있도록 규제에 대해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입법조사처는 "정부가 모니터링은 물론, OTT 콘텐츠 제작자와 플랫폼 업계 등에 자율규제를 이행할 수 있도록 독려를 병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k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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