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영화는 계속되어야 한다 [비장의 무비]

김세윤 2023. 10. 7.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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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열린 75회 칸 국제영화제 개막작은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 프랑스에서도〉였다.

일본 저예산 코미디 영화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2018)를 프랑스에서 다시 만든 리메이크 작품.

여느 때 같으면 "칸 영화제 권위와 색깔에 맞지 않는 영화"라고 손가락질했겠지만, 여느 때와 달라도 너무 다른 해였기에 가능한 선택이었다.

여기에 〈조용한 가족〉과 〈반칙왕〉 같은 김지운 감독 초기작의 코미디 스타일이 더해져 영화 〈거미집〉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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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집〉
감독:김지운
출연:송강호, 임수정, 오정세, 전여빈, 크리스탈

지난해 열린 75회 칸 국제영화제 개막작은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 프랑스에서도〉였다. 일본 저예산 코미디 영화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2018)를 프랑스에서 다시 만든 리메이크 작품. 여느 때 같으면 “칸 영화제 권위와 색깔에 맞지 않는 영화”라고 손가락질했겠지만, 여느 때와 달라도 너무 다른 해였기에 가능한 선택이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취소되거나 연기되던 칸 영화제가 3년 만에 처음 제대로 열린 2022년이었다. OTT가 날린 잽에 조금씩 휘청이던 영화산업과 극장업계가 팬데믹 카운터펀치를 맞고 나자빠진 지 3년째였다. 계속 영화를 만들 수 있을지, 다시 극장에 관객이 돌아올지, 아무도 장담하지 못하는 나날이었다. 그래도 영화는 계속되어야 한다는 간절한 마음이, 그 영화를 칸 영화제 맨 앞줄에 세운 것이다.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 그건 선언이었고 다짐이었으며, 어쩌면 자기최면이기도 했다.

감독들은 자연스럽게 뒤를 돌아보고 있었다. 영화를 만드는 환경이 지금보다 더 열악했지만 영화를 만드는 마음은 지금보다 더 뜨거웠을 시절에서 어떤 답을 찾으려 했다. 스필버그 감독은 자신이 처음 영화감독을 꿈꾸던 때로 돌아가 〈파벨만스〉(2022)를 만들었다. 데이미언 셔젤 감독은 할리우드 초창기로 돌아가 〈바빌론〉(2022)을 만들었다. 그리고 김지운 감독은 1970년대로 돌아가 〈거미집〉을 만들었다.

영화감독 김열(송강호)은 꿈에 그리던 장면을 정말 꿈에서 만난다. 꿈에서 본 대로만 찍으면 마침내 걸작을 완성하게 될 것이다. 문제는 촬영이 다 끝났다는 것. 추가 촬영을 해야만 한다는 것. 얘기를 들은 제작자도 반대하고 새 대본을 받아본 정부의 검열 담당자도 반대하지만, 감독은 절대 포기할 마음이 없다는 것.

기적처럼 이틀의 시간을 얻어낸다. 다시 배우들을 불러 모으고 다시 카메라가 돌아간다. 하지만 시작부터 꼬인다. 갈수록 태산이다. 몰래 찍다 들통 나고 빨리 찍다 탈이 난다. 급기야 서슬 퍼런 군사정권의 심기를 건드릴 수 있는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 “걸작을 왜 만들어요? 그냥 하던 거 하세요.” 제작자의 비웃음까지도 악착같이 버텨내며 김열은 마지막까지 이렇게 외치고 있는 것이다.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 레디~ 고!

〈거미집〉을 보고 내가 제일 먼저 떠올린 작품은 일본 감독 미타니 고키의 작품들이었다. 〈웰컴 미스터 맥도날드〉(1997)나 〈매직아워〉(2008)처럼 영화나 드라마 제작 현장의 돌발 변수를 웃음의 땔감으로 삼는 코미디. 왁자지껄한 소동극에 즐거워하다 보면 어느새, ‘서로 다른 우리지만 그래도 같이 한번 뭔가 대단한 걸 만들어봅시다’ 하는 창작자들의 전우애가 관객에게 전염되어 잠시 뭉클해지는 영화들.

여기에 〈조용한 가족〉과 〈반칙왕〉 같은 김지운 감독 초기작의 코미디 스타일이 더해져 영화 〈거미집〉이 되었다. 처음엔 ‘주인공이 어떤 영화를 완성하는지’ 궁금해하며 보다가, 결국엔 ‘내가 왜 계속 영화라는 걸 보고 싶어 하는지’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였다.

김세윤 (영화 칼럼니스트)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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