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석현 “팔인대 끊어지고, 목 디스크 얻었지만 주짓수가 좋아요”[2022 항저우아시안게임]
“다치고 또 다쳐도 하고 싶은 것이 주짓수입니다.”
서석현(27·대한주짓수회)의 생애 첫 아시안게임이 부상 탓에 아쉽게 끝났다. 서석현은 5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 샤오산 린푸 체육관에서 열린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 주짓수 남자 62㎏급 8강전에서 만수르 카비불라(카자흐스탄)에 어드밴티지로 앞서다가 경기 종료 1분 14초를 남기고 암바(팔꿈치 관절기)로 서브미션 패배를 당했다. 왼쪽 팔꿈치에서 ‘우두둑’ 파열음이 크게 날 정도로 심한 부상이었다. 서석현은 패자부활전을 통해 동메달을 노렸으나, 칼릴 아르나우트(요르단)에 1분 26초 만에 트라이앵글 초크(삼각 조르기)로 서브미션 패배를 당했다.
서석현은 왼팔을 전혀 쓰지 못하는 상태로 믹스트존에 나타났다. 게다가 왼쪽 집게손가락마저 심하게 다쳤다. 왼손잡이인 서석현은 패자부활전을 치를 상태가 아니었으나 생애 첫 아시안게임 무대를 포기하지 못하고 출전했다. 서석현은 “팔꿈치 인대가 끊어진 것 같다”며 “상대가 처음 암바를 시도했을 때 방어를 했는데, 두 번째 시도에서 완전히 꺾여 버렸다”고 설명했다. 또 “처음에 작게 ‘뚝’ 소리가 났지만 이기고 싶은 마음에 탭(기권)을 안 쳤다. 그런데 더 꺾이면서 소리가 엄청 크게 났다. ‘선수 생활을 못 할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마저 했다”고 덧붙였다.
주짓수는 상대를 제압해 점수를 올리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하지만 득점에서 앞서도 관절기와 조르기 등 서브미션을 당해 탭을 치면 패배한다. 특히 관절기로 인해 크고 작은 부상이 발생한다. 2012년 주짓수에 입문한 서석현은 2018년엔 목 디스크 파열, 올해 손가락 골절 등으로 많은 고생을 했다. 그런데도 서석현은 ‘주짓수 사랑’을 강조한다. 그는 “이렇게 다쳤지만 계속 주짓수를 할 것”이라며 “다치고 또 다쳐도 하고 싶은 것이 주짓수”라고 설명했다. 서석현은 “경기와 스파링 등에서 이길 때마다 드는 희열이 부상의 두려움을 이긴다”고 주짓수의 매력을 전했다.
주짓수 선수들은 모두 생활체육을 통해 입문한다. 실업팀은 물론 중·고등학교에 운동부가 없기에 모두 ‘동네 체육관’에서 성장한다. 선수 성장 환경은 아시안게임 출전 종목 중 가장 열악한 편. 특히 항저우아시안게임을 준비하면서 진천선수촌에 입촌했기에 생업을 모두 내려놓았다. 모두 ‘일시적’ 무직이 된 셈이다. 서석현은 지난 2월까지 체육관 사범으로 지냈으나, 3월부터 항저우아시안게임에 ‘올인’했다.
서석현은 “백수가 돼 훈련에 전념했다”며 “나뿐만 아니라 다른 선수들도 어렵게 운동하고 있다. 남자 선수들은 그래도 사범으로 많이 활동해서 괜찮은데, 여자 선수들은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이어간다”고 설명했다. 또 “그래도 이번 대회를 앞두고 진천선수촌 입촌 등 지원을 받아서 많은 도움이 됐다. 개인적으로 오래 지원을 받았다면 우리 종목이 더 잘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서석현은 그래서 부상보다 입상이라는 성과를 내지 못한 아쉬움이 컸다. 그는 “항저우아시안게임을 준비하면서 부담이 컸다”며 “국민이 낸 세금으로 우리가 수당(훈련수당 1일 8만 원)을 받고 운동을 한 것인데, 보답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주변의 기대도 있어서 이겨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너무 아쉽다”고 토로했다.
서석현은 오는 8일 귀국, 부상을 치료하며 미래를 계획할 생각이다. 어린 시절부터 주짓수에 전념했기에 미래 또한 주짓수로 선택할 예정이다. 서석현은 “주짓수를 좋아했고, 계속 좋은 결과를 내면서 부모님께서 지지를 해주셨다”며 “내년쯤 주짓수 체육관을 차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그리고 선수 생활을 이어가면서 다음 아시안게임을 준비할지 고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주짓수는 2026 아이치-나고야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이다.
항저우=허종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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