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GS건설, 싱가포르 최대 차량기지 준공 '눈앞'

싱가포르=정영희 2023. 10. 7. 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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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에서 빛난 K-건설 : 싱가포르(6)] 최초 '무재해 4500만 인시' 달성

[편집자주]아시아 최고 선진도시로 불리는 싱가포르는 국내 건설업체들에 다양한 기회를 부여하고 있다. 사회기반시설(SOC) 확충에 공을 들이는 싱가포르의 지하철과 항만 등 공공 인프라 건설시장에서 한국은 기술력과 특유의 근성으로 명성을 맹렬히 떨치고 있다. 미래 성장의 기회를 찾기 위해 해외 시장 개척에 힘쓰는 국내 건설업체들의 현장을 직접 찾아 이들의 노력과 성과를 조명했다.

GS건설 T301 현장 전경./사진제공=GS건설
◆기사 게재 순서
(1) 싱가포르 발주처가 선택한 'K-건설'… SOC 기술의 숨은 비결
(2) [르포] DL이앤씨, 싱가포르에 '세계 최대 항만' 짓다
(3) [인터뷰] 전병호 DL이앤씨 TTP1 현장소장 "산 넘어 산 공사 도전 이어"
(4) [르포] 난구간도 '척척'… 철도 건설 명가 증명한 대우건설
(5) [인터뷰] "현장이 답이다" 김용희 대우건설 CR108 소장의 원칙
(6) [르포] GS건설, 싱가포르 최대 차량기지 준공 '눈앞'
(7) [인터뷰] 김주열 GS건설 T301 현장소장 "안전 중시 문화로 ESG 실천"

[싱가포르=정영희 기자] 싱가포르 남동부 창이공항 인근에 위치한 GS건설의 T301프로젝트 건설현장. 세계 최대 규모의 빌딩형 차량기지라는 수식어에 걸맞게 현장은 도보로 둘러보는 것이 불가능할 정도로 넓었다. 부지 총 면적은 32만㎡에 달한다. 축구장 120개에 해당하는 대규모 현장인 만큼 들어간 자재도 많다. 콘크리트 185만㎥가 쓰였다. 싱가포르 대형 종합병원 10개를 건설할 때 필요한 양이다. 철근은 에펠탑 42개를 더 지을 수 있는 수량에 해당하는 33만톤이 사용됐다.

준공까지 머지 않은 만큼 대부분의 건물이 형태를 갖춘 모습이었다. 지하철과 대형 버스가 쉬어가는 공간이라는 특성상 층고가 매우 높았다. 차량기지 앞에 도착해선 건물의 길이를 가늠해봤다. 한쪽 끝에서 다른 쪽 끝이 멀게 보일 정도로 큰 규모였다.

GS건설은 싱가포르 육상교통청(LTA·Land Transport Authority)과 2016년 3월 세계 최초의 빌딩형 차량기지인 T301프로젝트 시공권을 따냈다. 까다롭기로 유명한 싱가포르 육상교통청으로부터 2000년대 도심 지하철과 고속도로를 연이어 수주하며 깊은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GS건설 T301 현장의 지하철 차량기지 외벽의 모습. 환기가 용이한 프리캐스트(precast) 자재를 사용했다./싱가포르=정영희 기자
현장이 전반적으로 내려다보이는 공간에 올랐다. 차로 다녀도 한참을 돌아야 하는 광활한 공간에 이런 대규모 시설이 하나둘씩 자리잡은 것을 보니 준공 시 현장 직원들의 뿌듯함이 대신 느껴졌다.

T301프로젝트는 다운타운라인·톰슨이스트코스트라인·이스트웨스트라인의 3개 노선 총 985량의 지하철을 수용할 수 있는 지하 1층~지상 2층 규모 차량기지를 짓는 공사다. 버스 760여대를 댈 수 있는 4층짜리 버스 차량기지와 지하철·버스 수리를 위한 공간도 포함된다.

지하철역에서 차량기지로 연결되는 1.45㎞ 상당의 터널 공사도 수행했다. 2025년 8월 준공 예정이며 현재 공정률은 90%다. 올 연말까지 92.4%를 완성하는 것이 목표다.


전 직원 협력해 발주처 사로잡은 대안설계


전 세계 최초의 빌딩형 차량기지 시공권을 GS건설이 손에 넣었다는 소식에 수주 당시 업계의 관심이 뜨거웠다. 규모가 큰 프로젝트이다 보니 공사 초기부터 발주처 설계대로 시공하기엔 여러 애로사항이 있었다.
기존 설계는 슬라브(철근 콘크리트 구조의 바닥)의 현장 타설을 마친 후 콘크리트 구조물을 공장에서 미리 만들어 건설현장으로 운송해 조립설계하는 프리캐스트(Precast) 방식을 활용하도록 돼 있었다. 이 경우 프리캐스트 부재만 10만개가 넘어 실용성이 떨어지고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문제가 있었다. GS건설은 부재의 형상 자체를 바꿔 3만5000개만 조립해도 공사에 지장이 없도록 하는 대안을 제안했다.
GS건설 T301 현장 내 지하철 차량 수리센터 모습. 골조 공사는 거의 완료됐다./싱가포르=정영희 기자
연약 지반을 보강하기 위한 공법도 보다 효율적인 방향으로 전환했다. 싱가포르는 매립지 비율이 높아 지반의 하중 지지가 어렵다. 발주처 설계대로 현장에 중장비가 통행할 수 있으려면 금속으로 된 바닥 구조물 설치가 선행돼야 했다. 하지만 공사비가 기하급수적으로 오를 것이란 예상이 나왔다.
김주열 T301 현장소장은 "과거 미국 공병대가 전쟁 시 사용한 메가매트(Mega Mat)라는 게 있다. 쉽게 말해 두꺼운 플라스틱인데 덤프트럭도 지나갈 정도의 강성을 가지므로 이를 연약 지반 위에 설치함으로써 생산성을 높이고 원가도 절감할 수 있었다"며 "이 같은 설계변경 과정은 전 직원이 합심해 이룬 결과로 발주처도 GS건설의 시공능력을 인정하게 된 요인이 됐다"고 설명했다.


'안전 우선' 전략으로 발주처 마음 사로잡아


김 소장은 공사 수행에서 공정만큼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을 '안전'으로 꼽았다. 현장 일일 평균 출역 인원은 2000여명. 대부분은 중국·방글라데시·인도 등에서 일자리를 얻기 위해 이주한 근로자들로 언어와 문화, 경험이 달랐고 관리 자체가 쉽지 않았다.
안전관리 인력을 다국적으로 구성해 소통을 강화했다. 안전교육은 기본에 충실해 진행했다. 반복에 반복을 거듭했고 현장에 다수의 안전관리 담당자를 배치해 수시 점검했다. 개선 사항이 발견되면 이에 대한 조치가 선행된 후에 작업을 재개했다. 이 같은 노력의 결과로 올해 8월 말 육상교통청 발주사업 최초의 무재해 4500만 인시(현장 전원의 근무시간 합계)를 달성했다. 직전 기록은 1800만 인시였다.
김주열 GS건설 T301 현장소장이 차량기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싱가포르=정영희 기자
김 소장은 "인력 손실이 줄면 그만큼 생산성이 올라간다"며 "GS건설뿐 아니라 한국 건설업체의 선진화된 위상을 보여준 결과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싱가포르는 인프라 프로젝트를 시행하는 건설업체에 환경에 대한 책임감을 부여하기 위해 'GGBS'(Green and Gracious Builder Scheme) 심사를 요구하고 있다. 해당 업체의 환경정책이나 현장의 소음·진동 절감 노력, 민원 관리, 에너지 재활용 등을 종합 평가한다.

T301 현장은 2014년 최초 인증부터 현재까지 9년 연속 최고 등급을 유지하고 있다. 현장에 투입된 자재나 장비를 선정하는 과정부터 전체 시공 단계에 이르기까지 환경 관련 사항을 검토한 것이 바탕이 됐다.

협력업체나 감리단과 협력해 환경관리 정기활동을 진행하며 민원 감소를 위한 지역 주민과의 소통도 중시하고 있다. 김 소장은 "일련의 과정들을 통해 전체 구성원이 환경에 대한 책임 의식을 고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GS건설 T301 현장에는 평균 2000여명의 근로자가 근무한다./싱가포르=정영희 기자
GS건설은 육상교통청의 '최애' 건설업체라고 자부한다. 2009년과 2011년 싱가포르 도심 지하철 공사를 2개 공구씩 수주했다. 2013년 톰슨라인 T203 프로젝트, 2015년 T3008 차량기지 지반개량 시공권도 따냈다. 지하철뿐 아니라 2018년 도심 지하고속도로 N101 공사를 수주한 데 이어 2020년 철도종합시험센터(ITTC) C190 프로젝트의 시공사로 선정됐다. 올 2월 기준 GS건설의 싱가포르 누적 수주액은 약 4조원에 달한다.

도시국가 싱가포르는 2040년까지 많은 프로젝트 발주가 예정돼 있다. 국가의 재무건전성이나 정치적 안정성을 고려하면 시공사 입장에서 매력적인 시장이지만, 건설 규정이 복합하고 안전관리가 까다로운 탓에 다수의 선진 건설업체들이 포기한 시장이기도 하다.

김 소장은 발주처와의 신뢰를 연이은 수주 비결로 꼽았다. 그는 "안전과 공정을 최우선으로 하는 싱가포르 정부와 GS건설의 경영방침이 잘 맞았고 그동안 구축해온 시공 경험,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한국 기업의 특징이 결합해 경쟁력이 됐다"고 말했다.

싱가포르=정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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