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류 이후 첫 런던총회…'오염수 해양투기' 놓고 도돌이표 공방전

CBS노컷뉴스 이정주 기자 2023. 10. 7.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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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런던협약 총회 개막…日 오염수 놓고 당사국 간 재차 공방전
'해양투기' 해석 관련 평행선…'논의 적격성' 여부 결론 못 내려
韓 정부 "안전한 방식 처리해야" 원론적 입장…IAEA 최종보고서 발표 영향도
제45차 런던협약·제18차 런던의정서 당사국 총회 개막. IMO 제공

일본의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방류 이후 처음으로 열린 런던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해양투기' 관련 논의가 진행됐지만, 올해도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도돌이표 공방전으로 끝났다. 우리나라는 '안전한 방식으로 오염수를 처리해야 한다'는 원론적 입장을 밝혔지만, 약 30년에 걸친 방류 기간 동안 여전히 변수가 잠재된 상황이라 오염수를 둘러싼 신경전이 장기전으로 접어드는 모양새다.

지난 2일부터 영국 런던에서 진행되고 있는 국제해사기구(IMO) 주관 제45차 런던협약 및 제18차 런던의정서 총회에서는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지난 1975년 발효된 런던협약은 비행기와 선박, 그 밖의 해양 구조물에서 쓰레기를 버리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는데, 오염수 방류가 런던협약 위반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두고 공방이 그간 이어졌다.

우리 시각으로 지난 5일 밤부터 6일 새벽까지 진행된 '방사성 폐기물의 관리에 관한 사항'(Matters related to the management of radioactive waste) 세션에선 당사자인 일본을 포함 우리나라, 중국 등 각국이 입장을 제시했다. 우리 측에선 해양수산부 관계자가 수석대표로 총회에 참석했는데, 오염수 관련 쟁점에 대해선 최근 4년 간 드러냈던 입장과 크게 차이가 없었다는 설명이다. 

연합뉴스


우리 정부는 지난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런던협약 총회에서 '오염수 방류' 문제를 논의 테이블에 올릴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해수부는 이날 총회에서 "모든 당사국들이 런던의정서 2조와 3조1항을 준수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일본은 오염수 처리와 방류를 해양 환경 보호 기준에서 요구하는 대로 안전하게 할 것을 요청하고 싶다"고 했다.

환경보호를 위해 바다에 폐기물을 투기하는 행위를 금지시키는 차원에서 런던협약이 구성된 만큼 해양환경 보호기준 충족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런던의정서 2조에서는 해양환경 보호 의무가 규정돼 있다. 3조1항 안에는 해양 폐기물 등이 위해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으면 적절한 예방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등 규정이 있다.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왼쪽)이 7월 4일 일본 도쿄에서 기시다 후미오 총리를 만나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의 해양 방류 계획에 대한 종합 보고서를 전달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만 지난 7월 초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최종 보고서를 통해 오염수 방류가 '안전 기준에 충족한다'고 판단한 점을 고려해 국제기구인 IAEA 판단에 무게를 실었다. 해수부는 "오염수 방류가 원래 계획한 대로 진행되도록 하려는 국제 사회의 노력은 런던협약과 런던의정서 하에서 해양 환경 보호의 목표와 일치한다"며 "대한민국은 오염수가 안전하고 합리적인 방식으로 처리돼야 한다는 견해를 계속 표명해왔다"고 했다.

그린피스 등 환경단체들은 오염수 방류로 인한 전 세계적인 해양 생태계 영향평가 등 설득력 있는 데이터 결과가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반쪽에 불과한 IAEA의 최종 보고서를 믿을 수 없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우리 정부는 오염수 방류 전부터 IAEA 활동에 신뢰를 보내면서 사실상 일본 측 주장을 동조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핵심 쟁점인 '해양 투기' 여부에 대해선 여전히 평행선을 달렸다. 일본은 오염수를 바다에 '투기'하는 게 아니라 해저에 위치한 '파이프 라인'으로 방류하는 것이기 때문에 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해양투기 여부를 놓고 당사국들 간 갈등이 격화되자, 지난해 IMO 법률국은 해양투기에 해당하는지에 대해 "명확하지 않다(not certain)"는 애매한 입장을 내놨다. 다만 참석하는 당사국들 사이에 합의를 통해 총회에서 논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 정부 관계자는 "IMO 입장에선 어느 쪽 편을 들지 않고 발을 뺀 건데, 결국 총회에 참석하는 국가들 간 합의에 맡긴 것"이라고 했다. 

총회 내 당사국들 간 합의 또는 다수결 등 국제 여론에 따라 논의 방향이 결정되는 흐름 속에서 오염수 논의 관련 찬반은 확연히 엇갈렸다. 미‧중 패권갈등 속에서 지난해 우크라이나 사태까지 겹치면서 미국과 영국 등 서방 국가들과 러시아, 중국 사이 신경전은 최고조에 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총회에 화상으로 참석한 중국 측은 IAEA의 모니터링 과정 설명 직후 발언 기회를 얻어 "(오염수가) 정말 안전하다면 바다에 버릴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했고, 러시아 측 대표도 "런던협약 위반이라고 본다"며 논의 테이블에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린피스 측 역시 "과학계에서 심각한 우려가 계속 나온다"며 "런던협약 총회에서 일본 원전 오염수 논의가 계속 되길 바란다"고 했다.

반면 미국 측 대표는 "일본 원전 오염수 관련 적절한 국제 논의의 장이 IAEA라고 보고 런던협약·런던의정서에서 논의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영국과 이탈리아 등도 런던협약·런던의정서에서 오염수 방류 문제를 검토하는 데 동의하지 않는다고 거들었다.

이런 가운데 오염수 방류 기간이 당초에는 약 30년으로 관측됐지만, 더 길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일본 내부에서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아사히신문과 도쿄신문 등에 따르면 오염수 방류와 폐로 작업을 2051년까지 마무리하겠다는 일본 정부 계획에 대해 미야노 히로시 일본원자력학회 폐로검토위원장은 "있을 수 없는 이야기"라고 지적한 데 이어 도쿄전력은 추가 오염수 발생을 막을 방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5일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 검토회의에서 도쿄전력은 방사성 폐기물 처리 등에 대해 오는 2028년을 목표로 조사를 진행해 방법을 찾겠다고 했지만, 정작 구체적으로 설명하진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구연 국무조정실 국무1차장이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관련 일일 브리핑을 하고 있다. 정부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2차 방류에 대해 "방류가 계획대로 이뤄지는지를 확인·점검함으로써 국민의 안전과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일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박종민 기자


박구연 국무1차장은 지난달 13일 오염수 브리핑에서 "(일본이 오염수 방류를) 계획상으로 30년 내 끝나겠다고 하는 표현은 제가 아는 선에서는 없다"며 "IAEA 사무총장도 언급을 할 때 보면 '30년이 됐건 40년이 됐건 마지막 한 방울이 방류될 때까지 안전성을 확인하겠다'는 표현을 반복해 썼다"고 했다. 우리 정부도 오염수 방류가 30년 이상 지속될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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