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중추국가 되려면 국제법 역할 강화돼야”

김은중 기자 2023. 10. 7.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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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서울국제법硏 세미나
6일 오후 서울 성북구 고려대 삼성백주년기념관에서 열린 '한미동맹과 국제법'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이날 세미나는 외교부와 서울국제법연구원, 은성 국제연구재단이 공동 주최했다. 윤병세 전 외교부 장관, 김석우 서울국제법연구원 이사장, 정서용 서울국제법연구원 원장(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 이경철 외교부 유엔 안보리 담당 고위대표, 박용민 외교부 다자외교조정관, 황준식 외교부 국제법률국장, 강병근 대한국제법학회장, 정해웅 상설중재재판소 중재위원, 이창위 서울시립대 교수, 이재민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 등이 참석했다. /서울국제법연구원 제공

외교부와 서울국제법연구원, 은성 국제연구재단은 6일 고려대 삼성백주년기념관에서 ‘한미동맹과 국제법’을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중국의 ‘힘에 의한 현상 변경’ 시도로 국제 질서가 중대한 변곡점을 맞은 가운데 참석자들은 “이럴 때일수록 표준과 제도를 만드는 국제법의 역할이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또 2024~2025년 안보리 비상임이사국을 수임(受任)한 한국이 G7(7개국)에 준하는 국력에 걸맞게 국제사회에서 적극적인 ‘룰 메이커(rule maker)’ 역할을 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왔다.

윤병세 전 외교부 장관은 이날 기조연설에서 “2차 대전 후 확립된 규범에 기반한 국제질서(rules-based international order)가 점점 약화되고 무시되다가 이제는 노골적으로 짓밟히는 상황이 됐다”고 진단했다.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핵 폭주를 하고 러시아가 유엔 헌장 위반에 아랑곳하지 않고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것이 대표적이다. 윤 전 장관은 “올해로 70년을 맞은 한미동맹이 포스트 탈냉전 시대의 격동하는 세계질서를 헤쳐나가고 현대화하기 위해서는 한미상호방위조약 같이 새로운 시대 상황에 맞는 전략을 뒷받침하는 제도적 틀과 법적 토대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한미는 안보 뿐만 아니라 인공지능(AI), 기후변화, 우주 같은 이슈도 포괄하는 ‘글로벌·포괄적 전략 동맹’으로의 도약을 공언한 상태다.

박용민 외교부 다자외교조정관은 축사에서 중국의 보편적 체계·질서에 대한 도전과 이른바 ‘글로벌 사우스’ 규합 시도를 언급하며 “국제법이 위기에 직면한 것처럼 보이지만 뒤집어 얘기하면 2차 대전 이후 현대 국제정치사 어느 시점보다도 국제법의 의미와 역할이 중요해졌다”고 했다. 이어 “우리 정부는 글로벌 중추 국가로서 원칙과 규범, 국제질서 수호를 위해 힘껏 노력하고 전통적·비전통적 규범을 선도하는 룰 메이커로 자리매김하고자 한다”고 했다. 서울국제법연구원 원장인 정서용 고려대 교수도 “우리 외교에서 새로운 국제사회 표준과 제도를 만드는 국제법의 역할이 더 강화될 필요가 있다”며 “우리 정부가 규범 외교를 강조하고 있는데 국제사회에서 ‘룰 세터(rule setter)’ 역할을 해야 진정한 글로벌 중추국가”라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0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78차 유엔 총회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우리 정부는 올해 6월 역대 세 번째 유엔 안보리 비상임이사국(2024~2025년) 수임에 성공했는데 외교 현장에서 국제법이 갖는 중요성을 제고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비상임이사국이 되면 북핵 같은 익숙한 이슈뿐만 아니라 아프리카·중동의 민감한 현안에 대해서도 때때로 공개적인 입장을 밝힐 것을 요구받게 된다. 황준식 외교부 국제법률국장은 “내부 협상·협의 과정에서 타국을 설득하고 우리 입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모든 이슈에 국제법적으로 정교한 입장을 갖는 게 매우 중요하다”며 “우리가 검토하고 개입하는 영역을 넓히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10년 전 주유엔대표부에서 근무하며 안보리 업무를 담당했던 이경철 외교부 유엔 안보리 담당 고위대표는 “한국의 위상이 커진만큼 그에 따른 기대도 상당히 크다”며 “책임감이 따르고 어려운 결정도 내려야 한다. 선거 과정에서 공약한 평화, 여성, 사이버 안보, 기후 등 4개 어젠다를 중심으로 어떤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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