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머신 같이 생겼네"… ‘예약 200만대’ 사이버트럭 온다 [백수전의 '테슬람이 간다']
제로백 2.9초… 슈퍼카보다 빠른 4t 픽업트럭
최대 6t 견인, 언덕서 포드 F-150도 끌고 가
"양산차 맞냐"… 4년 전 공개 땐 디자인에 충격
고급식당 몰고 간 머스크, 발렛파킹 거부당해
사전예약 200만대… 품질 문제로 생산 늦어져
전문가 "올해 1000대, 내년 10만대 생산 전망"
11월말 출시 행사 루머… 가격 6700만원 추정
지난 1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팔로알토 시내의 한 교차로. 육중한 은빛 차량이 정지신호에 멈춰있습니다. 거대한 차체, 큰 바퀴, 스테인리스 강판 소재의 각진 이 차량은 SF영화에서 막 빠져나온 듯한 모습입니다. 픽업트럭인가요, 장갑차인가요. 옆 차량 운전자가 신기한 듯 스마트폰을 꺼내 촬영하기 시작했습니다.
10여 초가 흐르고 신호등이 파란불로 바뀝니다. 은빛 야수는 쏜살같이 도로를 박차고 나갑니다. 순식간에 저멀리 점이 돼서 사라졌습니다. 예상치 못한 ‘광속’에 촬영을 하던 이도 얼어붙었습니다.
최근 실리콘밸리 도로에 출몰하는 이 미래형 픽업트럭은 테슬라의 일곱 번째 신차, 사이버트럭입니다. 2019년 첫 공개 후 4년 만에 출시를 앞두고 있습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8월 X(옛 트위터)에 사이버트럭을 직접 운전하는 사진을 올리며 홍보전에 나섰습니다. 그는 지난달 미국을 방문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카타린 노박 헝가리 대통령을 사이버트럭에 태우기도 했습니다.
제로백 2.9초 ‘은빛 야수’
픽업트럭은 미국인들이 사랑하는 차량입니다. 개인사업, DIY, 레포츠 등 다목적 활용이 가능하고 세금 공제 혜택까지 있습니다. 자동차 매체 카앤드라이버에 따르면 픽업트럭은 지난해 미국 ‘베스트 셀링카’ 1~3위를 휩쓸었습니다. 1위는 부동의 포드 F-시리즈입니다. 이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게 테슬라 사이버트럭입니다.
사이버트럭은 외형부터 강렬합니다. 머스크가 좋아하는 영화 <백 투 더 퓨처>의 타임머신 ‘드로리안’처럼 스테인리스 강판으로 제작됐습니다. 스페이스X의 초대형 로켓 스타십의 외장과 같은 소재를 씁니다. 차체는 방탄으로 9㎜ 구경의 총알도 막아냅니다(양산 차량의 유리는 방탄이 아닌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머스크는 2020년 코미디언 제이 레노의 방송에 출연해 이를 자랑하기도 했습니다.
“사이버트럭 끝내주지 않아요? 세상의 종말이 닥치면 이 차가 방탄인 걸 다행으로 생각할 겁니다. 테슬라는 종말 기술의 리더가 되고 싶어요”
테슬라는 2019년 첫 공개 당시 사이버트럭을 △단일모터 △듀얼모터 △트라이모터 세 가지 트림으로 내놓을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고성능 트림인 트라이모터의 제로백(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걸리는 시간)은 2.9초. 초반 가속력이 웬만한 내연기관 슈퍼카를 압도합니다.
F-150과 줄다리기, 거뜬히 이겨
정확한 공차 중량과 배터리 용량은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자동차 분해 전문가 샌디 먼로 먼로앤드어소시에이츠 CEO는 사이버트럭의 무게가 4t에 가까울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루머에 따르면 배터리 용량은 120~140kWh로 추정됩니다. 테슬라의 대형 SUV인 모델X의 공차 중량은 2360㎏, 배터리 용량은 100kWh입니다. 넓직한 트럭 베드(짐칸)엔 콘센트가 탑재됐습니다. 전기 걱정 없이 하루이틀 정도 차박은 거뜬합니다.
핍업트럭인 만큼 견인 능력도 관심입니다. 테슬라는 트라이모터 트림이 최대 6350㎏을 끌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2019년 테슬라는 픽업트럭의 대명사 포드 F-150과 사이버트럭이 줄다리기하는 영상을 공개한 바 있습니다. 당시 사이버트럭은 평지도 아닌 언덕에서 F-150을 질질 끌고 올라가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 테슬라 사이버트럭의 최근 루머
- 모델S‧X보다 편안한 시트와 서스펜션
- 에어 서스펜션 장착. 높낮이 조절 가능
- 차량 중앙 문 유리가 열림. 방탄 유리 아님.
- 트럭 베드에 키 174㎝ 남성이 다리 뻗고 누움
- 120V‧240V 등 총 3개의 콘센트 탑재
- 스페어 타이어 제공
- 4년 전 공개일인 11월 21일 배송 행사 개최
머스크 “미래가 미래처럼 보이는 차”
사이버트럭은 언제부터 개발된 걸까요. 월터 아이작슨의 저서 「일론 머스크」에 따르면 아이디어 구상은 2017년부터였습니다. 테슬라의 수석 디자이너 프란츠 폰 홀츠하우젠과 머스크는 스페이스X 본사 뒤편의 디자인 스튜디오에서 앞으로 선보일 픽업트럭 디자인을 논의하곤 했습니다.
머스크는 리들리 스콧 감독의 영화 <블레이드 러너>에 나올 것 같은 사이버틱한 차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일부는 너무 미래지향적인 픽업트럭은 팔리지 않을 것이라고 반대했습니다. “대담해집시다. 사람들을 놀라게 하자고. 아무도 사지 않아도 상관없소. 나는 미래가 미래처럼 보이길 원합니다. 그러니까 개기지들 말라고”
홀츠하우젠이 2019년 7월 ‘미래지향적인’ 사이버트럭 모형을 선보이자 머스크는 뛸 듯이 기뻐합니다. “바로 이겁니다! 기다릴 것도 없소. 석 달 뒤에 실물 공개합시다” 그렇지 않아도 디자인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엔지니어들은 아연실색했습니다. “시제품 제작에 보통 9개월이 걸립니다. 그때까진 불가능합니다”는 홀츠하우젠의 말에 머스크는 대꾸했습니다. “아니, 할 수 있을 거요”
테슬라에서 머스크 입 밖에 나온 말은 ‘반드시 실행돼야’ 합니다. 디자인 팀은 하루도 쉬는 날이 없이 24시간 밤낮으로 일해야 했습니다. 그해 11월, 기어이 사이버트럭 시제품이 무대 위에 오릅니다. 차량 실물을 본 관객과 언론은 그야말로 충격에 빠졌습니다. 머스크는 행사가 끝난 뒤 사이버트럭을 몰고 인근 식당에 갔습니다. 생전 처음 본 거대한 ‘미래 차량’에 발렛파킹 직원들은 감히 손댈 생각도 못했습니다.
“올해 1000대, 내년 10만대 생산”
첫 공개 뒤 4년이 흘렀지만, 사이버트럭에 대한 기대는 식지 않았습니다. 전기차 전문매체 인사이드EV에 따르면 사이버트럭의 사전 예약은 200만대에 달합니다. 예약 물량의 허수를 감안해도 당장은 나오는 족족 팔린다는 얘기입니다. 관건은 생산입니다. 이는 사이버트럭의 출시가 여러 차례 지연된 이유이기도 합니다.
머스크도 지난 2분기 실적발표에서 사이버트럭 생산과 품질 관리의 어려움을 토로했습니다. 당시 그는 올해 차량을 인도하고 내년에 대량 생산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지난 8월 CNBC에 따르면 머스크는 테슬라 전 직원에 이메일을 보내 “금속의 직선 모서리를 가진 사이버트럭은 작은 치수 변화도 확연하게 드러난다”며 “모든 부품은 오차 0.001㎜ 미만의 정확도로 제작돼야 한다”고 품질 향상을 촉구했습니다.
가격도 관심사입니다. 전문가들은 사이버트럭이 5만달러(약 6700만원) 미만으로 출시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지난 7월 포드가 전기차 F-150 라이트닝의 시작 가격을 4만9995달러로 최대 17% 인하한 게 그 이유입니다. 가격 정보를 파악한 포드가 테슬라의 추격을 염려해 선수 쳤다는 얘기입니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테슬라 분석가’ 트로이 테슬라이크(Troy Teslike)의 전망을 토대로 올해 사이버트럭 생산량을 1000대 정도로 예상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테슬라가 협력사에 사이버트럭 부품 1만대분을 주문했다”며 “양산이 본격화되는 내년엔 10만대 생산을 전망한다”고 말했습니다.
▶‘테슬람이 간다’는
2020년대 ‘모빌리티 혁명’을 이끌어갈 테슬라의 뒷이야기를 풀어갑니다. 최고의 ‘비저너리 CEO’로 평가받는 일론 머스크도 큰 탐구 대상입니다. 국내외 테슬라 유튜버 및 트위터 사용자들의 소식과 이슈에 대해 소개합니다. 아래 기자 페이지를 구독하면 매주 기사를 받아볼 수 있습니다.
백수전 기자 jerr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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