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욜로은퇴 시즌2] 아빠는 매직 드래곤

김경록 미래에셋자산운용 고문 2023. 10. 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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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유비무환! 준비된 은퇴, 행복한 노후를 꾸리기 위한 실전 솔루션을 욜로은퇴 시즌2로 전합니다.

김경록 미래에셋자산운용 고문

(서울=뉴스1) 김경록 미래에셋자산운용 고문 = 1960년대 팝송 ‘펍 더 매직 드래곤(Puff, the magic dragon)’은 동요처럼 불린다. 곡도 그렇거니와 내용도 장난감 용(龍)과 재키의 이야기다.

거대한 용 퍼프는 재키와 함께 하늘을 날고, 모험을 한다. 재키와 용을 본 왕과 귀족들이 머리를 조아리고, 해적선도 놀라서 깃발을 내린다. 재키는 펍과 함께라면 두려울 게 없다. 하지만 용은 영원하지만 소년은 아니었다. 자라면서 재키는 더 이상 매직 드래곤을 찾지 않고, 용은 동굴 속으로 들어가 버린다. 그 가사가 이렇다.

머리는 슬픔으로 떨궈졌고 초록 비늘이 비처럼 떨어졌지 퍼프는 더 이상 체리 나무 거리에 놀러가지 않았네

평생의 친구가 없이 퍼프는 용감할 수 없어 그래서 힘 센 용 퍼프는 슬프게 동굴로 들어가버렸네

애니메이션 '토이 스토리'의 모티프도 펍과 재키의 이야기에 있다. 하지만 머리가 희끗희끗한 사람이 이 노래를 들으며 괜스레 하늘을 쳐다 보게 만드는 건 아빠와 자녀의 관계가 생각나기 때문이다. 자식이 어릴 때 아빠는 매직 드래곤처럼 세상에서 가장 힘 세고 강한 존재다. 놀이 기구를 타든 무등을 타든 아빠와 있으면 두려울 게 없다.

그렇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이제 자녀에게 아빠는 더 이상 강한 존재가 아니다. 등도 좁아 보이고 세상의 파고 앞에서 무력한 존재일 따름이다. 자녀는 다른 세상을 만나 떠나게 되고 아빠는 고개를 떨군다. 그래서 술을 마시면 아빠에게도 청춘은 있다고 '아빠의 청춘'을 불러 대는지 모르겠다.

아빠의 청춘 이야기를 리얼하게 드러낸 드라마가 '브레이킹 배드(Breaking Bad)'다. 주인공 월터는 캘리포니아 공과대학에서 화학 박사 학위를 받고 친구들과 회사를 창업했으나 초기에 의견이 맞지 않아 나와 고등학교 교사를 하고 있다. 동업했던 두 친구는 부부가 되었고 엄청난 대기업의 오너로 우뚝 선다. 회사가 그렇게 성장한 것도 월터의 아이디어 때문이었다.

월터는 나올 때 지분을 팔지 않았으면 지금 자산 가치가 수조원에 이를 정도다. 하지만 지금 월터는 폐암 선고를 받고 모아 둔 돈은 없어, 자기가 죽고 난 뒤 가족이 먹고 살 거리를 걱정하는 처지다. 가족이 먹고 살 돈을 걱정하던 월터는 우연하게 마약 제조에 뛰어 들고 자신만의 순도 높은 마약을 제조하게 된다. 떼 돈을 벌었고 마약계의 키 맨으로 떠 오른다.

월터를 붙잡으면 돈 방석이기 때문에 다들 월터를 스카우트 하려 한다. 우여곡절 끝에 월터는 마약을 제조하는 이중 생활이 탄로나고 마약쟁이라는 이유로 자신을 매직 드래곤처럼 따르던 고등학생 아들에게 처절하게 외면 당한다. 처제와 처남에게도 하루 아침에 천하 악당이 되어 버린다. 하지만 월터는 그런 비난에도 불구하고 큰 아들과 갓 태어난 딸, 그리고 아내를 위해 신탁을 통해 평생을 먹고 살 돈을 남기고 죽는다.

아내와 마지막 작별을 하며 나눈 대화가 반전이다. 월터가 마약 제조에 뛰어 든 이유를 설명하려 하자 아내는 말을 가로 막고 ‘또 가족을 위해서라고 말하려고 그래요?’라고 하자 월터는 ‘아니 나를 위해서였어’라는 의외의 답을 한다. 월터는 마약 제조를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하면서 삶의 활기를 되찾은 것이다. 모두가 자신에게 머리를 조아렸다.

칼텍(Caltech)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도 고등학교 선생님을 하며 친구들의 성공을 바라 보던 그였다. 게다가 폐암까지 걸려 삶의 미래도 불투명하고. 그런데 마약 제조를 하면서 자신은 세상의 중심에 서게 된 것이다.

월터는 마지막으로 기발한 자동 소총을 고안해 자신의 제자 제시를 구하고 천하 악당들을 죽인다. 그 과정에서 자신도 총에 맞는다. 숨을 거두기 전 월터는 마지막으로 마약 제조 공장에 들어가 기계를 둘러 보고 자식에게 하듯 애정 어린 손으로 어루만진다. 월터는 가족을 위해, 그리고 자신을 위해 마약을 제조했던 것이다.

텍사스를 배경으로 한 선이 굵은 드라마 '브레이킹 베드'는 가족에 대한 아빠의 책임과 함께 세상에 우뚝 서고 싶은 남자의 욕망을 그렸다. 그리고 아빠는 여전히 매직 드래곤이라고 외치고 있다.

bsta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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