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담만 한가득’ 증권사 리포트…매수의견 83% 매도는 0.1%

차창희 기자(charming91@mk.co.kr) 2023. 10. 7. 0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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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 경고에도 되레 더 늘어
외국계는 매도의견 비중 10%이상
IB 고객 기업 눈치봐야하는 현실도
서울 여의도 전경. 사진=연합뉴스
국내 증권사들의 종목별 주가 전망 관련 리포트(보고서)에서 투자의견으로 ‘매수’를 제시한 비율이 올해 더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사 리포트 신뢰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는 가운데, 담당 기업과의 기업활동(IR) 관계를 중요시하는 증권사 특성상 일선 애널리스트들이 매도 의견을 내놓기 어려운 현실이란 지적이 나온다.

5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10월 4일까지 국내 증권사들의 리포트 1만3677개(투자의견 미제시 리포트는 제외) 중 투자의견으로 매수를 내건 리포트가 82.9%인 1만1336개에 달했다. 투자의견 중립을 제시한 리포트는 5.1%(701개)다. 매도 의견인 리포트는 단 11개(0.1%)에 불과했다. 최근 1년 동안 매도 의견을 한 번도 제시하지 않은 국내 증권사들도 적지 않았다.

매수 의견 리포트는 지난 2021년 81.8%, 2022년 82.7%로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005~2010년 동안 투자의견 매수 비중은 연평균 79.3%인 것으로 나타났는데, 최근 들어 더 늘어난 셈이다. 반면 외국계 증권사들의 매도 또는 비중축소 투자의견 비중은 대체로 10%를 넘어선다. 골드만삭스 및 모건스탠리 서울지점의 최근 1년 투자의견 매도 비중은 각각 16%, 17%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지난 7월 국내외 27개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들을 불러 매수 일색 리포트 관행에 대해 경고한 바 있다. 심지어는 애널리스트가 조사 분석 자료를 악용해 부당이득을 취하는 사례도 적발되기도 했다. 당시 함용일 금감원 자본시장·회계 부원장은 “리서치 리포트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선 증권업계 공동의 적극적인 변화 의지가 중요하다”며 올바른 리서치 문화 정착을 위한 업계 공동의 자정 노력을 강조했다.

증권사들의 매수 일색 리포트로 인해 기업 실적 및 주가 전망 관련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고금리, 경기침체 우려에 기업 실적 추정치가 하향되고, 주요국 증시가 크게 하락한 지난해에도 국내 증권사들은 대부분 커버리지 중인 종목들에 대해 매수 의견을 내걸었는데, 상당수 종목의 주가가 하락한 바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기업 분석의 내용이 좋든 안 좋든 투자의견은 매수를 유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이익이 하향되면 저가 매수를 제안하고, 이익이 상향되면 추격 매수를 얘기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국내 증권업계에서 매도 의견을 찾아보기가 어려운 만큼, 일단 매도 의견이 나오면 시장에 적지 않은 충격을 주기도 한다. 지난 8월 2일 한화투자증권은 카카오뱅크에 대해 투자의견 매도를 제시했는데, 이날 카카오뱅크 주가는 5.23% 하락했다. 반대로 매수 의견은 넘치다 보니 ‘호평 리포트’가 시장에 특별한 주가 상승 재료로 작용하지는 않는 편이다.

증권업계 특성상 중립 및 매도 의견을 내걸기 어렵다는 시선도 있다. 한국도 자본시장이 발달하면서 증권사들의 주식·채권 발행, 인수·합병(M&A) 등 기업금융(IB) 부문 실적 중요성이 커졌는데, IB 사업 딜을 따내기 위해선 평소 기업들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리서치센터에서 발간하는 리포트의 경우 사실상 무료로 시장에 풀리는 실태다. 또 증권사가 발간하는 리포트는 사실상 해당 증권사의 공식적인 입장으로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많아 특정 종목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적시하긴 어렵다는 지적이다. 최근 일부 증권사들은 애널리스트들에게 리테일 영업을 주문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한 전직 애널리스트는 “좋지 않은 내용의 리포트를 작성하면 해당 기업에서 IR 자료를 잘 제공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애널리스트는 “애널리스트 투자의견은 독자적인 판단에 의한 것임에도 일부 기업들은 IR 및 자금담당자의 탓으로 돌리기도 한다”며 “이 경우 IR 실무자 입장에선 곤란한 상황을 만들지 않으려고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을 각별히 관리, 대응하기도 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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