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역사상 최악' 전북, 이기지도 못한 채 파이널B가도 조롱거리
[인터풋볼] 김대식 기자 = 전북 현대가 구단 역사상 첫 파이널 라운드 그룹B로 추락하는 사태를 마주하게 될까.
전북은 8일 오후 3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FC서울과 '하나원큐 K리그1 2023' 33라운드를 치른다. 7위를 달리고 있는 전북과 5위 서울의 만남이다.
전북 걱정은 쓸데없는 일이라는 말은 이제 통용되지 않는다. 전북 걱정도 해야 할 시기가 도래했다. 전북이 2009년에 15년 만에 K리그 우승을 차지한 뒤로 전북을 진심으로 걱정하는 시즌은 처음인 듯하다. 물론 지나온 과정에서 전북도 어려움은 있었지만 이 정도로 심각한 적은 없었다.
2013년부터 스플릿 제도가 실시된 후로 전북이 파이널 라운드 그룹B에 소속된 적은 없다. K리그 구단 중 전북만이 가지고 있는 대단한 기록이다. 지난 시즌까지만 해도 우승을 경쟁했고, 한국을 넘어서 아시아를 대표하는 팀이 파이널B로 추락할 위기에 처했다.
다행이라면 다행이겠지만 전북이 파이널 라운드 그룹A에 진출할 경우의 수는 여전히 많다. 일단 서울을 이기면 된다. 전북은 이기면 승점 49점이 되기 때문에 6위인 인천 유나이티드와 울산 현대의 결과와 상관없이 파이널A로 향할 수 있다.
만약 서울과 비긴다면 울산이 인천을 잡아주길 바래야 한다. 물론 그마저도 서울전에서 골을 넣고 비겨야 가능한 일이다. 전북을 서울을 상대로 골도 넣지 못한 채 비긴다면 인천에 다득점에서 밀리기 때문에 6위로 올라갈 수 없다. 만약 인천이 지더라도 골을 넣고 진다면 전북의 희망은 매우 희박해진다.
서울전을 이기고 자력으로 파이널A에 올라간다면 모를까. 골을 넣고 비긴 뒤에 울산이 인천을 상대로 실점하지도 않은 채 승리해주는 걸 바라는 모양새는 K리그를 대표하는 명문 구단에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다.
전북은 K리그 최다 우승팀이다. 지난 시즌 울산에 드디어 1위 자리를 내주긴 했지만 이번 시즌에도 명백한 우승 후보였다. 전력이 그렇다. 국가대표급 선수들이 즐비하고, 외인 선수들의 이름값만 봐도 화려하다. 당장 전북만큼 돈을 투자할 수 있는 구단은 K리그에 없다.
축구가 돈의 논리에 완전히 잠식되어버리는 세상은 아닐지라도, 돈을 투자한 만큼 성적을 낼 줄 알았던 게 전북의 힘이었다. 변명거리가 있을 수는 있다. 김상식 전임 감독 시절부터 가라앉은 선수단 분위기, 잦은 선수들의 부상, 감독 교체,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차출 등 분명히 상황적 여건도 전북을 도와주지 않았던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래도 전북이다. 어떤 이유를 제시하든, 7위에 머물러서 역사상 첫 파이널B를 바라보고 있는 성적은 용납하기가 쉽지 않다. 기록도 그렇다. 닥공이라는 팀컬러를 가진 팀이 맞나 싶을 정도로 득점력(37골, 리그 8위)이 저조했다. 그나마 전북이 파이널A라도 노려볼 수 있었던 건 수비의 힘(31실점, 리그 2위)이다.
우승 후보였던 울산과 경쟁해도 팬들의 불만이 나올 수 있는 상황인데 이제는 역사상 첫 파이널B라는 굴욕적인 기록을 피하기 위해 울산이 이겨주기를 기도해야 하는 처지다.
전북을 상대로 19경기째 승리가 없는 서울을 만난 건 행운일지도 모르겠지만 최근 흐름만 본다면 서울전 승리를 전혀 장담할 수 없다. 흐름은 분명히 서울이 더 좋다. 김진규 감독대행 체제로 전환한 뒤에 쉽게 패배하지 않는 팀이 됐다.
또한 전북은 방콕 원정길을 다녀와서 체력적으로도 여유가 없다. 다득점 기록도 신경써야 하는 전북이라 서울전 많은 골을 노려야 하는데 전북이 2골을 넣은 리그 경기는 무려 2달 전에 있었던 인천전이다.
공격수 부진을 공개적으로 표출하고 있는 단 페트레스쿠 감독과 전혀 득점력이 깨어나지 않고 있는 공격진이라 큰 기대가 되지 않는 게 사실이다. 우여곡절 끝에 파이널A에 올라간다고 해도 이를 반길만한 팬은 많지 않을 것이다. 전북의 현 주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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