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투자가 유럽 배터리 경제를 선도하는 방법
③한국의 투자가 유럽의 배터리 경제를 선도하는 방법
나는 매년 여름이 되면 가족과 함께 하기 위해 녹음이 우거진 런던 교외를 떠나 폴란드로 떠난다(필자는 폴란드계 영국 시민이다-역자주). 올해는 부모님을 모시고 폴란드 남부의 중소도시 돔브로바고르니차 새로 문을 연 한식당에 가기로 했다. 런던에서는 기생충, 오징어 게임, 케이팝 음악의 영향으로 한식이 대세지만, 폴란드의 작은 마을에서는 여전히 한식이 드문 음식이다.
단기적인 건 쉬운 부분이다. 유럽 사람들은 전기차를 운전하고 싶어한다. 적어도 그들 중 일부는 그렇다. 그러나 유럽의 기존 대형 자동차 브랜드들은 오랫동안 배터리를 원자재처럼 취급해왔기 때문에 자체적으로 배터리를 제조할 수 있는 노하우를 쌓지 못했다. 적어도 현재로서는 그들이 요구하는 규모와 품질 수준은 아니다. 바로 이 지점에 한국과 중국 업체들이 뛰어 들었다. 지금까지 유럽에서 가장 큰 배터리 공장들은 헝가리와 폴란드에서 운영되고 있다. 자동차 부품 제조로 유명한 국가들이다. 두 나라 모두 서유럽보다 낮은 생산비, 숙련된 노동력, 서유럽과의 좋은 도로 연결이 특징이다. 전통적으로 독일의, 그리고 더 적은 규모로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자동차 브랜드에 부품을 공급하고 있다. 유럽에서 가장 큰 두 개의 배터리 공장을 운영 중인 한국 기업은 각각 삼성SDI와 LG에너지솔루션이다. 중국 CATL도 독일과 헝가리를 타깃으로 배터리 투자에 나서고 있다.
한국과 중국의 대규모 배터리 제조 공장이 지어지면서 수많은 배터리 부품 및 배터리 화학물질 제조업체가 유럽에 들어 왔다. 이들은 일반적으로 자국에서 검증된 공급업체로, 유럽 시장에서 확장하는 고객사들을 따라가기로 결정했다. 중국 측에서는 궈타이화롱, 화유코발트 또는 캡켐을, 한국 측에서는 에코프로비엠과 동화를 언급할 수 있다. 이들은 주로 중부 및 동유럽을 투자 지역으로 선택했다.
하지만 중부 및 동유럽에서 성공으로 가는 길은 때때로 험난하다. 헝가리 삼성SDI 공장은 국가 보조금과 관련된 문제에 직면했다. 유럽연합(EU)의 국가보조금 규정은 특정 기업이나 산업이 EU의 단일 시장에서 부당한 이득을 얻지 못하도록 보조금 지급을 금지한다. 보조금 법이 없었다면 EU 회원국들은 경쟁적으로 EU 전역의 모든 산업을 자국 영토로 유인할 수 있었을 것이다. 분명히 더 크고 부유한 EU 국가들이 이 과정에서 우위를 점하게 될 것이다. 또한 보조금을 통해 자국 기업을 우대해 이웃 국가들의 보복과 단일 시장의 분열을 초래할 수도 있다. 삼성 배터리 공장 건설에 대한 헝가리 정부의 재정 지원은 EU 집행위원회에 의해 4년에 걸쳐 조사됐다. 결국 승인은 이뤄졌지만, 허용된 정부 지원금은 1840만 유로가 삭감됐다. EU 집행위원회가 삼성 공장을 헝가리에 유치하는 데 필요한 보조금 액수를 어떻게 그렇게 정확하게 계산했는지를 안다면 흥미로울 것이다. 규정에 따르면 보조금은 삼성이 헝가리에 투자를 수행하도록 장려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금액으로 제한돼야 한다. 결국 EU는 헝가리의 보조금 없이는 한국의 이 투자가 괴드(삼성SDI 공장이 있는 헝가리의 도시-역자주)나 EU의 다른 지역에서 이뤄지지 않았을 거라 결정했다. 한국 투자자에게는 너무 큰 비용일 수 있다. EU가 헝가리의 국내 법치주의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정치에 이르기까지 많은 문제에 대해 헝가리 정부를 견제하는 건 옳다. 하지만 이번 사안에 대해서는 옳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결국 배터리, 반도체 또는 첨단 소재와 같은 첨단 산업을 유럽에 유치하는 게 일반적인 합의다.
폴란드의 중국 전해질 생산 업체들도 시작이 쉽지 않았다. 당초 두 업체는 LG의 배터리 공장에서 약 50㎞ 떨어진 그림 같은 작은 마을 고지코비체에 공장을 세울 예정이었다. 투자에는 정부 기관과 지방 의회의 지원이 있었다. 그러나 독립적인 조사단은 일이 잘못될 경우 산업 재앙이 일어날 가능성(위험)이 크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정보가 공개됐고, 지역 사회에서 회자되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지역 주민들이 항의하기 시작했다. 일부 지역 주민들이 보기에 환경과 품질에 관심이 덜한 중국 공장이라는 사실은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을 뿐이다. 결국 이들 기업은 그린필드 투자(기업이 생산시설을 직접 설립하는 방식의 FDI-역자주) 대신 오래된 산업 부지를 개조해 새 공장을 짓는, 그래서 지역 주민들의 관심과 반대를 덜 불러일으키는 브라운필드 투자로 폴란드의 다른 지역에 공장을 성공적으로 설립했다.
배터리 제조에서 중부 및 동유럽의 우위는 그리 오래 가지 않을 것이다. 특히 독일, 프랑스, 스웨덴에서 많은 투자가 진행 중이다. 이러한 투자 중 일부에는 유럽 대기업의 자회사나 이들 국가에서 성장한 배터리 스타트업이 포함될 것이다. 그 중 일부로 이미 생산을 시작한 노스볼트와 논란 속에 극적으로 실패한 브리티시볼트가 있다.
유럽 배터리 산업 스타트업들이 한국과 중국 대기업의 공급망에 어느 정도까지 연결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EU는 전반적으로 이 과정을 촉진할 스마트 산업 정책이 부족하다. 이니셔티브가 처음부터 시작될 수 있다는 희망은 있다. 특히 혁신성으로 유명한 한국 기업들이 현지 최고의 대학과 협력해 인재와 기술을 육성할 수 있다. 결국 이 분야에서 중요한 노하우는 현장에서만 얻을 수 있다. 유럽 내 R&D 센터에 대한 투자가 유럽 공장에 대한 투자로 이어질 수 있다면 좋을 것이다. 한국 기업들도 유럽 배터리 스타트업의 시작을 돕기 위해 소규모로라도 시드 및 벤처캐피털을 설립할 수 있다. 이러한 투자는 운이 좋으면 매력적인 수익을 제공하고 미래에 유럽 기반 공급업체들의 발전을 선도할 수 있다. 궁극적으로 EU는 여전히 전 세계 제조업 생산량의 15%를 책임지고 있다. 이는 중국의 절반에 해당하지만 서비스 중심 경제를 고려할 때 상당히 큰 비중이다. 이들 대부분은 중소 기업들이며, 정확히 배터리 경제를 위한 혁신을 일으킬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중소 기업들이다.
*필자 소개: 루카스 베드나르스키(Lukasz Bednarski)는 금융서비스 기업 S&P글로벌에서 리튬 등 배터리 관련 금속을 담당하는 수석 애널리스트다. 하이테크 공급망 전문가이자 전 희토류 금속 거래자이며 '배터리 전쟁:리튬부터 2차 전지까지, 누가 새로운 경제 영토를 차지할 것인가' 등으로 알려진 베스트셀러 작가다.
*이 칼럼에서 표현된 견해와 의견은 전적으로 필자 개인의 것이며 소속회사의 것을 대변하지 않습니다. 필자와는 Twitter에서 @LithiumResearch를 팔로우하거나 hitechcolumn@gmail.com으로 연락할 수 있습니다.
루카스 베드나르스키 S&P글로벌 수석 애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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