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호가 포효했다…한국 야구 10년 이끌 '4번타자' 탄생할까[항저우 NOW]

김민경 기자 2023. 10. 7. 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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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백호 ⓒ 연합뉴스
▲ 강백호 ⓒ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국제대회에서 좋지 않은 모습을 많이 보여드려 항상 부담감을 안고 한다."

한국야구대표팀의 중심타자 강백호(24, kt 위즈)의 말이다. 강백호는 2018년 처음 KBO리그에 등장했을 때부터 야구팬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당시 고졸 신인 역대 최다인 29홈런을 치면서 차기 국가대표 거포의 탄생을 알렸다. 1994년 LG 김재현의 역대 고졸 신인 최다홈런(21개)을 갈아치웠고, 양준혁(1993년 23홈런), 김동주(1998년 24홈런), 김기태(1991년 27홈런) 등 KBO 레전드 타자들의 신인 첫해 기록도 훌쩍 뛰어넘었다. 대졸까지 포함한 역대 신인 최다 홈런 기록(1996년 현대 박재홍 30홈런)에 딱 하나 부족했으니 알 만했다. 강백호는 그해 138경기에서 타율 0.290(527타수 153안타), 84타점, 108득점을 기록하면서 신인왕에 올랐다.

당연히 태극마크도 일찍부터 달았다. 강백호는 2019 WBSC 프리미어12, 2020 도쿄올림픽,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등 굵직한 대회에 모두 참가했다. 그런데 실력과 별개로 주목받는 일이 더 많았다. 시작은 도쿄올림픽이었다. 한국이 노메달 수모를 겪는 과정에서 더그아웃에 있던 강백호의 태도가 문제가 됐다. 껌을 씹는 게 보기 좋지 않다는 게 이유였고, 그때부터 비난의 화살이 강백호에게 쏠렸다. 지난 3월 열린 WBC에서는 2루타를 치고 급히 세리머니를 하다 베이스에서 발이 떨어져 태그아웃됐다. 강백호 나름대로 가라앉은 한국의 분위기를 살리려고 해보다 나온 실수였다. 어쨌든 한국이 대회 3연속 1라운드 탈락이라는 수모를 겪었고, 강백호는 4경기에서 14타수 7안타(타율 0.500), 2타점으로 활약하고도 박수를 받을 수 없었다. 이유야 어떻든 국가대표로 발탁될 때마다 논란의 중심에 서니 선수도 갈수록 중압감이 커졌을 것이다.

강백호의 대표팀 징크스는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까지 이어지는 듯했다. 강백호는 4번타자로 나섰던 조별리그 홍콩전과 대만전을 통틀어 8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다. 류중일 한국 감독은 국제대회에서 경험과 실력을 모두 고려해 강백호에게 4번타자 중책을 맡겼는데, 부담감이 커 보이자 6번으로 타순을 내리면서 책임감을 조금이나마 덜어줬다.

강백호는 슈퍼라운드 들어서 조금씩 살아났다. 5일 일본전에서 3타수 1안타 2삼진을 기록하며 예열을 마쳤다. 6일 중국전에서는 대회 첫 홈런을 터트리는 등 4타수 3안타 1타점 1볼넷 1득점으로 맹활약하며 8-1 대승을 이끌었다. 덕분에 한국은 1패를 떠안고 슈퍼라운드에 진출했던 불리한 조건에도 결승 진출을 확정할 수 있었다. 한국은 7일 대만과 금메달을 두고 다툰다.

▲ 안타가 나오지 않아 괴로워하던 강백호 ⓒ 연합뉴스
▲ 대만전에서 패하고 아쉬워하는 강백호 ⓒ 연합뉴스

류 감독은 강백호의 포효가 가장 반가운 사람이었다. 류 감독은 "무엇보다 강백호가 살아난 것이 고무적이다. 내일(7일)이 마지막 경기인데 타선이 잘 터져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

강백호 스스로도 오랜 기간 짓누르고 있던 마음의 짐을 조금이나마 덜어냈다. 그는 "앞선 경기에서 좋은 타구들이 결과로 이어지지 못해 아쉬웠는데, 오늘(6일)은 괜찮아진 것 같아 내일 경기가 기대된다"며 "국제대회에서 좋지 않은 모습을 많이 보여 드려 항상 부담감을 안고 한다. 이번 대회만큼은 팬들의 기대만큼 더 열심히 잘하려고 노력했고, 집중도 많이 했는데 한 경기, 한 경기가 정말 어려웠다. 중요한 경기가 하나 남았는데 잘하든 못하든 모든 선수가 책임감을 가지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 보여 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한국은 결승 무대에서 대만전 3연패 사슬을 끊으려 한다. 한국은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조별리그에서 1-2로 졌고, 2019년 프리미어12에서는 0-7로 완패했다. 그리고 이번 대회 조별리그에서 또 대만에 0-4로 완패했다. 결승전에서는 23이닝 연속 무득점 흐름을 깨는 게 가장 중요하다. 강백호가 대만전에서 승리를 이끄는 타격을 펼친다면, 이승엽-이대호-박병호 등의 뒤를 이어 앞으로 한국 야구의 10년 이상을 책임질 4번타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류 감독은 "결승까지 정말 어렵게 왔다. (대만에) 두 번 당하지 않도록 잘 준비해서 꼭 금메달을 따겠다"고 힘줘 말했다.

중심타선을 이끄는 강백호도 마찬가지로 비장한 각오를 밝혔다. 그는 "내가 컨디션이 많이 떨어져 있었는데 선수들이 정말 좋은 경기 결과 보여주며 내 부담을 덜어줘서 정말 고맙다. 남은 한 경기(결승) 우리나라 대표 선수로서 굴하지 않는 모습 보여줄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했다. 강백호는 생애 첫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목에 걸고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서 동료들과 함께 웃을 수 있을까.

▲ 강백호(왼쪽)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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