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외화 비상금’ 30조 증발…3년째 빨간불인데 더 빼간다고?

김정환 기자(flame@mk.co.kr), 한상헌 기자(aries@mk.co.kr) 2023. 10. 7. 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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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고금리 장기화·달러강세 여파
원화값 하락 방어에 집중 투입
IMF 보유액 적정선도 무너져
[사진=연합뉴스]
올 하반기 강달러 현상이 두드러지며 국가 ‘외화 비상금’인 외환보유액이 최근 1년 새 223억달러(30조원) 넘게 증발했다. 경상수지 흑자도 감소하는데다 나랏빚은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어 한국 경제의 대외신인도에 빨간불이 켜졌다.

6일 한국은행은 9월 기준 외환보유액이 4141억2000만달러로 한달 새 41억8000만달러 줄었다고 밝혔다. 1년 전과 비교하면 223억1000만달러(5.1%) 줄어 올 들어 최저치까지 떨어졌다.

외환보유액 상당 부분은 환율 방어에 투입됐다. 하반기 들어 미국 고금리 상황이 길어질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며 달러당 원화값이 하락한데 따른 것이다. 외환당국은 올해 1분기 원화값 하락을 막기위해 21억 달러를 썼는데 2분기 들어서는 59억7000만 달러로 투입 금액이 대폭 늘었다. 또 강달러에 달러로 환산한 기타 통화자산 가치가 하락한 것도 외환보유액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보유액 데이터 분석 결과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3년째 적정선을 벗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기준 한국의 적정 외환보유액 비중은 97%로 관련 통계가 집계된 2000년 이후 가장 낮았다.

IMF는 △연간 수출액의 5% △시중 통화량(M2)의 5% △유동 외채의 30% △외국인 증권 및 기타투자금 잔액의 15% 등을 합한 규모의 100~150% 수준을 적정 외환보유액으로 판단한다.

한국의 적정 외환보유액은 2020년만 해도 114%에 달했지만 2020년 처음 100%선(99%)이 무너진 후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다. 외환보유액이 늘어나는 속도보다 단기외채 등이 늘어나는 속도가 더 빨랐던게 원인이다.

문제는 외환보유액이 줄면서 경상수지와 재정수지 상황도 빠르게 악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소규모 개방 경제인 한국 대외신인도를 구성하는 지표들이 일제히 악화하고 있는 것이다.

전임 문재인 정부의 확장 재정 여파에 실질적인 나라 살림살이를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는 올해 58조2000억원 적자가 예상된다. 내년에는 92조원으로 적자 규모가 대폭 늘 전망이다. 경상수지는 글로벌 경기 둔화에 지난해 298억3000만 달러 흑자를 보였는데 올해는 280억달러(한은 전망)로 줄어들 전망이다.

우석진 명지대 교수는 “최근 정부가 외국환평형기금에서 자금을 끌어와 세수 부족을 메운다는 방침을 밝힌데다 한미 금리차까지 커졌기 때문에 외환보유액 하락 상황에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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