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저우 NOW] 체육관 잘못 갔다가 금메달리스트로…"주짓수는 천운"

김건일 기자 2023. 10. 7.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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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상식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구본철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항저우(중국), 김건일 기자] 코너 맥그리거 등 스타 파이터들을 앞세운 UFC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2016년. 구본철(27, 리라짐)은 종합격투기(MMA)에 관심이 생긴 평범한 20대 초반 청년 중 한 명이었다.

구본철은 그해 2월 MMA를 배우고자 인천의 한 체육관을 찾았는데, 실수였다. 알고 보니 그곳은 종합격투기가 아닌 '주짓수 체육관'이었다.

이 실수는 구본철의 인생을 바꿨다. 경찰을 꿈꿨던 평범한 청년은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가 됐다.

▲ 남지 주짓수 77kg급 금메달리스트 구본철. ⓒ연합뉴스

구본철은 6일 중국 항저우 린푸 체육관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주짓수 남자 77kg급 결승전에서 알리 세에나 에브라힘 압둘라 문파레디(바레인)를 어드밴티지 우세로 꺾고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섰다.

경기가 끝나고 공동 취재구역에서 만난 구본철은 "하나님께 영광을 돌린다. '힘들고 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들 때 기도를 많이 했다. 또 옆에 있는 예비 신부가 옆에서 같이 기도해 줘서 잘할 수 있었다. 항상 응원해 주시는 파트너 분들과 도장 식구들 덕분"이라고 공을 돌렸다.

이어 특이한 주짓수 입문 계기를 묻는 말에 "MMA를 취미로 해보고 싶어서 도장을 갔는데 알고 보니까 주짓수 도장이었다. 그래서 주짓수를 하게 됐는데 그게 저에게 천운이었던 것 같다. MMA는 아무래도 서로 때리고 많이 다치다 보니 부모님도 조금 좋아하지 않으셨다"며 "주짓수에서 잘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고 했다.

▲ 포효하는 구본철 ⓒ연합뉴스

'주짓수를 하기 전엔 어떤 운동을 했느냐'는 질문엔 "어렸을 때 태권도를 4단까지 했다. 태권도를 하면서 경찰 꿈을 가졌다가 도장을 다니게 되면서 주짓수 쪽으로 바꿨다"고 답했다.

구본철은 16강에서 무흐모우드 자브르(요르단)을 어드밴티지 1개로, 8강에서 문흐투르 다바아도르즈(몽골)를 2-0으로 잡았다. 준결승에서도 무흐디 알라우라퀴(아랍에미리트)를 어드밴티지 1개로 이겼다.

▲ 구본철은 경기가 끝날 때까지 톱 포지션을 빼앗기지 않았다. ⓒ연합뉴스

결승전에서도 가드 포지션을 지키고 스윕을 노리는 상대를 맞아 구본철은 틈을 주지 않았다. 격렬한 포지션 싸움에 코피가 났지만 톱 포지션을 지켰다.

경기 초반 어드밴티지 3개로 리드를 잡은 구본철은 톱 포지션을 지키고 무리하지 않는 침착한 경기 운용을 펼치며 어드밴티지 4-1(페널티 2-2)로 경기를 마쳤다. 주짓수에서 점수까지는 아니지만 유효한 공격이라고 심판이 판단하면 '어드밴티지'를 준다. 점수가 동점일 때 어드밴티지 갯수가 많은 선수가 승리를 가져간다.

구본철은 "(결승까지) 상대들이 대부분 가드를 많이 하는 스타일이다 보니 최대한 어드밴티지를 딸 수 있으면 따도록 톱에서 압박해서 시간을 보내는 전략을 짰는데 잘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 기도하는 구본철 ⓒ연합뉴스
▲ ⓒ연합뉴스

2016년에야 주짓수 도복을 입은 구본철은 2021년 '스파이더 로드 투 블랙'에서 75kg급 준우승을 달성했고, 2022년 세계주짓수선수권대회 77kg급에서 준우승하면서 국제 무대에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짧은 기간에 금메달이라는 성과를 달성한 것에 대해선 "기간은 짧지만 대신 남들이 2~3시간 할 때 8시간씩 투자하면서 열심히 했기 때문에 가능하지 않았나 싶다. (실력이 급상승한 건) 연습을 당연히 많이 했고, 스스로 가장 좋아하는 것 대신 잘하는 것 위주로. 또 경기 때 많이 나오는 포지션 위주로 강점을 살리다 보니 조금 더 빨리 올라올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구본철은 이번 대회를 응원한 예비 신부와 결혼을 앞두고 있으며 인천 청라에 체육관 개관도 예정되어 있다.

구본철은 "내년 6월에 결혼한다. 좋은 선물이 될 것 같다"고 활짝 웃었다.

▲ 동메달 결정전을 벌인 박정혜(왼쪽)과 임은주 ⓒ연합뉴스

앞서 열린 여자 52kg급 동메달 결정전은 대한민국 선수들끼리 맞대결이었다. 박정혜가 임은주를 2-0으로 이기고 동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주짓수는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성기라가 여자 62kg급 금메달을, 황명세가 남자 94kg급 동메달을 땄다.

대한민국은 이번 대회 남녀 각 6명, 총 12명의 선수를 국가대표로 선발했다. 지난 5일 주짓수 첫째 날엔 남자 69kg급 주승현이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두 번의 대회에서 대한민국이 획득한 메달은 금2, 동2.

마지막 날인 오는 7일에는 남자 85kg급 김희승, 여자 63kg급 성기라·최희주 등 총 3명이 메달에 도전한다. 성기라는 아시안게임 2연패에 도전한다.

▶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한민국 주짓수 대표팀 메달 현황 (6일까지)

금메달(1) : 구본철(남자 77kg급)

동메달(2) : 주승현(남자 69kg급), 박정혜(여자 52kg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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