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 대출은 늘고 금리는 더 오르고… 영끌족 이자부담에 ‘비명’

김수정 기자 2023. 10. 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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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 대출, 한 달 새 1.5조원 증가
변동형 주담대 금리도 0.13%p 상승
美 연준, 금리 인상으로 시장금리 상승
예금금리 오르고 은행채 발행도 증가
그래픽=정서희

올해 들어 고공행진하던 은행권 대출금리가 연말까지 더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예금금리가 연 4%대를 넘어서고 금융 당국이 은행채 발행 한도 제한을 폐지하면서 시장금리가 더 오를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가계부채가 역대 최대 규모로 늘어난 상황에서 이런 대출금리 상승은 차주(돈 빌린 사람)의 이자 부담 증가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7일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 5대 은행의 변동형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는 연 4.17∼6.28%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9월 초 연 4.05~6.15%였던 금리 하단이 0.12%포인트, 상단이 0.13%포인트 상승한 것이다. 고정금리도 오르고 있다. 5대 은행 주담대 고정금리는 연 4.00~6.23%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9월 초 연 3.91~6.02%였던 금리 하단이 0.09%포인트, 상단이 0.21%포인트 상승한 것이다.

최근 주담대 금리가 상승한 배경에는 시장금리가 올라가고 있기 때문이다. 변동금리의 준거금리인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의 경우 2개월 연속 소폭 하락했지만, 은행권은 은행채 등 시장금리 상승을 고려해 변동형 주담대 금리를 계속 올리고 있다. 코픽스는 국내 8개 은행이 조달한 자금의 가중평균금리로 은행이 취급한 예·적금, 은행채 등 수신상품 금리가 인상 또는 인하하면 이를 반영해 오르거나 내린다.

은행채 5년물 금리도 상승세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 은행채 5년물 금리는 4.44%로 나타났다. 은행채 금리는 지난 3월 말부터 5월까지 3%대 후반 수준을 유지했다가 지난 6월 4%대로 올라섰다. 은행채 금리가 상승하는 데는 최근 미국 국채금리가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4일 미국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10년 만에 4.80% 선을 돌파했다. 올해 들어 미 국채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연이은 기준금리 인상으로 고공행진하고 있는데, 미 국채는 국내 은행채에 영향을 미친다.

일러스트=손민균

은행권은 하반기 고금리 예금상품의 만기가 도래하며 자금조달 필요성이 커진 점도 대출금리를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지난해 9월 레고랜드 사태 이후 은행들이 고금리로 예치한 116조원의 만기가 하반기 도래하며 은행권은 수신 재예치를 위해 예금금리를 올리고 있다. 실제 5대 은행의 예금상품 금리는 이달 들어 모두 연 4%대로 올라섰다. 다만 예금금리는 은행 변동형 대출금리의 준거 금리인 코픽스 상승으로 이어진다. 최근 예금금리 인상은 11월 코픽스 상승으로 이어져 변동형 주담대 금리에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 당국이 이달부터 은행채 발행 한도규제를 폐지한 점도 대출금리를 끌어올릴 것으로 보인다. 그간 금융 당국은 지난해 말 레고랜드 사태 이후 초우량채인 은행채 발행이 늘어나 채권시장 불안이 심화하자 차환목적의 은행채 발행(만기도래 물량의 100%)만 제한적으로 허용했다. 올해 3월부터 월별 만기 도래분의 125%, 지난 7월부터 분기별 만기 도래분의 125%까지 은행채 발행 한도를 완화했다. 하지만 지난해 말 고금리 예·적금 상품 만기가 도래하면서 은행권 자금 수요가 커지자 금융 당국은 결국 은행채 발행 한도를 아예 풀기로 했다.

은행채 발행 한도규제가 해제하면서 은행채는 순발행 규모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은행채는 지난 8월과 9월에 각각 3조7794억원, 4조6800억원 순발행됐다. 순발행은 채권 발행 규모가 상환 규모보다 크다는 의미다. 문제는 은행채 발행이 시장금리를 상승시킨다는 점이다. 은행채 발행이 늘어나면 채권가격은 내리고 금리가 오르게 된다.

차주들의 이자 부담이 앞으로 더욱 커질 전망이다. 금융 당국의 규제에도 가계대출 규모는 계속해서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 9월 말 기준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682조3294억원으로 전 달(680조8120억원) 대비 1조5174억원 증가했다. 올해 들어 감소해 왔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 5월부터 증가세로 전환하더니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특히 5대 은행 주담대 증가 폭은 7월 1조4868억원, 8월 2조1122억원, 9월 2조8591억원으로 매달 급증하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미국 금리가 고공행진하고 있고 국내에서는 지난해 고금리 예·적금 만기가 도래하고 은행채 발행 한도규제가 폐지되며 시장금리가 뛸 것으로 보인다”며 “연말까지 대출금리가 오를 것으로 전망되는데 최근 가계대출 규모도 커지고 있어 차주들의 이자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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