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60년, 꼬리에 꼬리를 무는 강남 집중[쏠림 사회 한국, 강남 리포트]

김경학·김정화·박하얀 기자 2023. 10. 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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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 전 인구 분산 위해 서울 편입된 강남
30년 만에 강북 인구 따라잡아 중심지 등극
지난달 23일 서울 강남역 일대에 고층 빌딩들이 줄지어 서 있다. 자본과 인구, 부동산, 사교육 밀집의 중심지 강남은 한국 사회가 겪고 있는 과도한 쏠림과 양극화의 결과이자 원인으로 지목된다. 사진은 강남역 일대를 드론으로 파노라마 촬영한 다음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해 소용돌이 치는 모양으로 편집했다. 조태형 기자

올해는 서울 강남의 역사가 새롭게 시작된 지 60년이 되는 해다. 1963년 1월1일 박정희 정권은 서울 영역을 대폭 확대했다. 이때 서울 성동구로 편입된 경기 광주군 일대가 바로 오늘날 강남이다.

1962년 10월6일자 경향신문 7면 오른쪽 위에 게재된 ‘맘모스 새서울의 조감도’라는 제목의 기사. 나날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서울의 인구를 포용할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하기 위해 1963년부터 경기 5개군 11개면을 서울에 편입한다는 서울시의 행정구역조정안(확장안) 계획을 전하고 있다. 현재 강남으로 불리는 지역이 편입지역(빗금 표시)으로 그려져 있다. 경향신문 자료

강남 개발의 주요 목적은 사대문 또는 강북에 밀집된 인구 분산이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부동산 투기 등 부작용을 동반했지만 인구 분산 측면에서 보면 30년 만에 목표를 달성했다.

1987년 1월 6일자 경향신문 6면 상단의 서울 인구 기사. 강남 인구가 갈수록 늘어 강북과 강남의 인구비가 강북 53.5%, 강남 46.5%에 이르렀다는 내용을 전하며 “머지않아 강남 인구가 강북 인구를 앞지를 것”으로 내다봤다. 경향신문 자료
1990년대 이후 교육·부동산 수요뿐 아니라
기업·일자리 집중되며 쏠림 심화
스타벅스 매장, 포털 검색 결과도 가장 많아

강남은 1990년대부터 교육·부동산을 필두로 각 분야에서 서울의 중심지로 자리 잡았고, 기업과 자본 집중이 가속화하면서 한국을 대표하는 지역이 됐다. 강남의 눈부신 변화는 특정 분야 또는 지역에 자원을 집중함으로써 단기간에 급속한 성장을 도모하는 불균형 발전 전략의 대표적 결과이다. 쏠림과 집중의 구심점 강남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한국 사회가 겪고 있는 과도한 쏠림 현상을 압축해서 보여준다.

고소득 노동력과 자본의 집중도를 확인할 수 있는 지표 중 하나가 커피 전문점인 스타벅스 매장 분포이다. 지난달 기준 한국에 개설된 스타벅스 매장 1859개 중 절반이 넘는 1052개(56.6%)가 서울·경기 지역에 있었다. 강남구는 88개로 전국에서 스타벅스 매장이 가장 많았다. 서초구(49개)와 송파구(36개)를 합치면 ‘강남 3구’는 서울 전체의 28.6%를 차지했다.

송규봉 GIS 유나이티드 대표는 “스타벅스의 주요 이용객은 그 사회에서 평균보다 소득·교육 수준이 높은 전문직·사무직 종사자들”이라며 “매장이 집중된 지역은 유동인구가 많을뿐 아니라 자본이 집중된 공간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20일 기준 전국 스타벅스 매장 분포도 일부. 매장이 수도권에 집중돼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지난달 20일 기준 서울 지역 스타벅스 매장 분포도. 녹색 지역이 서초구, 강남구, 송파구(왼쪽부터)로 특히 강남구에 많은 매장(노란 동그라미)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실제로 2021년 기준 전국 사업체 종사자 2493만1600명 중 절반에 가까운 1176만5796명(47%)이 서울과 경기에서 일했다. 서울로 좁혀 보면, 25개구 중 강남 3구에서 일하는 이들이 약 169만명으로 30%를 차지했다. 한국의 기초지자체 가운데 절반 이상이 급격한 인구 감소로 ‘소멸’ 위기에 처했다는 경고음이 들려오는 현실과 대비된다.

강남 집중 속도는 더 빨라지는 추세다. 내년 부분 개통하는 GTX-A 등 신규 대중교통 노선 대다수가 강남을 경유한다. 편리해진 교통 인프라를 타고 인구와 자본이 더 강남으로 몰린다. 쏠림은 자본과 인구, 교통 인프라에 그치지 않는다. 강남은 부동산 불패 신화, 사교육 1번지라는 수식어에 걸맞게 부동산 중심의 재테크와 교육, 소비 트렌드를 선도한다.

네이버가 제공하는 검색 트렌드 분석 사이트 데이터랩의 최근 1년치 업종별 검색 데이터를 보면 절대 다수의 검색 결과가 수도권에 있었고, 서울에서도 강남 지역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특히 패션 뷰티 업종의 경우 강남구가 서울 지역 다른 자치구에 비해 관심도가 매우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최근 1년간 사용자들이 네이버에서 패션 뷰티 관련 검색을 했을 때 나타나는 검색 결과(기업, 매장 등) 대부분이 강남구에 있었다는 것을 뜻한다.

네이버 데이터랩 지역별 관심도 기업 업종 그래프. 최근 1년간 네이버 이용자들의 기업 관련 검색 결과 대다수가 강남구에 위치해 있다는 걸 보여준다. 검색 관심도는 최근 1년 내 최대 관심도를 100으로 표현한 상대적인 변화를 나타낸 지표다. 네이버 데이터랩 캡처
네이버 데이터랩 지역별 관심도 패션 뷰티 업종 그래프. 최근 1년간 네이버 이용자들의 패션 뷰티 관련 검색 결과 대다수가 강남구에 위치해 있다는 걸 보여준다. 검색 관심도는 최근 1년 내 최대 관심도를 100으로 표현한 상대적인 변화를 나타낸 지표다. 네이버 데이터랩 캡처

한국 최고의 투자 상품이 된 강남의 아파트 단지들은 재건축을 통해 막대한 이익을 거둬들이고 있으며, 인재들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는 의대 편중 현상의 진원지 역시 강남으로 지목된다.

경향신문은 창간 77주년을 맞아 한국이 직면한 인구절벽과 지방소멸의 대척점에 있는 강남을 조명했다. 강남에서 오가고 일하며, 살며 공부하는 이들의 삶과 욕망과 고민을 통해 쏠림 사회 한국의 현주소를 짚어보고 쏠림을 완화할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서이다.

좁은 공간에 밀집된 자본과 인적 자원을 바탕으로 한 시너지 효과의 이면에는 이른 아침부터 만원 지하철과 버스에 몸을 싣고 ‘교통 지옥’을 견뎌야 노동자들의 고충이 있었다. 참고서와 문제집을 담은 캐리어를 끌고 대치동 학원가의 문을 두드리는 학생들의 어깨는 무거워 보였다. 강남의 부동산은 재건축 붐을 불쏘시개 삼아 욕망을 불태우고 있었다. 공공시설들이 높은 임대료와 지가를 감당하지 못해 외곽으로 밀려나는 현상도 목격됐다.


☞ [쏠림 사회 한국, 강남 리포트] 서울 일자리 30%가 강남3구에…“우리는 여전히 강남 간다”
     https://www.khan.co.kr/economy/economy-general/article/202310051500001


☞ [쏠림 사회 한국, 강남 리포트] ‘교통의 요지’라는 강남의 역설…더 많이 모이고 더 막힌다
     https://www.khan.co.kr/economy/economy-general/article/202310051500011


☞ [쏠림 사회 한국, 강남 리포트] 모든 걸 돈으로 사는 강남, 그럴수록 공공의 빈자리는 커진다
     https://www.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310051500021

김경학 기자 gomgom@kyunghyang.com, 김정화 기자 clean@kyunghyang.com, 박하얀 기자 whit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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