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을 위협하는 민족주의 포퓰리즘[PADO]
[편집자주] 며칠 전에 있었던 슬로바키아의 선거에서도 우익 포퓰리즘 정당이 승리했습니다. 무솔리니 파시즘과도 연관이 있는 정당이 이탈리아에서 승리했고 그 당수인 멜로니가 현재 이탈리아 총리입니다. 영국의 수낙 총리도 이민문제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유럽은 민족주의적 색채를 가진 우익 포퓰리즘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20년 전만 해도 유럽에서는 어떻게 '유럽 합중국'을 만들 것인가, 어떻게 유럽 통합군을 창설해 운영할 것인가를 논의했습니다. 하지만 더 이상 이런 논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제국도 아니고 국민국가도 아닌 느슨한 형태의 유럽연합(EU)에 대한 희외감이 팽배해 있습니다. 특히 상대적으로 낙후된 국가들 안에서 독일 등 유럽연합 선진국들에 의해 자신들이 보이지 않는 착취를 당하고 있는 것 아닌가라는 의심이 있습니다. 현재의 유럽연합으로는 지속되기가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게다가 아프리카, 중동 지역이라는 유럽 뒷마당의 거버넌스가 흔들리면서 유럽 경내로 들어오는 불법 이민자들이 끊이지 않습니다. 미국의 흑인문제만큼이나 유럽의 아프리카, 아랍계 이민자 문제는 과거 제국주의 시대의 아픈 유산입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동심원을 그리며 팽창한 '(보편)제국'이 아니라 원격의 낙후지역을 군사적, 경제적 힘으로 압박해 통합했던 제국주의였기에 새로운 주민들을 포용할 수도 없었습니다. 포용할 수도 없는 새로운 주민들을 안고가야 하는 것이 제국주의, 식민주의 국가들의 고치기 어려운 병이 되었습니다. 또 제국주의와 식민주의를 했던 몇 나라만이 안고 갈 수도 있는 이 문제가 유럽연합이 회원국들 사이의 국경을 열어버림으로써 유럽 전체의 문제가 되고 있는 것입니다. 거기에 미국에서 트럼프가 보여준 성공사례도 자극이 되고 있습니다. 인구절벽 앞에서 이민의 문을 열어야 하는 한국으로서는 반면교사가 될 것입니다. 유럽의 민족주의 포퓰리즘에 대해 상세히 보도한 9월 16일자 이코노미스트에 실린 이 기사는 번역 전문을 PADO 웹사이트(pado.kr)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벨기에의 수도 브뤼셀 남쪽 낮은 산들로 둘러쌓인 신트헤네시위스로데(Sint-Genesius-Rode)는 브뤼셀로 통근하는 사람들이 주로 사는 부유한 도시인데, 9월 2일 50여명의 주민들이 교구(敎區) 청사에 모여 샴페인을 마시고 벨기에의 분할을 논의했다.
이 모임을 조직한 것은 '플라망의 이익'(Vlaams Belang)이라는 우익 정당인데, 이 정당은 주로 플라망(영어로는 플란더스)식 생활방식을 위협하는 이슬람, 이민자, 그리고 그 중에서도 가장 고약한 프랑스어를 주로 공격한다.
이 작은 도시는 플라망 지역(벨기에의 절반을 차지하는 네덜란드어 사용 지역)에 위치하고 있지만, 지난 수십년 간 프랑스어를 사용하는 벨기에인들이 이주해 들어왔고 지금은 이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플라망의 이익' 소속으로 플라망 지방의회 의원인 클라스 슬로트만스에게 있어서 이 '쇠락'을 막는 유일한 방법은 플라망 지역이 독립을 선언하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이 헛소리는 아닐지라도 협소하고 국수주의적이고 분열적인 것으로 들릴텐데, 확실히 잘 먹히고 있다. 모임에서 슬로트만 의원이 "민중이 자기 나라의 주인이 되어야 한다"고 소리 높이자 모여든 사람들이 박수를 친다. '플라망의 이익'은 현재 가장 인기 있는 정당이고, 최근의 여론조사에서 22%의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독일에서는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라는 이름의 정당이 현재 22%의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데, 작년 선거때만 해도 10%에 불과했던 것이 이렇게 상승한 것이다. 프랑스에서는 '국민연합'(RN)이라는 가장 큰 강경 우파 정당이 24%의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재정복'이라는 또다른 반이민 정당이 얻고 있는 5%를 더하면, 강경 우파는 프랑스에서 가장 많은 표를 얻고 있는 그룹이 된다. 네덜란드에서도 아직 규모가 작은 우익 포퓰리스트 정당들이 모두 합쳐 25% 이상의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포르투갈, 루마니아, 스페인 같은 민주주의 역사가 상대적으로 짧은 나라에서도 상황이 비슷하다.
강경 우파의 선전은 물론 하나의 모습을 갖고 있거나 한 방향인 것은 아니다. 예컨대 덴마크와 스페인에서는 최근 민족주의 포퓰리스트들의 지지율이 하락했다. 이들 우익 정당의 이념과 정책이 똑 같은 것도 아니다. 어떤 당은 대서양주의자이고, 다른 당은 친러시아다. 어떤 당은 자유지상주의를 추구하고, 다른 당은 좀 더 확대된 복지정책을 추구한다.
물론 복지확대를 주장해도 순수 혈통의 자국민들에 대한 것이다. 더욱이 이들 우익 그룹은 권력에 가까이 갈수록 입장이 부드러워지거나 분열되거나 하는데, 부드러워지면서 동시에 분열되기도 한다. 예컨대 이탈리아 정부는 비록 파시즘과 연결되어 있는 이탈리아형제당이 이끌고 있지만 집권후에는 많은 사람들이 걱정했던 것보다 온건해졌다.
그럼에도 현재의 흐름은 걱정스럽다. 세 가지 이유 때문이다. 첫째, 폭넓게 일어나는 현상이라는 점이다. 유럽연합(EU)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5개국 중 4개국에서 강경 우파 정당이 정권에 참여하고 있거나 아니면 여론조사에서 20% 이상의 지지율을 얻고 있다.
둘째, 현재의 상황이 강경 우파들에게 유리하다. 팬데믹 동안의 소강상태가 끝난 이후 다시 이민이 늘고 있고, 물가는 높고, 기후변화 정책의 높은 비용이 포퓰리즘적 분노를 일으킬 잠재력을 보이고 있다.
셋째 이유가 가장 중요한데, 강경 우파는 꼭 정권을 잡아야만 정치에 해로운 영향을 끼치는 것은 아니다. 어느 정도의 지지를 확보해 이미 정책논의의 방향에 영향을 미치고 있고, 그러다 보니 유럽 정부들이 우크라이나에서의 전쟁, 이민, 기후변화 같은 시급한 문제에 합리적인 정책을 내놓을 수 없게 되었다.
(계속)
김동규 PADO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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