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과 함께 읽는 이번주 국제정세[PADO]
돈 그레이브스 미국 상무부 부장관이 한국과 일본을 방문했습니다. 그레이브스 부장관은 27일에 열린 온라인 기자회견에서 "중국을 포함한 많은 '활동주체(actor)'들이 정부 또는 민간 레벨에서 우리의 시스템에 침투하고 있다"고 말하면서 한미일의 사이버안보 분야 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그레이브스 부장관의 이번 한국-일본 방문은 한미일 3개국 정상회의의 후속조치의 성격이 강한데, 그는 이번 방문의 목적으로 국가안보, 국경을 초월한 반도체 공급망 구축, 차세대 반도체기술 개발 협력의 촉진 등을 강조했습니다. 금년에 중국을 거점으로 하는 해커들이 미국 정부기관들의 메일 시스템 등에 불법 액세스를 시도하다가 발각되기도 했고, 중국군 소속의 해커들이 일본 방위성 컴퓨터 시스템에 침입했다는 미국 보도도 있었습니다.
한일(韓日) 외교차관 전략대화가 9년만에 서울에서 개최되었습니다. 한국 외교부의 장호진 제1차관과 일본 외무성의 오카노 마사타카 사무차관이 참석했습니다. 구체적인 결과 브리핑은 없었는데, 중요한 것은 한일 양국 사이에 여러 레벨의 대화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한일관계는 확실히 해빙기에 접어들었습니다. 현재 일본과 북한이 모종의 접촉을 해오고 있는 듯 한데, 이번 양국 전략회의에서 일본측이 이에 대해 우리측의 협조를 구하거나 대북 접촉 결과를 '디브리핑' 해줬는지 궁금합니다.
벨기에의 국가정보기관이 중국의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의 벨기에 소재 물류 허브를 조사중에 있습니다. 중국 정부가 이 물류 허브를 이용해 '첩보' 활동을 하고 있다는 의혹이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알리바바의 유럽 물류 센터가 벨기에 리에주의 화물 공항에 설치되어 있는데, 벨기에의 정보기관들이 현재 이 물류 센터를 이용한 중국 정부의 첩보활동 가능성을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고 합니다. 물론 알리바바는 그런 일이 없다고 부정하고 있지만, 물류 시스템 소프트웨어 안에 예민한 경제정보를 취합해 중국 정부와 정보당국에 보고하는 프로그램이 심어져 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알리바바의 이 물류 허브는 벨기에의 물류 창고들이 모여 있는 중요한 산업지역에 있는데, 리에주 공항의 활주로를 모니터링 할 수 있는 위치에 있고, 근로자들이 항공기의 화물을 내려 3만 평방미터 규모의 창고에 옮기기도 합니다. 현재 알리바바는 이 창고를 10만 평방미터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입니다.
항구나 공항은 사람과 물건이 움직이는 몇 안되는 길목입니다. 그래서 항구와 공항의 움직임을 매일 체크해 한 곳에 모아 데이터베이스화하면 '큰 흐름'이 포착될 수도 있습니다. 또, 이를 통해 전 세계 물류 또는 공급망의 구조를 엿볼 수도 있는데, 유사시를 대비해 어디가 물류망이나 공급망의 취약한 부분인지를 파악해놓을 수도 있습니다. 또 물류와 공급망의 변화 추이에 대한 데이터가 많아지면 소비패턴의 변화 등에 대한 정보도 얻을 수 있습니다. 주요 강대국들이 항구와 공항을 중심으로 모니터링 능력을 강화해두고 있는 이유입니다. 그것은 중국도 미국도 마찬가지입니다.
나토 회원국인 슬로바키아 총선에서 친러 성향의 야당이 1당이 되었고, 이번 총선에 러시아가 개입했다는 의혹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번 총선에 1당이 된 친러·반미 성향의 스메르·사회민주당을 이끄는 로베르트 피초 전 총리는 2주일 안에 새 정부를 출범시킬 예정인데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양기구(NATO) 가입에 반대해온 인물로 선거 직후 무기 지원을 중단하겠다는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했습니다. 현재 선거를 앞두고 있는 폴란드도 우크라이나 곡물의 국내유입에 반발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공급을 중단하겠다고 했는데, 동유럽 국가들을 중심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피로감이 커지고 있어서 나토 국가들 사이에 균열 발생이 우려되고 있습니다.
로베르트 피초 전 총리는 이미 두 번이나 총리를 역임했는데, 이번에 총리에 취임하면 세 번째 총리직입니다. 그는 원래는 친서방적이어서 슬로바키아의 유럽연합(EU) 가입과 유로화 사용을 주도했습니다. 그런데,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친러시아적 주장을 하고 난민유입 반대를 주장하고 있어서 유럽에서 높아지고 있는 민족주의 포퓰리즘쪽으로 경도되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의 이러한 변화가 단지 선거를 목적으로 하는 것인지 근본적인 정치적 입장 변화인지는 지켜봐야 할 것입니다.
팬데믹기간 동안 온라인 재택근무가 활성화되면서 일본 기업들이 번잡한 도쿄 도심을 떠나 한가하고 땅값도 싼 지방으로 이전하는 움직임이 있다고 합니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작년 335개 회사가 도쿄시내를 떠나 한가한 시골로 이전했는데, 2019년 대비 40% 가량이 증가한 것입니다. 아뮤즈(Amuse)라는 중견 엔터테인먼트 회사는 도쿄 시내를 떠나 후지산 근처의 야마나시로 사무실을 옮겼는데, 직원들의 '워크-라이프 밸런스'(워라밸)도 강화하고 자연 속에서 좋은 근무환경을 누리게 해주려 했다는 것입니다.
도쿄의 대지진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이러한 이전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많은 전문가들은 진도 7 이상의 지진이 30년 안에 도쿄를 강타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하고 있어서 업무의 연속성을 위해 기업들이 지방 이전을 고려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2011년의 동일본지진이 전환점이 되었다고 합니다. AXA생명보험회사는 2011년의 지진재해를 보고는 2014년에 본사를 홋카이도의 삿포로로 옮겼습니다.
팬데믹 기간 동안 구축된 온라인 근무체계가 한국에서도 기업의 지방 이전을 촉진시킬지 궁금합니다만, 기업의 서울 집중은 인허가권을 포함한 정책결정권을 중앙정부, 특히 대통령실이 쥐고 있다는 점에서 기인한 만큼 쉽지는 않을 것입니다. 게다가 한국의 재택근무율은 심지어 일본보다도 낮습니다. 하지만 서울 도심에서 근교로의 이전은 한국에서도 현재 진행중인만큼 교통이나 통신망의 발전과 함께 한국 기업의 탈서울-수도권 이전 정도는 예상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김동규 PADO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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