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세상] 20년 차 거리의 인문학자가 쓴 희망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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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성프란시스대학(노숙인 대학) 설립을 시작으로 20년 가까이 '사회의 그늘 속'에 있는 이들에게 인문학을 강의해온 최준영(57) 책고집 대표.
책 '가난할 권리'는 벼랑 끝에 몰렸던 이들이 최 대표의 '인문학 세례'로 어떻게 인생이 다시 살 만한 것이라고 여기게 됐는지를 보여주는 증언록이다.
스스로를 개차반 같은 인생이라고 자조했던 그는 인문학에 대해 '무엇보다 생각이라는 걸 하게 해주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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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성프란시스대학(노숙인 대학) 설립을 시작으로 20년 가까이 '사회의 그늘 속'에 있는 이들에게 인문학을 강의해온 최준영(57) 책고집 대표. 강의 대상은 노숙인, 재소자, 탈학교 청소년, 미혼모, 탈북청소년 등이다. 사회적 고립과 생활고로 마음의 문을 닫고 있는 이들이 많다.
책 한 권보다는 밥 한 그릇이 이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책 ‘가난할 권리’는 벼랑 끝에 몰렸던 이들이 최 대표의 ‘인문학 세례’로 어떻게 인생이 다시 살 만한 것이라고 여기게 됐는지를 보여주는 증언록이다. 운전면허조차 말소됐던 한 노숙인은 서울역 전봇대에서 대형트럭기사를 찾는다는 구인광고를 보고 무작정 차주를 찾아갔다. 그의 '눈빛이 살아있는' 걸 본 차주는 면허를 따도록 지원해줬고 그는 결국 취업에 성공했다. 노숙인 쉼터를 수소문해 찾아온 딸의 결혼식에도 참석하게 된다. 그가 나락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던 것은 좋은 차주를 만난 행운도 있었지만 최 대표가 알려준 니체의 말을 기억한 덕분이었다. ‘삶의 의미를 알면 어떤 상황(고통)도 이겨낼 수 있다.’ 노름으로 전 재산을 탕진한 뒤 아내와 네 자녀에게 버림받았던 또 다른 노숙인. 그는 인문학 강좌를 들은 뒤 스스로에게 솔직해졌다고 한다. 결혼 16년 만에 아내에게 ‘여보, 사랑해!’라고 고백했고 그의 진심을 이해한 가족들과 재결합했다고 한다. 스스로를 개차반 같은 인생이라고 자조했던 그는 인문학에 대해 ‘무엇보다 생각이라는 걸 하게 해주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책에는 인문학 수강을 계기로 삼아 사회적 편견을 이겨내고 꿋꿋하게 희망을 만들어가고 있는 약자들의 놀라운 사연이 담겨있다. 팬데믹 이후 청년화·전국화되고 있는 노숙자 문제의 해결을 위한 인문학 강좌 확대의 필요성에도 공감하게 된다.
이왕구 문화부장 fab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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