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공부도 좋지만 물리긴 싫어요… 佛 ‘빈대 전쟁’
학생 1200명 등교 거부, 탐지견 투입
내년 파리 올림픽을 앞둔 프랑스의 ‘빈대 소동’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기차와 지하철, 영화관에 이어 이번엔 학교 건물에서 빈대가 발견돼 휴교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프랑스 정부가 황급히 대처에 나섰지만, 공공 위생 전반에 불안감이 커지는 ‘빈대 게이트’로 확산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프랑스 일간 르파리지앙은 5일(현지 시각) “이날 아침 파리 동쪽 12구의 엘리사-레모니에 직업 고등학교에서 빈대가 나와 학생들과 교사들이 대거 등교를 거부하는 사태가 벌어졌다”고 전했다.
처음 빈대가 나온 곳은 도서관이었다. 빈대 발견 소식은 교장에게 곧바로 전해졌고, 빈대 탐지견이 즉각 출동해 도서관뿐만 아니라 휴게실과 교실, 교무실, 직원 사무실 등 수십 곳에 빈대가 퍼져 있는 것을 확인했다.
이날 학생 1200명과 교사 150명 대부분이 등교를 거부했다. 르파리지앙은 “과거 빈대에 물린 경험이 있는 학생과 교사들이 빈대 발견 소식에 몸서리를 쳤다”고 전했다. 빈대는 사람과 짐승의 피를 빨아 먹는다. 물리면 짧게는 6시간, 길게는 3일 후에 물린 부위가 빨갛게 부풀며 심한 가려움을 느낀다. 사람에 따라선 벌레가 몸에 기어다니는 듯한 환촉(幻觸)과 극심한 고통을 느끼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지역을 관할하는 발레리 페크레스 일드프랑스 주지사는 “교실 3곳을 폐쇄하고, 소독 작업을 마무리했다”며 “상황이 잘 통제돼 학교 폐쇄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학생·교사들은 빈대가 박멸되기 전까지 등교와 출근을 못하겠다는 입장이다. 학교와 교육 당국은 “빈대는 그저 불쾌할 뿐, 전염병을 옮기지 않는다”며 설득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클레망 본 프랑스 교통부 장관은 4일 “최근 몇 주간 파리 지하철에서 10건, 프랑스 철도에서 37건의 빈대 발견 신고가 접수됐다”며 “빈대 출몰의 명확한 증거는 아직 없지만 탐지견을 투입해 조사키로 했다”고 밝혔다. 프랑스 소셜미디어에도 ‘빈대를 발견했다’는 글이 계속 올라오며 시민들의 불안이 확산하고 있다. 지하철과 버스 등 대중교통에선 빈대에게 물릴까 봐 자리에 앉지 않는 사람들도 등장했다.
한국에선 40여 년 전에 사라진 빈대가 프랑스에서는 여전히 사회적 문제다. 파리 등 대도시에서 아파트를 얻을 때는 빈대가 있는지부터 확인해야 할 정도다. 2018년 저가 호텔과 변두리 주거지, 공공시설 등 총 40만 곳에서 빈대가 나왔고, 2020년에는 정부가 ‘빈대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대대적 퇴치 캠페인도 벌였다. 프랑스인 사이엔 “관광객과 이민자들이 빈대를 계속 옮겨온다”는 인식이 있지만, 해충이 옮기 쉬운 잔디밭이나 테라스에 자주 머무는 생활양식 탓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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