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시진핑, 내달 美서 정상회담”

워싱턴/김진명 특파원 2023. 10. 7. 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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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 APEC 회의서 만나
푸틴 “핵추진순항미사일 시험 성공”
미국과 중국 간의 패권 경쟁은 올해에도 한국 수출에 상당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2022년 11월 14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G20 정상회담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다음 달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리는 캘리포니아주(州) 샌프란시스코에서 정상회담을 할 전망이다. 5일(현지 시각) 워싱턴포스트(WP)는 미·중 관계 안정을 위해 백악관이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 간의 회담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WP가 인용한 바이든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정상회담이 있을 것이) 꽤 확실하다”며 “(회담 계획) 절차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계획대로 성사되면 2021년 1월 바이든 대통령 취임 후 시 주석의 첫 미국 방문이자, 양 정상 간의 두 번째 대면 정상회담이 된다.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은 코로나 팬데믹 중인 2021년 11월 화상으로 첫 정상회담을 했고,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G20(20국) 정상회의를 계기로 첫 대면 정상회담을 했다.

다음 달 회담은 지난달 13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상회담 이후 약 두 달 만에 미·중 정상이 만나 국제 질서를 논의한다는 의미도 있다. 미국은 유엔 안보리 결의로 금지된 북·러 간 무기 거래가 이뤄질 경우 중국이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규탄해 주기를 바라고 있다. 중국 역시 최근 북·러가 밀착하고 유럽 국가들이 중국과 거리를 두면서 미국과의 관계를 관리할 필요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푸틴은 서방을 향한 핵 위협에 나섰다. 그는 5일 러시아 전문가 모임 ‘발다이 국제 토론 클럽’ 회의에서 “핵으로 추진되는 부레베스트닉 대륙간순항미사일의 (발사) 시험에 최근 성공했다”며 “최대 24개의 핵 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차세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사르마트’도 거의 완성됐다”고 밝혔다.

조 바이든(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G20(20국) 정상회의에서 악수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 몇 달 간 미·중 정상회담 성사를 위해 공들여 왔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이 지난 6월 미국 국무장관으로서는 5년 만에 중국을 방문해 시 주석을 만났다. 7월에는 재닛 옐런 재무장관과 존 케리 대통령기후특사가 중국을 찾았고, 8월에는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도 베이징과 상하이를 방문했다.

바이든은 6월 블링컨 장관의 방중 직후 열린 한 정치자금 모금 행사에서 “앞으로 몇 달 내에 시 주석을 다시 만나기를 희망하고 있다”며 정상회담에 의지를 보였다. 그는 지난달 인도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 시진핑이 불참한다는 발표가 나오자 “실망했다”며 “그렇지만 나는 그를 만날 것”이라고도 했다.

미국이 이처럼 중국과의 정상회담을 원하는 가장 큰 목적은 오판에 의한 충돌 방지를 위해 정상 간 소통을 유지하는 것이다. 바이든은 지난달 19일 유엔 총회 연설에서 “(미·중) 양국 간 경쟁이 충돌로 가지 않도록 책임 있게 관리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했다. 그 기저에는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자리하고 있다.

윌리엄 번스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지난해 10월과 지난 2월 두 차례나 시진핑이 중국 인민해방군에 “2027년까지 대만을 성공적으로 침공할 준비를 하라”고 지시했다고 공개했다. 지난해와 2021년 정상회담에서 양 정상이 첨예한 이견을 보인 것도 대만 문제다. 바이든은 중국의 대만 침공 시 미군을 동원해 방어하겠다고 공언해 왔는데, 시진핑은 그런 바이든에게 대만 문제를 “중국의 핵심 이익 중 핵심”이자 “레드 라인(양보할 수 없는 선)”이라고 했다.

한 발 빠져있는 듯했던 중국이 정상회담을 추진하는 이유는 국제사회에서의 고립을 막고 미국과의 관계를 관리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나온다. 베이징 외교 소식통은 “시진핑이 이미 G20 정상회의에 불참한 상황에서 APEC 회담까지 건너뛸 수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시진핑의 G20 정상회의 불참이 국제사회에서 중국의 정치 혼란, 부동산 위기, 높은 청년 실업률 등 문제를 더욱 부각시켰는데, APEC까지 불참하기는 부담이 크다는 것이다.

시진핑은 다음 달 정상회담에서 바이든에게 대만에 대한 군사 지원을 축소할 것을 강하게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대중(對中) 기술 제재 완화도 중국이 중시하고 있는 사안이다. 중국은 지난 8월 러몬도 상무장관 방중 당시에도 중국 기업에 대한 투자 제한 조치 철회, 수출 통제 완화 등을 요구했다. 고용시장 둔화가 경기 침체로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된 미국도 경제 문제에서 자유롭지는 못하다. 2024년 대선을 치러야 하는 바이든에게는 경제와 외교를 모두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시진핑과의 회담이 필요한 상황이다. 북핵 문제 관리, 펜타닐 원료 단속 등에도 중국의 협조가 요구된다.

하지만 미·중 정상회담이 실질적 성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대니얼 러셀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는 WP에 “양측 모두 실질적 양보를 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회담 후의 (관계) 안정 효과는 일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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