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배의 공간과 스타일] [205] 카렌 블릭센의 보금자리
‘아이작 디네센(Isak Dinesen)’이라는 필명으로 활동을 했던 카렌 블릭센(Karen Blixen)의 이름은 그다지 친숙하지 않다. 하지만 그녀의 대표작 두 편은 아주 잘 알려져 있다. 첫 번째는 1937년 완성한 자전적 소설 ‘아웃 오브 아프리카(Out of Africa)’. 1985년 시드니 폴락 감독에 의해서 영화로도 만들어져 아카데미에서 작품상, 감독상을 포함 7개 부분을 석권했다. 소설 속에서 “눈부시게 아름다운”이라고 표현한 커피 농장의 이미지, 드넓은 아프리카의 초원과 푸른 하늘은 그 스토리만큼이나 신선한 감동을 선사했다. 특히 영화 속에서 주인공 로버트 레드퍼드가 항아리에 담은 물로 메릴 스트리프의 머리를 감겨주는 장면은 우리나라 여성 관객의 심금을 울리며 자주 회자되었다.
1958년 작 ‘바베트의 만찬(Babette’s Feast)’ 역시 영화로 제작되어 1987년 아카데미 최우수 외국영화상을 수상했다. 피치 못할 사연으로 은둔 생활을 하는 과거 파리의 유명 레스토랑 요리사가 우연한 계기로 왕년의 솜씨를 발휘하게 되는 이야기다. 궁극적인 한 끼의 프랑스식 정찬을 매개로 화해와 사랑, 배려와 같은 인간의 서사를 풀어간 명작이다. ‘담포포(1986)’ ‘음식남녀(1994)’ ‘빅나이트(1996)’와 함께 원조 음식 영화이자, 이제까지 만들어진 수많은 음식 영화 중 최고 걸작으로 평가되는 작품이다.
덴마크 코펜하겐의 북부 근교에 ‘카렌 블릭센 박물관’이 있다. 작가가 17년간의 아프리카 생활을 마치고 모국인 덴마크로 돌아와서 머물며 살던 집을 개조한 공간이다. 거실에 집필하던 책상과 오래된 타자기가 놓여있고, 주방에는 음식 모형이 전시되어 있다. 자라탕, 팬케이크와 캐비아, 메추리구이와 푸아그라 등 ‘바베트의 만찬’ 영화에서 선보였던 메뉴다. 집 뒤편 풀밭에서 꽃을 따다가 책상 위의 화병에 담고 집필을 시작했던 카렌은 지금 그 정원의 한편, 너도밤나무 밑에 잠들어있다. 작가의 공간을 둘러보며 작품을 회상하는 덴마크 사람들은 특별한 날 종종 이 영화 속 음식을 해먹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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