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이재명 대표가 ‘가결’ 지시했다면 어땠을까
더불어민주당은 6일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의 임명 동의안을 당론으로 부결했다. 표결만큼은 자유투표로 하리라는 예상을 깨고 본회의 직전 의원총회에서 당론을 채택해 표 이탈을 원천 봉쇄했다. 대통령의 임명 동의 요청을 민주당이 온몸으로 막으면서 여야 대립은 앞으로 더 극단으로 치달을 것이 뻔하다.
이재명 대표는 이 과정에서 침묵했다. 말이 침묵이지 35년 만의 대법원장 임명 동의안 부결에 사실상 힘을 실어줬다. 친명 일색 당 지도부가 막판에 당론 채택에 적극적으로 나선 데에는 이 대표의 의중이 담겼다는 말이 나왔다. 이 대표가 수두룩한 자신의 재판을 지연하고 유리한 판을 짜기 위해 사법부 공백 상태를 이용하려 한다는 분석도 있다.
이 대표 측은 이런 말들에 “단식 여파로 몸 추스르기도 힘들다. 무슨 억지 주장이냐”고 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단식 이후에 몸만 추스르지 않았다. 단식을 중단하고 구속영장이 기각된 뒤, 이 대표가 처음 던진 메시지는 ‘민생’을 위해 영수 회담 하자는 것이었다. 그는 “전쟁 같은 정치가 불안하고 불편하다”며 “대통령과 야당 대표가 조건 없이 만나 허심탄회하게 논의하자”고 했다.
그런 이 대표에게 이번 임명 동의안 표결은 기회가 될 수도 있었다. 이 대표의 영수 회담 제안 때 국민의힘은 물론 민주당 안에서도 “쇼에 불과하다”는 냉소적 평가가 많았다. 이 대표가 앞장서 대법원장 가결을 주장했다면 어땠을까. 꽉 막힌 정국에 여야 협치의 물꼬를 트고 영수 회담 제안의 진정성도 재평가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그러지 않았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대장동 재판’에 출석했다. 변호인은 이 대표의 건강이 좋지 않으니 재판을 짧게 끝내달라고 요청했다. 재판은 안팎의 예상보다 일찍 끝났다. 이 대표는 병원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몇시간 뒤 이 대표는 병원에서 택시를 타고 국회로 가 본회의에 참석했다. 민주당에 표를 보탰다. 이날 재판은 수장 없이 표류할 법원이 앞으로 이 대표 변호인들에게 얼마나 휘둘릴지 보여주는 예고편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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