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독일은 3년 유급 육아 휴직에도 가정 78%가 無자녀일까
출산율 급감… ‘유럽 양로원’ 전락
더블엑스 이코노미
린다 스콧 지음|김경애 옮김|쌤앤파커스|416쪽|1만8500원
떨어지는 출산율 때문에 고민하는 국가가 한국만은 아니다. 현재 인구 규모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려면 여성 1명당 2.1명의 아이를 낳는 것이 적정 수준으로 여겨진다. 출산율이 1.5명 수준에 떨어지면 돌아올 수 없는 지점까지 도달한 것으로 간주한다. 옥스퍼드대 명예교수로 여성 경제개발 전문가인 저자는 2020년 영국에서 출간한 이 책에서 “출산율이 1.6명인 유럽연합은 돌아올 수 없는 지점의 절벽에 섰다”고 말한다.
그중에서 가장 심각한 사례는 ‘유럽의 양로원’이라 불리는 독일이다. 독일 출산율은 1970년 이후로 1.5명 이하를 유지해 왔다. 1.25명보다 낮았던 기간도 있다. 저자는 “오늘날 독일 가정의 78%는 자녀가 없다”고 말한다. 다른 국가 여성들의 부러움을 사는 3년 유급 육아 휴직도 출산율 제고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대체 왜?
조사에 따르면 선진국에서 전업주부나 시간제로 근무하는 여성의 75%는 종일 근무를 원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고립된 삶을 살아가기 때문이다. 친구를 만날 시간도 없고, 자유를 누리기도 힘들다. 2012년 미국 여성 6만명을 대상으로 한 갤럽 조사에 따르면 전업주부는 일하는 여성보다 우울감과 걱정에 시달릴 확률이 높다. 게다가 선진국은 이혼율이 높다. 젊은 여성이 혼자 자녀를 양육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의미다. 이 여성들은 대부분 생활수준의 급격한 하락을 경험하고 그중 상당수가 빈곤의 늪에 빠진다. “지난 20년 동안 아이를 낳지 않겠다는 젊은 여성이 갈수록 늘고 있다. 가난, 우울, 스트레스에 시달릴 위험을 피하고자 하는 것이다.”
독일의 경우 육아 휴직은 주어졌지만 공공과 민간 어디에도 3세 이하 어린이를 위한 돌봄 시설을 인가하거나 건설하지 않았다. 자녀를 가진 여성은 육아휴직과 별개로 육아 대안이 거의 없었다. 독일에서는 아이를 낳은 기혼 여성 10명 중 1명만이 출산 후 직장으로 복귀했다. “이런 잘못된 정책으로 영구적으로 자식이 없는 여성의 수는 독일이 유럽에서 가장 많다. ”
저자는 “출산율 저하는 인구 고령화를 부추기고, 이 부담은 고스란히 여성에게 되돌아올 것”이라 예측한다. 전통적으로 남성에 비해 ‘돌봄 노동’ 부담을 많이 져온 여성이 자녀뿐 아니라 양가 부모, 배우자 등 고령 인구까지 돌봐야 하는 의무를 지게 된다는 것이다. 이 압박에서 어떻게 벗어날 것인가? 저자는 “‘알로마더링(Allomothering)’, 즉 남성과 국가까지 참여하는 공동 육아 체계의 설립만이 대안이 될 것”이라 말한다. “보육 후원은 워킹맘 지원에 효과가 있다고 증명된 유일한 정책이다. 나는 5세 미만의 모든 아이가 양질의 조기 보육 기회를 얻을 수 있기를 희망한다.”
여성들이 겪고 있는 ‘모성 불이익(motherhood penalty)’을 경제학적으로 분석한 책이다. 여성운동을 대하는 시각이 다소 고전적이지만 치밀한 통계 자료와 도표 등 참고할 만한 지점이 많다. 가나 등 개발도상국 사례도 많지만 유럽, 미국 등 선진국 여성들의 사례가 특히 눈에 띈다. “G7 국가에서 여성은 남성의 62%에 불과한 임금을 받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들 국가에서 고등교육을 받은 젊은 여성은 남성보다 약 20% 많다.”
저자는 여성의 성염색체가 ‘XX’라는 것에 착안, 가사노동 외 여성 경제활동을 ‘더블엑스 이코노미’라 칭한다. ‘더블엑스 이코노미’의 규모가 늘어나야 한 국가의 GDP가 상승하고, 전 세계적 빈곤 문제도 해결된다고 주장한다. 남성은 이미 경제활동에서 최대치를 내고 있어 추가 생산 가능성은 여성에게 있기 때문이다. 그러려면 결국 성 평등이 선행되어야 한다. 2006년 세계경제포럼 연구 결과 국가 경제활동에 여성의 공정한 참여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국가 경제의 침체를 유발했다. “빈곤국을 위한 해결책은 부유한 국가를 모방해 성 평등을 실현하는 것이었다. 결론은 부유한 국가라서 여성에게 더 많은 자유를 줄 수 있었던 게 아니라 여성에게 더 많은 자유를 준 결과 부유해질 수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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