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간병인이 내 남편과 몰래 혼인 신고···남편은 몰랐다는 말만"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본문과 직접적 연관 없음. 연합뉴스

[서울경제]

알코올에 중독된 남편이 도박 빚까지 지자 서류상으로 이혼을 했는데 시아버지를 간병하던 베트남 여성이 남편과 혼인신고를 했다는 사연이 알려졌다.

5일 YTN 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 사연을 보낸 A씨는 남편의 도박 빚으로 10년 전 어쩔 수 없이 서류상 이혼을 했다고 사연을 전했다. 채권자들이 A씨의 재산까지 추심해갈 게 두려웠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A씨 부부는 자녀를 함께 키우며 사실상 부부로 지내왔고 그러던 중 오랫동안 투병 중이던 시아버지가 사망했다.

재력가인 시아버지는 생전 A씨를 따로 불러 내가 세상을 떠나면 모든 재산이 도박 중독자인 남편에게 갈 것이니 탕진하지 않도록 잘 관리하라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그런데 시아버지의 장례를 치르던 A씨는 황당한 사실을 알게 됐다. 수년간 시아버지를 간병하던 베트남 출신 간병인이 A씨의 남편과 3개월 전 혼인신고를 했다는 것이다.

이 일과 관련해 A씨는 "남편에게 물었더니 자기는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하더라. 사실 남편은 알코올 중독자이기도 하다. 술을 많이 마시면 기억을 못 한다"며 "간병인을 불러서 어찌 된 일인지 추궁했다. 그러자 간병인은 ‘남편과 사귀는 사이고 혼인신고를 했다’는 황당한 말만 반복했다"고 떠올렸다.

심지어 간병인은 남편과 혼인신고 후 베트남으로 여행을 가 자신의 가족들도 만나고 왔다고 주장했고 이 말을 들은 남편은 "아버지가 병시중하느라 고생 많다면서 여행 다녀오라고 하셔서 베트남을 다녀왔고 그곳에서 간병인의 가족들이 관광을 시켜줬을 뿐"이라고 말했다. A씨는 "시아버지의 상속재산을 탐낸 간병인이 꾸민 일인 것 같은데 어떻게 대처해야 하느냐"며 조언을 구했다.

류현주 변호사는 "사연자의 남편이 사기 강박으로 인해 혼인의 의사를 표시했다기보다는 혼인의 합의 자체가 없는 경우로 보인다"며 "남편이 간병인과 혼인 의사가 없었다는 점이 명백히 입증된다면 혼인 취소가 아닌 혼인무효 청구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조인섭 변호사는 "사연자분의 남편이 간병인과 혼인할 의사가 전혀 없었다는 점을 명백히 입증한다면 혼인무효청구를 하실 수 있다. 혼인신고서는 누가 작성했는지 먼저 확인해 보시는 게 좋고 만약 간병인 혼자 가서 신고한 거라면 혼인신고 당시의 남편분의 행적을 확인하셔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또 남편분이 간병인과 부부로 함께 살아오지 않았다는 것과 사연자분이 남편과 사실상 부부 관계로 지내왔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며 "혼인 무효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에 대비해서 이혼청구도 준비하는 게 좋다"고 제안했다.

이혼 시 간병인에게 상속재산을 나눠줘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혼인신고를 한 지 3개월 만에 상속이 이뤄졌고, 상속이 이뤄진 후 얼마 안 가 이혼 청구를 한 경우라면 상속재산의 형성, 유지, 가치 증가에 배우자가 기여한 부분이 있다고 보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원 기자 reviva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