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주검은 그날의 진실을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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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남자가 추락사했다.
경찰은 평소 그가 동생과 경쟁하는 일이 잦았으며, 당일 술에 취한 형제가 파쿠르(도시나 자연의 지형, 건물, 사물을 이용해 곡예처럼 뛰어다니는 스포츠)를 했고 '동생이 형을 밀었다'는 목격자 진술을 언급했다.
2010년, 정보기관에서 일하던 30대 남성의 죽음이 그렇다.
외부 침입 흔적이 전혀 없었을 뿐 아니라 그가 죽기 1년 전부터 반복적으로 이용했던 한 웹사이트가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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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부검 사례 24건을 통해 인물의 죽음과 생애에 관한 비밀을 밝혀낸다. 생후 6개월 된 아이의 죽음과 대체의학을 맹신하는 부모, 결혼 생활이 위기를 맞은 중년기에 배우자를 살해한 이 등 주검이 품은 이야기가 펼쳐진다.
심리 부검을 통해 전혀 다른 결론을 도출해 내기도 한다. 2010년, 정보기관에서 일하던 30대 남성의 죽음이 그렇다. 남성은 자신의 집에 놓인 가방 속에서 벌거벗은 채 태아와 같은 자세로 죽어 있었다. 언론에서는 정보요원으로 활동하던 그에게 앙심을 품은 누군가가 살해했다는 추정이 나왔다. 하지만 저자는 달리 봤다. 외부 침입 흔적이 전혀 없었을 뿐 아니라 그가 죽기 1년 전부터 반복적으로 이용했던 한 웹사이트가 있었기 때문이다. 남성은 좁은 장소에 갇혀 있다가 탈출하는 성적 판타지를 종종 즐겨 왔던 것으로 판단됐다. 도착적 행위의 수위를 높여가다가 안전한 수위를 벗어나 죽음을 맞았던 것이다.
저자는 유아부터 노인까지 인생을 일곱 단계로 나누고 시기별 죽음을 분석한다. 나이와 죽음 간의 관계가 높은 시기는 노년기다. 같은 날짜에 사망한 노부부 사건은 범죄가 아니라 쇠약해진 노인이 병사한 배우자를 찾다가 사고를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죽음은 생각보다 많다고 한다.
느닷없는 죽음이 두렵게 느껴지지만 저자는 강조한다. “죽음이 어떻게 일어났든 고인의 얼굴은 조용하고 평화로운 안식을 보여준다”고. 그리고 “대개의 죽음은 과정이지 갑작스러운 사건이 아니라는 점을 기억하길 바란다”고 했다.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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