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장 임명안 부결… “최소 두달 이상 공백”

정성택 기자 2023. 10. 7. 0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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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년만에 국회부결… 贊118-反175
野, 투표직전 의총서 ‘부결 당론’
대통령실 “피해자는 국민” 비판
민주당 “불통 인사가 자초한 것”
野 “부적절 인사” 부결 당론… 與 “사법 마비” 규탄시위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왼쪽 사진 뒤)가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표결 후 기표소를 나서고 있다. 앞서 투표를 마친 민주당 신영대 의원이 환하게 웃고 있다. 민주당은 이날 본회의 직전 이 후보자 임명동의안 부결을 당론으로 정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는 이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부결되자 본회의 도중 단체로 퇴장해 규탄대회를 열고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방탄을 위한 의회 테러 수준의 폭거”라고 비판했다. 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6일 국회에서 부결됐다. 부결을 당론으로 채택한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에서 반대표가 대거 나와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한 것. 대법원장 임명동의안 부결은 35년 만으로 사법부 수장 공백 사태 우려가 현실화됐다. 의석수를 앞세운 민주당이 이재명 대표의 구속영장 기각 이후 정부 여당에 대한 공세를 본격화하면서 정국은 극한 대치로 치달을 것으로 전망된다. 대통령실은 “초유의 사법부 장기 공백을 초래한 것은 대단히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에서 이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재석 의원 295명 중 찬성 118명, 반대 175명, 기권 2명으로 부결시켰다. 임명동의안은 국회의원 과반 출석, 과반 찬성을 얻어야 통과된다. 168석의 민주당이 이날 본회의 직전 의원총회에서 부결을 당론으로 결정하면서 반대표가 대거 나온 것. 무기명 전자투표로 진행된 투표는 16분 만에 종료됐다. 민주당 윤영덕 원내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불통 인사가 자초한 결과”라며 “애초에 국회 동의를 얻을 수 있는 후보를 보냈어야 마땅하다”고 대통령실에 책임을 돌렸다. 국민의힘(111석)도 의총에서 가결을 당론으로 채택했지만 의석 수에서 밀렸다.

대통령실은 “야당의 일방적 반대로 부결됐다”며 맞받았다.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은 “피해자는 국민이고, 국민의 권리를 인질로 잡고 정치 투쟁을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다시 새로운 후보자를 지명하는 절차에 수개월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최소한 두 달 이상 공백이 예상된다”고 했다. 대통령실은 대법원장 인선과 별개로 이달 중순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지명 작업은 진행할 방침이다. 내달 10일 임기가 종료되는 유남석 헌법재판소장 후임으론 이종석 헌법재판관(62·사법연수원 15기) 지명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당은 부결 직후 국회 로텐더홀에서 규탄대회를 열고 “민주당의 조직적 사법 방해가 사법 마비, 헌정 불능 사태로 폭주했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는 “민주당 이 대표의 개인적 사법 리스크 방탄을 위한 의회 테러 수준의 폭거”라고 했다.

이날 국민의힘이 일방적 안건 강행 처리에 반발해 퇴장한 가운데 민주당은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특검(특별검사)법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안도 통과시켰다.

대통령실 “野, 국민 인질로 정치투쟁” 민주당 “부적격자 지명이 문제”

[대법원장 임명안 부결]
사법부 수장 공백 사태 놓고 충돌
與 “이재명 방탄 대법원장 원하나”
민주, ‘책임 뒤집어쓸 것’ 우려에도… 지도부, 의총서 당론 부결 밀어붙여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이균용 대법원장 임명동의안 표결 결과가 대형 화면에 표시되고 있다. 이날 표결에서 재적의원 298명 중 295명이 출석한 가운데 찬성 118표, 반대 175표, 기권 2표로 임명동의안이 부결됐다. 뉴시스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는 평생 재판을 해 온 바른 법조인으로 사법부 개혁의 적임자였으나 더불어민주당이 정파적 이익으로 부결시켰다.”(대통령실 관계자)

“자질도 안 되고 자격도 없는 분을 지명해서 보낸 것 자체가 윤석열 대통령에게 책임이 있다.”(민주당 박용진 의원)

6일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부결로 35년 만의 사법부 수장 공백 사태가 현실화되자 정부·여당과 야당은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며 날을 세웠다. 대통령실은 “국민의 권리를 인질로 한 정치 투쟁”이라고 강하게 비판했고, 민주당은 “부적절한 인사(人士)가 사법부를 이끄는 것이 더 큰 악재”라며 팽팽하게 맞섰다. 다음 주 국정감사를 거치면 곧바로 ‘총선 모드’에 돌입한다는 점에서 여야 간 극한의 강 대 강 대치는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이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은 표결 시작 단 16분 만에 부결됐다. 투표 결과는 출석 의원 295명 중 찬성 118명, 반대 175명, 기권 2명이다. 168석의 더불어민주당과 6석의 정의당이 본회의 직전 ‘부결’을 당론으로 정한 결과다. 표결 과정에서 민주당 의원들은 미소를 지으며 삼삼오오 모여 대화를 나눴다. 국민의힘은 격앙된 반응은 보이지 않았지만 투표 결과가 나온 직후 항의 표시로 본회의장을 줄지어 퇴장했다.

● 대통령실 “막무가내 부결 사태”

대통령실은 임명동의안이 부결된 뒤 “막무가내 부결 사태”라며 민주당의 책임을 지적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이 후보자 검증 결과 특별한 흠이 없었기 때문에 (임명동의안 부결은) 승복하기 어려운 결과”라며 “한덕수 국무총리의 해임건의안을 비롯해 이번 부결 사태도 거대 야당의 폐해”라고 날을 세웠다. 대통령실은 이날 민주당이 당론으로 채택하기 전까지도 임명동의안 가결 가능성을 접지 않았다고 한다. 지난달 21일 민주당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 당시 민주당 의원들의 이탈로 가결이 나온 상황 등을 염두에 둔 것. 하지만 부결로 결과가 나오자 대통령실 관계자는 “민주당의 오만함은 국민으로부터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여당도 민주당이 ‘묻지 마 부결’을 했다며 십자포화를 퍼부었다. 국민의힘은 이날 이 후보자 임명동의안 부결 직후 본회의장을 퇴장해 규탄대회를 열었다. 김기현 대표는 이 자리에서 “대놓고 사법부 공백을 장기화하겠다는 이 대표와 민주당은 정치 재판에 기생해 정치 생명을 연장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고 쏘아붙였다. 전주혜 원내대변인도 논평에서 “이재명 대표 방탄 대법원장을 원하는가. 대법원장마저 이 대표 방탄을 위해 제 입맛에 맞는 인물로 알박기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여권 관계자는 “이 대표의 대장동 특혜 의혹 재판이 있는 날 공교롭게도 사법부 공백이 현실화됐다”며 “민주당이 이 대표를 위해 사법부를 흔들려 한다는 의심을 자초하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단식 후유증으로 입원 치료 중인 이 대표는 이날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관련 첫 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병원에서 외출했다.

● 野 “사법부 공백은 尹 책임”

민주당은 ‘사법부 공백’ 책임 여론을 감안해 표결 직전까지 이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당론으로 부결하는 것을 두고 고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이 이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당론으로 반대한 것은 검찰의 이 대표 구속영장 청구에 대한 맞불 성격으로 해석된다. 민주당 지도부는 “사법부 공백 책임을 뒤집어쓸 수 있다”는 당내 우려에도 불구하고 당론 부결 방침을 밀어붙였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이 대표 체포동의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된 직후부터 당 지도부 내에서는 ‘이균용은 무조건 부결’이라는 사실상의 결론이 내려져 있었다”고 전했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당내 강경파를 중심으로 ‘기왕 부결할 거 압도적으로 부결해서 체포동의안 국면에서 노출됐던 민주당의 분열 양상을 만회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했다.

이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 이후 처음으로 열린 본회의에서부터 여야가 각각 단일 대오로 진영 싸움을 벌이면서 협치는 더욱 소원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민주당의 원로는 “이 대표 구속영장 기각 이후로 여야가 간극을 좁히기는커녕 더욱 멀어졌다”며 “야당은 당론으로 사법부를 흔들고 대통령과 여당은 귀를 닫은 채 ‘네 탓’만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한 여권 관계자는 “여소야대 구조라고는 하지만 대통령실과 민주당 사이에서 절충 역할을 해야 할 여당의 존재감이 지금처럼 없었던 때가 있나 싶다”고 했다.

민주당이 이 대표 구속영장 기각 이후 대여 투쟁 강도를 높이면서 당장 다음 주부터 진행되는 국정감사부터 연말 내년도 예산안 심사, 내년 총선까지 여야 간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원내 지도부 관계자는 “해병대 순직 사망 사건 의혹 특검과 서울∼양평 고속도로 대통령 처가 특혜 의혹 등 이번 국감에서 윤 대통령을 겨냥한 ‘1특검 4국조’ 사안들을 어느 때보다 확실히 들여다볼 것”이라고 예고했다. 민주당의 한 지도부 의원은 “이 대표의 단식과 이후 영수회담 제안 거부 등을 보면서 ‘더 이상 윤 대통령이 바뀌기를 기다려줄 필요가 없다’는 공감대가 강하게 자리 잡았다”며 “국감 이후 각 당이 총선 태세에 돌입하면 더욱더 전면전 양상으로 흘러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강성휘 기자 yol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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