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관왕 ‘물개’ 김우민, 금빛 스매싱 신유빈 “아시아가 좁다”
━
항저우서 떠오른 스타들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이번 대회에서도 많은 선수가 아시아를 무대로 자신의 기량을 펼쳤다. 요즘 선수들에게 아시안게임은 축제 그 자체다. 기발한 승리 세리머니를 준비하고, 같은 종목 타국 선수를 만나 우정을 쌓는다. 그러면서도 ‘정상’을 향한 욕망은 애써 숨기지 않는다.
김우민은 이번 대회가 배출한 최고 스타 중 하나다. 남자 계영 800m와 자유형 800m에 이어 주 종목인 자유형 400m에서도 이변 없이 금메달을 땄다. 최윤희(1982년 뉴델리 대회)와 박태환(2006년 도하·2010년 광저우 대회)에 이어 한국 선수로는 역대 세 번째로 아시안게임 수영 3관왕에 올랐다.
특히 400m 결선에서 보여준 레이스는 압도적이었다. 출발과 동시에 맨 앞으로 치고 나갔다. 단 한 번도 선두를 놓치지 않고 일곱 번의 턴을 했다. 그때마다 추격자들과의 격차가 벌어졌다. 300m 지점에서는 이미 다른 선수들보다 몸 하나 이상 앞섰다. 사실상 적수가 없는, 자신과의 싸움이었다. 결국 3분44초36의 기록으로 물살을 갈라 2위 판잔러(중국·3분48초81)보다 4초45나 빨리 들어왔다. 지난 7월 후쿠오카 세계선수권에서 세계 5위에 올랐던 김우민은 “내년 2월 도하 세계선수권 3위, 7월 파리 올림픽 1위가 목표”라고 했다. 부항 자국이 가득한 몸으로 “딱 하루만 수영을 쉬고 다시 준비를 시작하겠다”며 씩 웃었다.
아시안게임 탁구는 3·4위 결정전 없이 준결승에서 패한 두 팀에 공동 동메달을 준다. 신유빈은 첫 세 종목에서 동메달만 주르륵 땄다. 매번 준결승에서 졌다는 의미다. 첫 도전이었던 여자 단체전 준결승에서 일본에 패한 뒤에는 인터뷰 도중 눈물을 훔쳤다. 에이스인 그가 1단식과 4단식 주자로 나섰다가 두 번 다 져서 그랬다. 신유빈은 “모든 게 항상 내 뜻대로 되진 않는 것 같다. 문제점을 점검하고 보완해서 남은 경기를 치르겠다”고 했다.
그 후 신유빈은 울지 않았다. 여자 복식 파트너인 ‘띠동갑’ 언니 전지희(31·미래에셋증권)는 “우리 중 누구에게 그 역할을 맡겼어도 유빈이만큼은 못했을 거다. 유빈이는 슬퍼할 필요가 없다”고 어깨를 두드려줬다. 신유빈도 곧 특유의 기합을 되찾았다. 혼합복식과 단식 준결승에서 세계 최강 중국에 연거푸 패한 뒤에도 “벌써 동메달이 세 개다. 메달은 다 좋긴 하지만, 이제 색을 한번 바꿔봐도 괜찮을 것 같다”고 여유 있게 농담했다.
신유빈은 결국 전지희와 함께 여자 복식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결승에서 북한의 차수영-박수경 조를 꺾었다. 시상식에서 미리 준비한 ‘하트 세리머니’를 펼치다 웃음을 터트렸고, 북한 선수들에게 “같이 사진 찍자”며 친근하게 손짓했다. 태극기를 흔들다 말고 유심히 살펴보더니, “좌우 문양이 바뀌었다”며 고쳐들기도 했다. 밝고 영특한 MZ 세대다. 신유빈은 첫 금메달을 만지작거리며 이렇게 말했다. “너무 신기해요. 우리 집에 금메달이 생겼어요!” 열아홉 금메달리스트의 솔직한 ‘한 줄 평’에 주위엔 웃음이 터졌다.
그는 이번 대회 전까지 개인전에서 3개(2010·2014·2018년), 단체전에서 2개(2014·2018년)의 금메달을 각각 확보했다. 항저우에서도 목표는 개인·단체 2관왕이었다. 개인전 4연패와 최다 메달 경신을 동시에 이루려고 했다. 단체전에선 금메달을 땄지만, 개인전 결승에서 후배 오상욱(27·대전광역시청)에게 졌다. 5년 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 결승에선 구본길이 오상욱을 꺾었는데, 이번 대회에선 반대가 됐다.
구본길은 타고난 승부사다. ‘공동 1위’에 만족하는 대신 ‘단독 1위’를 노려보기로 했다. 3년 뒤 열리는 다음 아시안게임에서 7번째 금메달을 추가하면 뜻을 이룰 수 있다. 그는 “6번째 금메달을 따고 나니 새삼 ‘최다’ 기록이 욕심났다”며 “후배들에게는 미안하지만, 2026년 열리는 나고야 아시안게임까지 계속 달려보겠다”고 말했다.
구본길은 올해 3월 아들을 얻었다. 그는 “아들이 확실히 ‘복덩이’인 것 같다. 아들이 아빠가 펜싱 선수라는 걸 인식할 만큼 자라려면, 2026년은 돼야 하지 않을까”라고 했다. 반드시 나고야에 가겠다는 다짐을 그렇게 돌려 말했다.
항저우=배영은 기자 bae.youngeun@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SUN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