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안꾸' 스타일, 소리없이 강한 '스텔스 럭셔리'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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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가을 유행 ‘올드 머니 룩’
올 가을 패션 트렌드를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Y2K 가고, 올드 머니 룩(old money look) 왔다’이다. Y2K 스타일은 1990년대 말~2000년대 초까지 유행했던 스타일로 배꼽이 보이는 짧은 상의, 엉덩이까지 흘러내리는 힙합 바지, 머리 두건, 찢어진 청바지, 가슴 한복판에 큼지막하게 로고가 들어간 티셔츠 등이 대표적이다. 당시 메이크업 스타일도 눈밑을 시커멓게 칠하는 세기말 분위기의 스모키 화장이 유행했다.
반대로 올드 머니 룩이란 대대로 부를 이어온 ‘금수저들’의 패션 스타일을 이르는 말로, 어려서부터 좋은 환경에서 좋은 것들만 보고 자란 이들의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일컫는다. 비슷한 말로는 ‘조용한 럭셔리’가 있다. 영어로 조용하다는 의미의 ‘콰이어트(quite)’ 또는 ‘스텔스(stealth)’를 사용해 ‘콰이어트 럭셔리’ ‘스텔스 럭셔리’라고 쓰기도 한다. ‘스텔스 럭셔리’는 소리 없이 조용하지만 효과는 강력한 스텔스기를 빗댄 표현으로도 쓰인다. 이 모든 표현의 핵심은 대놓고 ‘나 명품 패션이야’ 드러내는 로고가 없어도 아는 사람은 알아보는 고급스러움이다. MZ세대 신조어로 말하면 ‘꾸안꾸(꾸미지 않은 것처럼 꾸민)’ 스타일인데, 이를 위해선 어떤 조건들이 필요할까.
울 카디건 판매 작년보다 2060% 늘어
![지난 2월 정몽규 HDC그룹 회장의 장남 결혼식에 참석한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뉴시스]](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310/10/joongangsunday/20231010113536076ymvh.jpg)
종합해보면 ‘조용한 럭셔리’의 첫 번째 조건은 ‘좋은 소재’다. 패션 업계에서 좋은 소재를 꼽을 때 우선 거론되는 것은 캐시미어와 울이다. 실제로 젊은 층에서 인기 있는 스타일 커머스 플랫폼 ‘에이블리’에 따르면 가을 시즌을 앞두고 아우터 품목에서 ‘울 소재 카디건’에 대한 관심이 급증했다. 에이블리의 8월 해외 프리미엄 브랜드 내 카디건 품목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21배 이상(2060%) 늘었다. 특히 비비안 웨스트우드의 거래액은 14.5배(1350%) 증가했고, 작은 크기의 하트 모양 로고로 유명한 꼼데가르송의 거래액도 4.6배(365%) 증가했다.
![벨기에 왕실이 사랑한 가방 브랜드 ‘델보’. [사진 델보]](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310/10/joongangsunday/20231010113536658zygz.jpg)
![올드 머니 룩의 대표 브랜드로 꼽는 ‘브루넬로 쿠치넬리’. [사진 각 브랜드]](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310/10/joongangsunday/20231010113537385uecc.jpg)
이부진·케이트 미들턴 등 대표 인물
![영국의 왕세자비 케이트 미들턴. [로이터=연합뉴스]](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310/10/joongangsunday/20231010113537997zvwz.jpg)
그렇다면 ‘조용한 럭셔리’ ‘올드 머니 룩’의 정석을 보여주는 인물로는 누가 있을까. 따라하기 쉬운 대표적인 인물이 있다면 스타일 연출은 훨씬 쉬워지는 법. 국내에선 이부진 호텔 신라 사장, 임세령 대상그룹 부회장을 들 수 있지만 이들의 사생활은 쉽게 노출되지 않기 때문에 다양한 패션 스타일을 관찰하기 어렵다.
![최고급 소재로 유명한 브랜드 ‘로로피아나’. [사진 각 브랜드]](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310/10/joongangsunday/20231010113538535bqjx.jpg)
신광호 보그 코리아 편집장은 영화 ‘타르(TAR)’ 속 주인공을 꼽았다. ‘타르’는 베를린 필하모닉 최초의 여성 지휘자 리디아 타르의 욕망과 굴곡을 그린 영화로 배우 케이트 블란쳇이 주인공을 연기했다. “영화 의상을 맡은 비나 다이겔은 ‘누구도 그녀의 옷을 알아채지 못하게 하는 게 목표였다’고 했지만 개봉 후 주인공의 의상은 ‘우아할 뿐 아니라 강력하다’는 평과 함께 큰 화제를 모았다. 영화 내내 케이트 블란쳇은 완벽하게 균형 잡힌 버튼다운 검정 재킷, 머플러처럼 등에 두른 캐시미어 카디건, 에르메스 버킨 백, 롤렉스 시계 등을 매치한 차림으로 튀지는 않지만 자꾸 돌아보게 만드는 스타일을 선보이며 패션계를 사로잡았는데, ‘조용한 럭셔리’를 위한 교과서라 할 만하다.”
이 외에도 업계에선 영화 ‘위대한 유산(1998)’ 속 의상으로 이미 90년대부터 우아한 럭셔리 룩으로 주목받고 있는 배우 귀네스 팰트로를 ‘조용한 럭셔리’의 대표주자로 꼽는다.
서정민 기자 meantr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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