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법부 리더십 공백 사태 하루빨리 수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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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소장 곧 퇴임, 양대 사법기관 수장 공석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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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소야대 고려, 신망 있는 대법원장 후보 찾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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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책임 공방 멈추고 신속히 임명 절차 밟아야
윤석열 대통령의 신임 대법원장 임명이 국회에서 가로막혔다. 어제 국회의 이균용 후보자 임명동의안 표결에서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이 반대 당론을 결정하면서 동의안은 총투표수 295명 중 가 118표, 부 175표, 기권 2표로 부결됐다. 대법원장 임명동의안이 국회에서 부결된 것은 35년 만의 일이다. 그때도 지금처럼 국회가 여소야대였다. 이 후보자 낙마로 한국 사법부는 리더십 공백 상황에 놓이게 됐다. 대통령의 후보자 지명, 국회 인사청문회, 임명 동의안 투표의 절차를 다시 거쳐야 하므로 ‘대법원장 없는 법원’ 사태가 연말까지 지속할 가능성도 있다.
헌법은 대통령의 대법원장 임명에 국회 동의를 필수 요건으로 규정한다. 여당이 국회 의석 과반을 확보하지 못한, 지금과 같은 정국에서는 대통령이 더 신중히 후보를 지명해야 야권의 집단적 반대를 피할 수 있다. 이 후보자는 지명 뒤 부실한 공직자 재산등록(10억원 상당의 비상장 주식 보유 미신고), 해외에서 취업한 아들 건강보험 피부양자 등록, 딸에 대한 경제적 지원과 관련한 증여세 문제 등이 드러났다. 후보자가 법원장으로 근무했을 때 법원 구성원들이 참여한 다면평가에서 매우 낮은 점수를 얻었다는 것이 알려졌으며, 그가 대통령과 오랜 친분이 있다는 것이 야당의 견제 심리를 자극하기도 했다. 이 후보자는 인사청문회에서 재산등록, 건강보험, 증여세 관련 질의에 “법과 규정을 잘 몰랐다”는 답을 반복했다. 청문회에서 한 야당 의원은 “재판에서 피고인이 법을 몰랐다고 하면 무죄를 선고했느냐”고 후보자에게 묻는 일도 있었다.
“이 후보자의 도덕성이 지금까지 임명된 다른 대법원장에 비해 특별히 나쁘다고 볼 수 없다”는 여당 측 주장이 틀렸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여야가 협치가 아닌 적대적 대치로 일관하는 국회 상황을 고려했다면 대통령은 야당이 반대하기 어려운 인물을 후보자로 내세우는 게 바람직했다. 또 후보자 임명을 위해 야당과 국민을 설득하는 데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도 있었다. 대법원장 임명 동의 반대는 정권에 각을 세운 야당에도 부담스러운 일이다. 법원과의 관계, 시민 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달 말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44.1%가 이 후보자 인준 반대 의사를 나타냈다. 찬성은 32.4%였다. 대다수 언론이 이 후보자의 적격성에 대한 의문을 표시하기도 했다.
대법원장은 대법관을 제청하고 헌법재판소 재판관을 지명하는 헌법상의 권리를 갖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재판장, 대법관 회의 의장을 맡는다. 지난달 24일 김명수 대법원장이 퇴임함에 따라 이미 대법원장 자리가 10여 일째 비어있다. 안철상 대법관이 대법원장 대행 임무를 맡고 있으나 역할에 한계가 있다. 안 대법관을 포함해 두 명의 대법관이 내년 1월에 퇴임한다. 대법원장 임명이 늦어지면 대법관 후보 제청에 차질이 빚어진다. 게다가 유남석 헌법재판소장의 임기가 다음 달 10일까지다. 대법원장 임명 동의 문제 때문인지 아직 대통령이 후보자 지명을 하지 않았다. 자칫 양대 사법기관 수장 자리가 모두 공석인 초유의 사태가 생길 가능성도 있다.
대통령이 실력, 리더십, 도덕성 면에서 뛰어난 대법원장 후보자를 하루빨리 지명해 사태 수습에 나서야 한다. 야당도 국가의 한 축을 담당하는 존재라는 사실을 엄중히 인식해 청문회 등의 절차가 신속히 이뤄지도록 최대한 협조하는 게 마땅하다. 여야가 책임 공방을 벌이며 시간을 허비할 때가 아니다. 누가 이 비상 상황에 진지한 태도로 임하는지 국민이 냉철한 시선으로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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