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한의 시사일본어] 2024넨 몬다이

2023. 10. 7.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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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일본어
2025년에 열리는 오사카 엑스포가 ‘2024년 문제(니센니쥬요넨 몬다이)’로 인해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크다는 현지발 보도가 나오고 있다. ‘2024년 문제’란 말 그대로 2024년부터 각종 제도가 바뀜에 따라 일본 사회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문제들을 말한다. 2019년 노동기준법 개정 이후 건설, 운수, 의료 분야에 대해 예외적으로 인정됐던 시간외 노동 상한 규제의 유예 기간이 내년 3월 말로 종료됨에 따라 예상되는 혼란이 대표적이다. 건설업계의 경우 ‘4주 8폐소(주2일 휴무제)’가 새 회계연도(4월)부터 의무적으로 적용된다. 엑스포 공사가 아무리 급하다 해도 1주에 이틀은 쉬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세계 박람회의 얼굴인 일본관을 수주한 시미즈(淸水)건설의 미야모토 요이치 회장(일본건설업연합회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공기를 맞출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또 잔업 예외 규정이 없어져 건설 인력 부족 현상이 더 심해지고, 인건비가 대폭 오를 전망이다.

버스, 택시 등 운수업계와 의료업계에도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전국 버스회사의 약 30%가 운전기사 부족에 직면할 것으로 예측됐다. 승객 수요가 적은 지방은 물론 대도시에서도 운전기사 부족으로 운행 편수가 벌써부터 줄고 있다. 의료시장은 고령화에 따른 환자 증가와 맞물려 의사와 간호사 부족이 더 심각해지는 양상이다.

내년 1월부터는 지역별로 ISDN(종합정보통신망)이 단계적으로 종료된다. 일본에서는 1990년대 주력통신망으로 보급된 ISDN 점유율이 여전히 높다. 이로 인해 기업간 결제, 수주와 발주 업무에서 예상치 못한 시스템 에러가 발생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유통, 의료, 전자기기, 자동차, 화학 업계 등은 ISDN 대신 초고속 인터넷 회선이나 업계내 전용 회선을 통한 업무 시스템 구축을 서두르고 있다.

일본 정부와 언론은 ‘2024년 문제’에 대처해야 한다며 연일 경고음을 내고 있다. 이런 모습을 지켜보며 매사에 철저한 일본인들은 미래에 대해 너무 걱정이 많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곤 한다. 반면, 우리는 미래를 장밋빛으로만 보는 게 아닐까. 12개월째 줄고 있는 수출과 국민소득 감소에다 재정 적자와 가계 대출 급증, 연금 수지 악화 등 몇 가지 숫치만 들춰 봐도 가슴이 철렁인다. 저성장, 저출산, 고령화 시대를 맞아 미래가 현재보다 나아질 걸로 기대하기가 쉽지 않다. 근거 없는 낙관론은 위험하다.

최인한 시사일본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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