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과 역사로 빚은 향기 짙은 술 이야기
롭 드살레, 이안 태터샐 지음
최영은 옮김
시그마북스
‘젊은 층의 주류 트렌드가 수제맥주와 와인에서 위스키 등 증류주로 옮겨가고 있는 가운데, 가격 경쟁력으로 승부수를 보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최근 한 경제신문 기사 일부다. 한 편의점 체인이 4캔에 6000원짜리 맥주를 내놨다는 기사다.
최근 음주 추세는 확실히 하이볼 등 증류주 베이스 칵테일을 포함한 증류주 쪽이다. 불과 몇 해 전 ‘가져다 놓기 무섭게’ 팔려나간 곰 상표 수제맥주 등을 생각하면 큰 변화다. 변화가 편의점의 일만은 아닌 듯하다. 서점의 주류 관련 서적도 비슷한 분위기다. 이 책이 나온 것처럼.
이 책은 술과 증류의 일반론으로 시작한다. 증류는 끓는점 차이를 이용해 액체 상태 혼합물을 분리하는 방법. 책이 다루는 술의 증류를 예로 들면 알코올, 특히 술의 주성분인 에탄올은 끓는점이 물(100℃)보다 낮은 78.4℃다. 알코올이 먼저 기화해 물과 분리할 수 있다. 책에 따르면, 인류가 언제부터 증류를 활용했는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기록과 유물은 꽤 오랜 옛날부터라고 전한다. 예컨대 아리스토텔레스는 증류를 통해 바닷물을 식수로 바꿀 수 있다고 기록했다.
‘자연사’인 만큼 역사가 한 축인 것 못지않게 자연, 즉 증류주와 관련한 과학이 또 다른 축이다. 왜 술을 증류할 때 처음과 마지막에 추출된 부분은 쓰지 않는지, 대표적 증류기인 포트 스틸과 칼럼 스틸의 차이가 무엇인지, 증류한 에탄올의 배럴(나무통) 숙성의 화학적 배경은 무엇인지, 특정 증류주에서 특유의 향과 색과 맛이 나는 원리는 무엇인지 등이다. 중간부터 증류주의 ‘빅6’인 브랜디, 보드카, 테킬라, 위스키, 진, 럼에 관한 얘기를 상세히 들려준다. 그리고 ‘기타 증류주’에서는 한국 소주를 길지 않게 다뤘다.
버번위스키의 경우 화학적 관점에서 특유의 맛에 관여하는 분자가 약 30종이라고 한다. 오랜 시간과 비용이 필요한 숙성을 이들 성분으로 대체할 수 없을까. 책 마지막 ‘증류주의 미래’에 그 답이 나온다. 미국 자연사박물관 큐레이터인 두 저자는 앞서 맥주·와인의 자연사에 관한 책도 펴냈다.
장혜수 기자 hsch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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