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재의 매일밤 12시]후회합니다, 맨유를 떠나지 말아야 했습니다
[마이데일리 = 최용재 기자]20년 전, 그러니까 2003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전설인 데이비드 베컴이 떠났다.
베컴은 맨유에 이별을 고하고 레알 마드리드로 향했다. 맨유 유스 출신에, 1992년 1군에 올라와 2003년까지 11시즌을 뛴 전설. 1998-99시즌 잉글랜드 최초의 '트레블' 주역. 그리고 맨유의 상징인 백넘버 7번을 단 남자. 맨유의 아이콘이 맨유를 떠난 것이다.
베컴이 맨유를 떠난 이유. 이미 많은 축구 팬들이 알고 있는 일이다. 알렉스 퍼거슨 감독과 불화 때문이다.
이 불화설이 어떻게 시작됐고, 어떻게 진행됐으며, 어떻게 끝을 맺었는지는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있지만, 확실한 건 베컴이 맨유에 등을 돌린 건 퍼거슨 감독에게 등을 돌린 것이었다.
베컴은 20년 전 상황을 떠올렸다.
"나는 맨유를 떠나고 싶지 않았다. 나는 어릴 때부터 맨유 팬이었고, 오랫동안 맨유에서 선수 생활을 하고 싶었다. 당시 리그에서 우승을 한 다음이다. 그런데 갑자기 레알 마드리드와 이적에 합의했다는 연락을 받았다. 나는 맨유에 남고 싶었다. 그래서 퍼거슨 감독에게 연락을 취했다. 퍼거슨 감독은 나의 전화를 받지 않았다. 퍼거슨 감독과 이야기를 하려 해도, 그는 나와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맨유를 떠나기로 마음을 먹었고, 퍼거슨 감독 역시 나를 보내기로 결정을 내렸다. 그렇게 끝났다."
당시에는 억울했고, 퍼거슨 감독을 향한 좋지 않은 감정도 있었다. 하지만 20년이 지난 지금은 아니다. 후회하고, 반성하고 있다. 퍼거슨 감독을 향한 감정도 완전히 사라졌다. 오히려 퍼거슨 감독의 위대함을 더욱 절실히 느끼고 있다.
"퍼거슨 감독을 옆에서 오랜 시간 지켜봤다. 그는 항상 팀과 구단을 위해 올바른 결정만 내렸다. 나를 내보낸 것도 옳은 결정이었다. 당시 퍼거슨 감독의 결정이 나와 맨유를 위한 최선의 방법이었다. 만일 내가 맨유에 남았다면, 내 인생은 완전히 달라졌을 것이다. 나는 지금까지 맨체스터에서 살고 있을 것이다. 후회가 된다. 반성을 하고 있다. 그래도 맨유를 떠나 해외에서 뛴 경험 역시 내가 사랑하는 경험이다. 맨유를 떠나는 건 내가 원하지 않았던 일이었음에도 해외에서 새로운 리그, 새로운 문화를 경험하고 배운 건 내 커리어에서 정말 값진 일이었다."
퍼거슨 감독도 아쉬움이 큰 건 마찬가지다. 퍼거슨 감독은 베컴에 대해 이렇게 밝힌 바 있다.
"베컴이 어느 순간부터 축구에서 눈을 떼고 있었다. 미디어와 광고에 더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경기에 나서면서도 새로운 헤어스타일에 더 관심을 가졌다. 나는 베컴에 실망했고, 절망했다. 베컴이 축구에 집중했다면, 내가 맨유를 떠나는 순간까지 맨유에 남았을 선수다. 아마도 맨유 역사상 최고의 레전드가 됐을 것이다."
[최용재의 매일밤 12시]는 깊은 밤, 잠 못 이루는 축구 팬들을 위해 준비한 잔잔한 칼럼입니다. 머리 아프고, 복잡하고, 진지한 내용은 없습니다. 가볍거나, 웃기거나, 감동적이거나, 때로는 정말 아무 의미 없는 잡담까지, 자기 전 편안하게 시간 때울 수 있는 축구 이야기입니다. 매일밤 12시에 찾아갑니다.
[데이비드 베컴, 알렉스 퍼거슨 감독. 사진 =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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